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친명계 최고위원인 정청래 의원이 당내 비명(비이재명)계 '공천 학살'에 대한 불만에 반격하면서 만회하기 어려운 말실수를 했다. 이재명 대표를 축구선수 손흥민에 비유하면서 감싼 것이다. 역대 국민스타였던 축구선수 변천사에 역대 야당 지도자를 대입함으로써 이재명 대표의 대세 장악은 당연하다는 식의 논리를 편 것이다.

[사진=채널A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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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치권은 물론이고 일반 국민 및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정 의원이 ‘손흥민 비하’를 저질렀다고 맹비난을 퍼붓는 분위기이다. 그 과정에서 이 대표의 여러 가지 ‘흑역사’가 또 다시 거론되고 있다. 친명 핵심을 자처해온 정 의원이 무라하게 이 대표를 감싸려다가 큰 화를 자초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친명계 정청래= 차범근은 DJ, 황선홍은 노무현, 박지성은 문재인, 손흥민은 이재명으로 비유

정 의원은 28일 서울 영등포구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비명계 의원들이 '이재명 사당화'를 운운하며 비판하는 데 대해 “민주당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에서 이재명으로 깃발과 상징이 계승됐다”면서 "축구로 치면 차범근-황선홍-박지성-손흥민으로 깃발이 계승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인 축구 선수들이 노장 축구선수들의 자리에 교체되는 것이 축구계의 흐름이라면 신인 정치인들이 노쇠한 정치인들을 밀어내고 교체되는 게 시대 정신이다”는 설명이다.

정 의원은 “민주개혁진보세력 국민들은 상징과 깃발인 김대중을 응원하고 노무현과 문재인을 지키고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꿈을 향해 지키고자 한다”면서 “노무현 시대에는 노무현을 지지하는 국민들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정치인들이 많았다. 악의적인 언론들은 이걸 친노팔이라고 했다. 문재인 시절에는 친문팔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4년 전 총선에서 친문이 아닌 국회의원 후보가 있었나. 다 문재인 이름을 걸고 국회의원이 되고 당선되지 않았나”면서 "축구 팬들은 '나는 황선홍까지만 지지한다' '박지성까지만'이라고 하지 않고 현재 한국 축구의 상징인 손흥민을 지지하고 응원한다.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은 되고 친명은 왜 안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사진=채널A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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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 1= DJ, 노무현, 문재인은 이전 정부 인사들과 조화 시도...이재명, 친문계 배제하며 권력독점 시도

정 의원의 이재명 방어논리는 허점투성이일 뿐만 아니라 국민정서에도 전혀 맞지 않는다. 차범근은 DJ, 황선홍은 노무현, 박지성은 문재인, 손흥민은 이재명이라는 주장인데, 리더십의 특성을 전혀 고민하지 않은 견강부회에 불과하다는 평이다.

우선 노무현은 집권 이후 DJ 정부 인사들을 축출하지 않았다. 문재인은 대통령이 된 뒤에 친노인사들을 중용했다. 이 대표가 문재인 정부 인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공천 학살을 벌인 것은 역대 야당 지도자들에게서 찾아볼 수 없었던 ‘냉혹함’과 ‘극단적 파벌주의’라는 비판이 거세다. 문재인이 노무현을 대체하는 방식은 이재명이 문재인을 대체하는 스타일과 전혀 다르다. 전자가 신구세력간의 조화를 이루려는 노력을 기울였던데 비해 후자는 애당초 공존의지를 보이지 않으면서 완전한 신구세력 교체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한 마디로 DJ, 노무현, 문재인 등의 전임자들과 이재명은 전혀 다른 리더십 스타일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전임자들은 권력배분에 있어서 타협적 면모를 보였지만 이재명은 권력독점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차이 2= 극단적으로 독점하려는 이재명 스타일, 원만함과 조화를 중시하는 손흥민 리더십과 상극

이처럼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고 극단적으로 독점하려는 이재명 대표의 스타일은 원만함과 조화를 중시하는 손흥민의 리더십과 상극이라는 지적이다.

서정욱 변호사는 28일 오후 채널A에 출연해 “두 가지만 지적하고 싶다. 우선 손흥민 선수가 선배 세대 박지성 선수를 포함해서 선배 축구 선수들을 학살했느냐. 조화를 이루지 않았느냐”면서 “그런데 지금 이재명 대표와 친명은 완전히 친문을 학살하고 있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임종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공천배제하는 데서 조화나 통합이 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쉽사리 확인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 변호사는 또 “두 번째는 손흥민 선수가 다른 축구 선수들을 평가할 때 0점을 주겠냐”고 반문하면서 “지금 민주당에서는 박용진 의원, 김영주 의원이 전부 0점 받았다는 것 아니냐. 이것이 어떻게 비교가 됩니까. 이런 식으로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을 더 이상 모욕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은평구 한 헬스장에서 직장인 정책간담회 전 운동을 하고 있다. 2024.2.28.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은평구 한 헬스장에서 직장인 정책간담회 전 운동을 하고 있다. 2024.2.28. [사진=연합뉴스]

차이 3= 4개의 전과, 대장동 및 백현동 사건, 위증교사 등은 손흥민이 가질 수 없는 ‘14개 흑역사’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2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정 의원의 발언이 보도된 기사를 공유하면서 '손흥민이 이 대표가 되기 쉽지 않은 이유'를 조목조목 제시했다. 김 의원이 볼 때, 손흥민이 결코 가질 수 없는 이 대표의 특징은 대략 14가지 정도이다.

김 의원은 “정청래가 ‘이재명은 손흥민’이라고 말했다고 하지만 손흥민이 이재명이 되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 “일단 음주운전, 검사 사칭,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4개의 전과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장동, 백현동 사건을 저질러야 하고, 성남FC로 제3자 뇌물 사건을 저질러야 하고, 쌍방울을 시켜 북한에 돈을 대신 상납하게 해야 하고, 위증하도록 교사해야 하고, 주변 측근 4명이 스스로 세상을 떠나야 하고, 논문을 표절해야 하고, 초밥 10인분을 사라지게 해야 한다. 그리고 (쌍욕을 퍼부은)형수와 (살인범)조카도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재명은 손흥민보다는 중도 경질된 슈틸리케 감독과 비슷하다는 주장도 나와

이 대표는 손흥민이 아니라 연산군에 가깝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민주당 비명계 중진인 설훈 의원은 27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재명 대표는 연산군처럼 모든 의사결정을 자신과 측근이 독점하고 있고, 의사결정에 반하는 인물들을 모두 쳐내며 이 대표에게 아부하는 사람들만 곁에 두고 있다”면서 “어떻게 아부해야 공천을 받을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하는 정당이 되고 있다”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송영훈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은 이날 MBN에 출연해 “손흥민은 절대 아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고 세계적 선수이다”면서 “설훈 의원이 연산군 운운하는 것도 조금 과하다. 그렇게 극단적인 증오의 언어를 쓰면 되겠느냐. 중도에 경질된 울리 슈틸리케 감독과 비슷하다. 위르겐 클리스만 감독은 자유방임형인데... 이 대표가 클리스만처럼 했으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슈틸리케는 선수 발굴한다고 다녔는데 무 전술에 선수기용도 이상하게 해서 경질당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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