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법 재의결 대가로 전북 선거구 존치합의...“약자가 강자 배려한 꼴”

 

친구들 끼리 탁구나 골프를 치면 몇점씩 떼주고 시작하는 경우가 있다.

오랫동안 시합을 한 사이라 실력차가 명확하고 이를 서로 인정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40일 남은 22대 총선을 앞두고 이런 일이 발생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29일 그동안 타협점을 찾지 못했던 국회의원선거구 획정에 합의하고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기로 했다.

그동안 여야가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치열하게 대립했던 쟁점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국회에 권고한 선거구 획정안 중 인구감소를 이유로 전라북도에서 지역구 1개를 없애도록 한 부분이다.

민주당의 절대 강세지역인 전북에서 지역구 1개가 줄어든다는 것은 선거를 치르지도 않고 민주당의 의석 1개가 없어지는 것을 의미하기에 민주당은 완강하게 이를 반대해왔다. 해당 지역구가 없어질 경우 현역 의원들의 지역구를 어떻게 정리해줄지도 민주당의 큰 고민거리였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전북에서 지역구 1개를 줄일 거면 부산에서도 1개를 줄이자”는 ‘억지’를 쓰기도 했다.

결국 국민의힘은 김진표 국회의장이 낸 중재안, 비례대표 의석을 1개 줄이는 대신 전북의 지역구는 그대로 유지하는 타협안을 수용했다. 이에따라 비례대표 의석은 47개에서 46개로 줄었는데, 양당의 비례대표 의석 쟁탈전은 선거를 치러봐야 한다.

하지만 문제의 전북 1석이 국민의힘에 넘어올 가능성은 사실상 전무하기에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1석을 양보하고 22대 총선을 치르게 된 셈이다.

일정 점수를 떼주고 시작하는 경기, 모든 ‘핸디캡 경기’는 강자가 약자에게 점수를 떼주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현재 민주당의 국회의석은 163석, 국민의힘 113석으로 민주당이 50석이나 많다. 이번 선거구 획정을 통한 의석떼주기를 받아야 할 쪽은 민주당이 아닌 국민의힘이었던 것이다.

민주당과 전라북도 지역 언론 및 사회단체는 선관위가 권고한대로 지역구를 1개 없애면 4개의 군이 하나의 선거구로 묶이는 곳이 두군데나 생긴다는 점을 큰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여야가 이번에 합의한 선거구 획정안에서 강원도에는 속초 철원 화천 양구 인제 고성 등 무려 6개 시·군이 하나의 국회의원 선거구가 되는 ‘슈퍼, 공룡 선거구’가 탄생했다.

강원도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민주당처럼 ‘악착같은’ 방어막이 없었기 때문이다.

국회 의석이 민주당에 비해 한창 적고, 과반수 달성을 지상과제로 삼고있는 여당, 국민의힘이 이처럼 터무니 없는 협상에 동의한 것은 딱 한가지 이유다.

이날 선거구 획정안과 더불어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 등 쌍특검법에 대한 재의결 투표를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는 쌍특검법은 지금 표결하지 않으면 100% 부결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국민의힘이 1석을 민주당에 떼주고 22대 총선을 시작하는 것은 지나친 여유, 근거없는 자신감(근자감)이 아닐 수 없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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