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이 28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탈당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이 28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탈당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이 28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당이 공당이 아닌 이재명 대표의 전체주의 사당이라며 탈당을 선언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민주화 업적을 자화자찬하는 표현을 써 '견강부회'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병풍 사건'의 주역이었던 그가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온전히 기여했냐는 자평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설 의원은 이날 발표한 기자회견문에서 "저는 박정희 전두환도 무너뜨렸다"면서 "싸워 이긴 경험을 토대로 이번 윤석열 검찰독재정권과 당당히 싸워 이기겠다"고 다짐했다. 이 대표의 당내 전횡으로 탈당하면서도 윤석열 정부를 겨냥한 것이다.

윤 정부에 대한 비판은 기자회견문 전반에 녹아있었단 평가다.

그는 "윤석열 정권의 검찰독재가 국민 입을 막고 귀를 닫으며 온갖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고 있다. 물가가 오르고 민생은 힘들며 국민 삶은 피폐해져 가고 있다"며 "그런데 민주당은 전혀 대안으로 인정받고 있지 못하다. 이러한 현실을 부끄러워해야 하지만 이재명 대표는 아무런 책임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당당히 당선하여 오만방자한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의 몰락을 위해 힘을 쏟겠다"면서 "거듭된 실정과 무능, 전횡으로 고통받는 국민을 바라보며 최전선에서 앞장서서 싸우겠다"고도 밝혔다. 자신이 이 대표의 사당화에 반발해 일단 민주당을 탈당하기는 하지만, 투쟁의 최종 목표는 윤석열 정부임을 분명하게 밝혔단 평가다.

이 과정에서 설 의원은 그가 보기에 박정희·전두환 전 정부와 비견될 만한 독재정권인 윤 정부와 맞서싸우는 민주화 투사가 되는 부가효과가 생겨난다. 그는 이를 분명히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설 의원은 박정희 대통령 유신정권 때였던 1977년 유신헌법철폐시위를 위한 구국선언문 유인물을 제작·배포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실제로 790일간 형을 살기도 했다. 또 1980년엔 '김대중 내란음모 조작 사건'에 연루돼 징역 10년형을 받는 등 고초를 겪기도 했다. 이에 대해서는 각각 지난 2014년과 2003년 모두 최종 무죄 판단이 내려진 바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따르면 청년의 설훈도, 70세 노령의 설훈도 '독재'와 맞서 싸웠다는 입지전적인 업적이 생겨나버리는 셈이다. 

하지만 정작 설 의원은 한국의 민주화를 결정적으로 퇴행시킨 장본인이란 비판을 널리 받아왔다. 그가 지난 2002년 제16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른바 '병풍 사건'의 주역으로서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후보의 낙선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김대업씨와 더불어 이 후보의 아들이 병역비리를 저지른 것 아니냐는 그의 의혹 제기는 국민의 정치적 의사결정권에 심대한 타격을 입혔다. 다시말해 그가 국민의 정치적 견해가 표심으로 나타나는 데 있어  왜곡을 일으켰다고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치 괴벨스가 한 말로 잘못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1958년 미국 의회에서 발간된 서적에 나오는 "거짓말을 충분히 자주 반복할수록 사람들은 믿게 되고, 그 말을 한 사람조차도 스스로 믿게 된다(if you repeat a lie often enough, people will believe it, and you will even come to  believe it yourself)"는 구절이 현실이 된 셈이다.

일각에서는 설 의원이 '박정희' '전두환'으로 상정했어야 하는 인물은 다름아닌 이 대표 아니냔 지적도 나온다. 그가 친명계(친 이재명계)의 당내 횡포에 견디다 못해 뛰쳐나오겠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이 대표야말로 독재의 주체라고 명시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종 투쟁 목표로 윤 정부를 설정한 이유는 민주당 지지층의 지지를 잃지 않기 위해서라고 참작하더라도, 그외 중도층과 보수층이 보기에는 '생뚱맞은' 기자회견문이 아닐 수 없단 평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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