KBS 내부가 적폐청산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서 계속 덜컥대고 있다.

KBS는 우여곡절끝에 새 사장 체제로 변했지만,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의 잘못된 폐단을 끊어내는 움직임은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런 가운데 KBS가 과거 정권에서 범죄혐의가 있는 직원 사건을 대충 무마하고 퇴직시킨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KBS방송인연합회는 4일 "범죄를 저지른 직원들이 챙긴 돈을 회수하고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얼렁뜽땅 넘어가려고 한다면 어떻게 되겠느냐"며 "심지어 그중 어떤 직원에게는 명예에 돈까지 챙겨주면서 퇴직하는 혜택까지 베풀어준다"고 지적했다.

방송인연합회는 "이러니 KBS가 카르텔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관련 성명 전문.

[KBS방송인연합회] 이러니 KBS가 카르텔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닌가?

어떤 조직에서 한 직원이 수천만 원을 부정하게 챙긴 일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다른 분쟁의 재판 과정에서 그 직원뿐 아니라 그 직무를 수행했던 직원 다수가 부당하게 돈을 챙긴 것으로 드러난다. 그런데 그 조직이 그 범죄행위를 발견하고는 한 일이라는 게 고작 범죄를 저지른 직원들이 챙긴 돈을 회수하고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한다면 우리는 그 조직을 어떻게 바라볼까? 심지어 그중 어떤 직원에게는 '명예'에 돈까지 챙겨주면서 퇴직하는 혜택까지 베풀어 준다면? 게다가 국민의 돈으로 운영되는 조직이 그런 짓을 한다면?

황당하게 들리는가? 미안하지만 바로 우리 KBS의 얘기다. 지난주 시행된 명예퇴직의 진상이 알려지면서 많은 직원들이 경악하고 있다. A모 씨 등이 해외지국에서 부당하게 금전적 이득을 취하다가 적발됐다는 내용은 이미 2022년 국정감사에서부터 문제가 됐던 사안이다. 당시는 김의철이 본관 6층을 점거하고 있던 시기라서 애초에 정상적인 조사나 조치가 이뤄질 거라고 기대하기 어려웠다. 경영진은 그 문제를 덮기 바빴고, 감사 역시 그런 문제를 심각하게 다룰 의지가 전혀 없어 보였다.

그런데 김의철이 쫓겨나고 새 사장이 들어왔는데도 과거 해외지국 등에서 벌어진 비위 사실이 명명백백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 명예퇴직과 무관하게 조직에서 발생한 그 같은 구역질 나는 비리는 회사가 자발적으로 조사하고 그 문제점을 국민에게 소상하게 보고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응당한 조치를 내려야 한다. 범죄행위는 감사를 통해 엄정하게 처벌하고, 감사가 미적거린다면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를 해서라도 반드시 그 범죄행위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그게 수신료를 받는 조직에 국민이 기대하는 일일 것이다.

해외지국의 비리 사건뿐인가? 보도본부에서 발생한 잇단 극단적 선택의 원인이 뭔지 대부분의 직원들은 아직도 알지 못한다. 2017-18년 파업때 민노총 노조가 자행했던 깡패 짓에 대한 판단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간부의 북한 연계 코인투자 사건이나 미래방송센터 재건축 관련 직무유기에 대해서도 납득할만한 조사나 행위의 엄중함에 걸맞는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사례는 끝도 없이 이어진다. 양승동-김의철과 그 패거리들이 벌인 6년간의 망나니짓으로 KBS는 이미 망가질대로 망가졌다. 그나마 KBS의 존재가치를 국민들에게 설득하려면 지난 6년간 벌어진 모든 부정-비리 행위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엄정한 처벌, 그리고 절절한 대국민 사과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회사가 한 일은 무엇인가? 그런 범죄를 저지른 자들이 '명예'와 돈을 챙겨 떵떵거리면서 퇴직하도록 방조한 것 말고 한 일이 뭔가? KBS노조가 문의하니 해당 직원이 부당하게 챙긴 돈을 모두 반환해서 처벌이 곤란하다고 했다고 한다. 공소시효는 제대로 체크해봤는가? 설령 공소시효가 도과해 처벌이 불가능한들, 그자들이 한 짓에 대한 아무런 조치 없이 황급하게 그들에게 '명예'와 '돈'을 챙겨주는 것이 당신들이 할 일인가? 최소한 그들이 저지른 파렴치한 행위에 대해 대국민 사과라도 한 다음에 명예퇴직을 허용하든 말든 해야 하지 않았나?

많은 이들의 전언에 따르면 고위 간부들 대부분은 과거 양승동처럼 자신들에게도 법적인 문제가 생길까 두려워 민노총과 법적인 문제가 생길 것 같은 일은 일절 손을 대지 않으려 한다고 한다. 그러려면 뭐 하러 거기 앉아 간부 폼을 잡고 앉아 있는가?

얼마 전 사장 취임 시기 KBS 내부 인사로는 KBS의 개혁이 안 될 것이라는 주장이 사내외에서 쏟아져나온 바 있다. KBS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성을 쌓고 내부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 6년간 벌어진 온갖 비리나 의혹들에 대해 아무 의미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고, 오히려 그 핵심 범죄자들에게 면죄부도 모자라 '명예'와 '돈'까지 챙겨주고 도주하도록 도와주는 모습을 보면 왜 KBS 카르텔이라는 말이 나오는지 이해가 가기도 한다. 이런 상황을 방치하고 있는 일부 간부들이야말로 KBS의 부정-비리와 한패 먹고 있는 카르텔 아닌가?

KBS는 수신료로 운영되는 조직이다. 수신료를 받는 현실에 맞게 직원들의 윤리적 기준도 당연히 높아야 한다. 지금처럼 수신료 분리징수 위기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수천만 원의 횡령 사건이 벌어져도 돈 회수했으니 아무 문제 없다는 조직에 국민들이 흔쾌히 수신료를 내주겠는가? 이런 상황을 방치하는 간부들은 도대체 뭐 하는 자들인가?

2024. 3. 4

KBS방송인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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