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이해찬 전 대표가 나란히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이해찬 전 대표가 나란히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는 4·10 총선에서 서울 중구·성동구갑 출마의사를 거듭 밝혀왔던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공천 배제된 것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내홍이 더욱 심화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해찬 전 대표가 임 전 실장의 공천이 필요하다는 뜻을 이재명 대표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친명계(친 이재명계)와 비명계(비 이재명계)·친문 간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이 총선 승리를 위해 '단일 대오'를 이뤄야 한다는 이유로 이 대표에게 임 전 실장의 중·성동갑 출마를 용인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또 "(민주당이) 시스템 공천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걱정했다는 증언이 주변 관계자로부터 나오기도 했는데, 이는 친명계가 '시스템 공천이 잘 이뤄지고 있다'고 보는 것과는 정반대다. 친명계로 알려진 같은당 소속 김민석 의원이 지난 25일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은 시스템 공천, 국민의힘은 시스템 사천"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김 의원의 발언이야말로 친명계와 비명계가 현 민주당 공천에 대해 180도 다른 시각에서 보고 있음을 극명하게 나타낸단 평가다. 

비명계·친문으로서는 김 의원의 주장보다도 이에 대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반박에 더 공감할 수도 있다. 한 비대위원장은 김 의원 발언이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반박했는데, 그는 "국민의힘 시스템 공천에 따르면 거액 불법 정치자금 범죄를 저지르고 추징금도 다 안낸 김민석 총선 상황실장 같은 분은 공천받지 못한다"며 "김 실장이 단수공천을 받았던데 그게 무슨 시스템 공천인지 묻고 싶다"고 비꼬았다.

한 비대위원장은 그러면서 "국민의힘 공천이 오로지 이재명 개인의 사익만을 기준으로 결정되는 민주당 공천처럼, 저의 사익을 기준으로 결정되고 있나"고 묻고,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국민들도, 언론도, 민주당 스스로도 알 것"이라 강조했다.

비명계·친문으로서는 자신들의 좌장인 이 전 대표의 뜻이 대놓고 묵살된 만큼, 남은 공천기간 동안 자신들에 대한 '공천 학살'이 계속해서 진행될 것이라 확신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학살이 자행될 경우 '명문 전쟁(친명과 친문 간 싸움)'도 불사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실제 이런 양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송국건 정치평론가는 이미 지난 23일 유튜브 펜앤드마이크TV '허현준의 굿모닝 대한민국'에 출연해 이 전 대표가 민주당 공천 난맥상에 대해 우려를 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이 전 대표가 이 대표를 떠날 가능성까지도 거론한 바 있다. 

그는 또 27일 오전 펜앤TV에 출연해서는 친명계의 비명계 공천학살이 지난해 9월 이 대표 체포동의안 2차 가결에 찬성했던 이들을 겨냥해 오래 전부터 준비돼왔다는 논평을 내놓기도 했다. 하위평가 20%에 속한 31명의 의원 중 비명계가 대다수를 차지한다는 점, 평가위원회가 체포동의안 표결 직후 꾸려졌을 뿐만 아니라 위원회 구성원이 친명 일색이란 점 등 때문이란 것이다. 

송 평론가는 이에 대해 이 대표가 준비한 '복수극'이라면서 "이재명 대표는 그때(체포동의안 표결 때) 결심했을 것이다. 설령 총선에 지는 한이 있더라도 이런 상태로는 구속되고 아무 것도 할 수 없으니 차라리 계파가 없는 (이재명만을 따르는) 무계파 정당을 만들려는 것"이라 분석했다.

송 평론가는 이러한 이 대표의 '칼춤'에 대해 비명계도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맞설 것이라 전망했다. 그는 "설훈 의원은 이미 탈당을 예고했고, 5명이 더 탈당할 것이라 한다. 하위 20% 중 커밍아웃한 사람이 7명인데 순차적으로 통보하는 과정에서 더 쏟아질 수 있다"면서 "당안에서 이재명 2선 후퇴·불출마를 외칠지, 뛰쳐나가서 새로운 텐트를 칠지 (선택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친박연대처럼 친문연대라는 집단정치세력을 만들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만일 이 전망이 실제화될 경우 이 전 대표도 탈당할 것인지도 관건이다. 이 전 대표가 이 대표의 전횡을 감내하면서까지 민주당을 지킬 것인지, 비명계·친문의 탈당 러시에 합류할 것인지 선택지가 놓여있다는 것이다. 그가 실제로 탈당할 가능성은 낮겠지만 이번 총선은 포기,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서라도 제2의 민주당을 만들 가능성은 전혀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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