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5일 심야 최고회의를 열어 공천 문제를 두고 3시간여의 토론을 벌였다. 하지만 가장 큰 뇌관인 임종석 전 문재인 정부 청와대 비서실장의 서울 중성동갑 공천 여부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성수역에서 출근길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성수역에서 출근길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친명계와 비명계의 판단이 극적으로 갈리고 있는 최대 쟁점인 만큼, 가닥을 잡기 어려운 실정이다. 친명계는 임 전 실장의 중성동갑 공천에 대해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이지만, 비명계에서는 임 전 실장을 ‘필승카드’로 여기고 있다.

이재명의 잠재적 라이벌 임종석을 컷오프하려던 친명 지도부, 이해찬과 홍익표의 반대에 부딪혀

중성동갑은 홍익표 원내대표의 지역구 이동(서초을)으로 전략 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친명계는 ‘윤석열 정부 탄생 책임론’을 빌미로 임 전 실장의 공천에 대해 반대하고 있지만, 이 대표의 잠재적인 대권 및 당권 경쟁자를 사전에 제거하려는 차원으로 풀이되고 있다.

전략공관위는 임 전 실장에게 험지인 송파갑 출마를 타진했으나, 임 전 실장은 중성동갑 출마를 고집하고 있다. 친명계 지도부는 임 전 실장을 자동 컷오프한다는 방침을 정했으나 이해찬 전 대표, 홍익표 원내대표 등이 나서서 임 전 실장 공천을 주장해 흐름이 바뀌고 있다. 친명계의 임 전 실장 공천 배제 기류에도 불구하고 임 전 실장 공천을 피하기 어려운 구도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멘토로 알려진 이해찬 상임고문마저 ‘임 전 실장의 중성동갑 공천은 명문(이재명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 정당의 표식’이라는 뜻을 지도부에 전달함에 따라, 지도부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더욱이 임 전 실장 공천 문제에 민주당이 고심을 하는 데는 추미애 전 장관과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의 문제까지 얽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전 총장의 공천 문제가 26일 매듭지어짐에 따라, 임 전 실장의 공천도 조만간 결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당내에서는 ‘임 전 실장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중성동갑 경선에 부치자’는 해법까지 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추미애, 전현희, 이언주 등 ‘여전사 3인방’은 수도권 공천 유력

안규백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이 꼽은 '여전사 3인방'. 왼쪽부터 차례대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이언주 전 의원. [사진=연합뉴스]
안규백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이 꼽은 '여전사 3인방'. 왼쪽부터 차례대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이언주 전 의원. [사진=연합뉴스]

안규백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 22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이언주 전 의원을 '여전사 3인방'이라 칭하며 수도권에 전략 공천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안 위원장은 이날 KBS 라디오에 나와 "이 세 사람이 수도권, 서울을 위주로 전략 공천될 것이라 예상해도 크게 틀리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하지만 비명계에서는 이들 여전사에 대해서도 마뜩찮은 평가를 내놓고 있다. 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설훈 의원은 임 전 실장의 공천 문제에 대해 “결론은 경선을 해야 한다. 추미애가 됐든 누가 됐든 간에 경선을 해야 한다”며 “여전사 3인방 얘기하는 추미애, 전현희, 이언주. 제가 볼 때는 유일한 여전사는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이라고 단언했다.

범친문계로 분류되는 설 의원은 이언주 전 의원에 대해서는 “정체성 자체가 우리 당에 맞나, 이 의혹을 모든 당원들이 다 갖고 있을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나중에 되면 이언주 (전)의원이 이재명 대표를 저격할 거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이 전 의원의 공천 문제에 대해 비주류의 반발과 불만이 적지 않음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추 전 장관에 대해서도 설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들어서는 데 어떤 역할을 했냐?”면서 “장관과 검찰총장이었지 않냐?”라며 “그런 관계를 보면 추미애 대표는 조용히 있는 것이 최선의 정책이라고 본다”고 직격했다.

안규백 위원장이 ‘여전사 3인방’으로 지칭하며 수도권 전략공천 가능성을 언급한 3명의 공천도 이번 주 중으로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추 전 장관의 지지율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하는 실정이다.

추미애, 예상보다 낮은 지지율이 걸림돌...나경원과의 지지율 격차가 탈당한 이수진보다 커

당초 추 전 장관은 임 전 실장 대신 중성동갑 출마가 유력했으나 지지율이 예상과 다르게 저조하자, 동작을에서 이수진 의원을 배제하고 추 전 장관 투입이 검토됐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공천이 확정된 나경원 전 의원과 판사 출신 전직 중진급 여성 의원 간 빅매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고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채널A 캡처]
[사진=채널A 캡처]

동작을에서는 그간 현역인 이 의원을 빼고 추 전 장관을 포함한 경쟁력 여론 조사가 여러 차례 실시됐지만, 경쟁력 측면에서 추 전 장관이 이 의원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7일부터 사흘간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5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 수준 ±4.4%포인트)에 따르면, 33%에 그친 추 전 장관은 44%의 지지를 받은 나 전 의원과 11%포인트 격차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이 의원(37%)을 투입했을 경우, 나 전 의원(41%)과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역 의원 배제라는 초강수까지 두면서 추 전 장관을 고려했던 지도부 입장에서는 난감한 상황에 처한 셈이다. 당 관계자는 "추 전 장관이 동작을 출마를 강하게 원하고 있지만, 내부 여론조사에서 경쟁력이 낮아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결국 민주당은 지난 22일 동작을을 전략지역으로 선정해 이 의원을 컷오프시켰다. 이에 이 의원은 강력 반발하면서 탈당했고, 이재명 대표 저격수로 변신해 민주당에 커다란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임종석의 또 다른 대안으로 검토됐던 이광재, 분당갑 공천 확정

추 전 장관의 낮은 경쟁력을 확인한 민주당은 최근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에게 서울 동작을 출마를 제안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 전 총장은 입장문을 내고 “당에서 한달 반쯤 전 험지인 경기 분당갑 출마를 제안받았고, 고심 끝에 출마 의사를 전했다. 지금 저는 분당 판교의 운명을 바꾸는 일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동작을에는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 [사진=페이스북 캡처]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 [사진=페이스북 캡처]

서울 종로 출마를 검토했던 이 전 총장은 지난 14일 경기 성남 분당갑에 출사표를 던지고 선거 준비에 나선 상태이다. 지난 25일밤에 개최된 민주당 최고위 회의에서는 성남 분당갑에 출마를 선언한 이 전 총장의 공천에 대한 의견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비명계 참석자들은 “(이 전 총장의) 공천 지역을 속히 결정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지만, 이 대표는 “공천 개입이 우려된다”며 선을 그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25일 심야 최고위에서도 결론내지 못한 이 전 총장의 공천은 2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2시간 가량 회의 끝에 경기 성남 분당갑을 전략선거구로 추가 지정하고 후보로 이 전 총장을 추천할 것을 의결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과 승부를 벌이게 된 것이다.

분당갑 예비후보로 나섰던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 김지호 전 당대표 정무조정부실장은 컷오프(공천배제)됐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최측근 대신 당내 비명계로 분류되는 이 전 총장을 공천한 건 최근 커지는 당내 ‘공천 파동’을 가라앉히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날 의결로 사실상 컷오프(공천 배제)된 김지호 전 부실장은 페이스북에 “(이 전 총장이) 아직 공천장 받은 건 아니니 저는 약속대로 선거운동을 하고 전략공관위 사항에 대해 후보로서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적었다.

27일 매듭지어질 임종석 공천 여부, 향후 민주당내 권력지도에 지대한 영향 줄 듯

전략공관위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공천 여부에 대해서는 이날도 매듭짓지 못했다. 안 위원장은 “중성동갑의 경우 심도 있는 논의가 있었지만, 오늘 결론 내지 않고 추가로 계속 회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26일 민주당 최고위 회의에 불참한 고민정 최고위원은 2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임 전 실장을 중성동갑에) 공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까지 왔다. 임종석이라는 인물로 보지 말고, 그 지역에서 누가 이길 수 있는가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 최고위원이 민주당 최고위 회의에 불참함으로써 사실상 당무를 거부한 배경에 임 전 실장 문제가 관련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관측된다.

위원장은 “시간적으로나 여러 가지 전략적으로 판단했을 때 더 이상 시간이 지체될 이유가 없다. 아마 내일(27일) 정도는 결론 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혀, 민주당 공천 파동이 분수령을 맞게 될지 주목된다. 추 전 장관 등 여전사 3인방의 거취와 맞물린 임 전 실장 공천 여부는 4.10총선 결과뿐만 아니라 민주당내 권력지도 향배를 좌우할 중대변수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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