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더불어민주당이 제7차 공천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21개 지역구를 대상으로 한 이번 심 사에서도 예외없이 ‘친명횡재’, ‘비명횡사’의 기류가 역력했다. 17개 단수공천 지역 중 비명계는 정책위의장인 이개호 의원만 이름을 올렸을 뿐, 나머지 16개 지역구는 대부분 친명계 의원들이 차지했다.

더불어민주당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공천심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4.2.23.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공천심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4.2.23. [사진=연합뉴스]

7차에서 단수공천 받은 민주당 후보 17명 중 16명이 친명계...이개호만 비명계

정청래(3선·서울 마포을)·서영교(3선·서울 중랑갑)·권칠승(재선·경기 화성병)·이개호(3선·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김태년(4선·성남수정)·백혜련(재선·수원을)·김영진(재선·수원병)·이재정(재선·안양동안을)·강득구(초선·안양만안)·민병덕(초선·안양동안갑)·한준호(초선·고양을)·김용민(초선·남양주병)·문정복(초선·시흥갑)·김승원(초선·수원갑)·유동수(재선,인천계양갑)·위성곤(재선·서귀포시)·김한규(초선·제주을) 의원 등 17명이 단수 공천을 받았다.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이날 현 지역 단수공천으로 발표한 현역 17명은 대부분 지도부 소속이거나 강성 친명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이다. 정청래, 서영교 최고위원은 그 동안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등 당 관련 주요 사안마다 이 대표를 적극 엄호해 온 친명계다. 김영진 정무조정실장도 이 대표 최측근 모임인 ‘7인회’ 출신으로, 원조 ‘찐명’으로 분류된다.

한준호 의원은 지난 대선 때 이 대표 수행실장을 맡았던 친명계이고, 김태년‧이재정‧백혜련‧강득구‧김승원‧김용민‧문정복 의원 친명 현역들이 대거 단수공천을 받았다. 특히 김승원 의원은 2021년 국회의장을 향해 욕설을 연상시키는 ‘GSGG’ 표현을 사용해 논란이 된 바 있다. 김용민 의원과 문정복 의원 등은 당내 강성 초선 모임 ‘처럼회’ 소속이다.

반면 경선 지역 4곳은 모두 비명계 현역 의원과 친명 원외 인사 간 치열한 승부가 펼쳐질 전망이다. 충북 청주흥덕의 경우 친문 도종환(3선) 의원과 이연희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이 붙고, 경기 고양정에서는 이용우(초선) 의원과 김영환 전 경기도 의원이 경쟁을 벌일 예정이다.

대전 대덕의 경우에도 박영순(초선) 의원과 박정현 최고위원이 맞붙게 됐고, 광주 서구갑의 경우 송갑석(재선) 의원과 조인철 전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이 경선을 치를 예정이다. 특히 의원 평가 하위 20%의 당사자로 커밍아웃을 한 송갑석(재선‧ 광주 서구갑) 의원과 박영순(초선‧ 대전 대덕) 의원이 경선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제7차 공천 심사 결과 비명계로는 이개호 의원 단 한명만 공천을 받았다는 점에서, 이재명 사당화의 속도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친명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찐명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친명과 찐명은 ‘이재명 대표와 총선 주자들 간 친분 관계’를 기준으로 세분화해 구분되지만, 외부에서는 정확히 그 내막을 파악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 대표는 22대 총선을 통해 친명보다 찐명으로 물갈이를 하고, 잠룡들은 공천에서 배제시켜 당내 견제세력 없이 다음 대선까지 독주하겠다는 속셈인 것으로 분석된다.

‘찐명’보다 쎈 이재명 호위무사들, 현역 의원과 1대1 경선 ‘특혜’ 받아

특히 찐명보다 더 쎈 호위무사로 등장한 ‘이재명 변호단의 경선행’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21일 발표된 4차 심사 결과 이 대표의 변호인단이 현역 의원과의 1대1 경선이 확정된 것이다. 대장동 사건을 비롯해 이 대표 및 최측근이 연루된 각종 사건의 변호사로 활동한 호위무사 중 박균택 변호사(광주 광산구갑), 조상호(서울 금천구) 변호사, 임윤태(경기도 남양주갑) 변호사 등이 경선 대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에서 '쌍방울 그룹 대북송금' 의혹 관련 조사를 마친 후 나오고 있다. 오른쪽은 박균택 당대표 법률특보. 2023.9.12.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에서 '쌍방울 그룹 대북송금' 의혹 관련 조사를 마친 후 나오고 있다. 오른쪽은 박균택 당대표 법률특보. 2023.9.12. [사진=연합뉴스]

이 대표 변호인단 소속 박균택 당대표 법률특보는 현역인 이용빈 의원과 맞붙는다. 광주고검장 출신인 박 특보는 지난해 이 대표 변호인단에 합류해 검찰 출두 시점을 조율하고 실제 출석 시 조사에 입회하는 등 수사 초기 단계부터 변호를 맡아왔다.

조상호 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기상 의원과 경선을 벌인다. 금천구에는 총 7명의 예비후보가 출마했는데, 7대 2의 경쟁률을 뚫은 셈이다. 조 위원장도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인이다.

이 대표의 최측근이자 최근 1심 선고를 받은 김용 전 민주연구원장의 변호인이었던 임윤태 변호사도 남양주갑에서 최민희 전 의원과 대결한다. 임 변호사는 지난 대선에서 이 대표의 법률 특보를 지낸 바 있다. 최 전 의원 역시 친명계로 꼽히지만, 임 변호사와 경선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일각에서는 이들을 단수 공천한 것도 아니고, ‘현역 의원과의 경선이 무슨 특혜냐?’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하지만 이들 변호인단은 신인이기 때문에 가점을 받게 되므로 유리한 면이 있다. 게다가 3인 경선도 아니고 1대1 경선은 혜택일 수밖에 없다.

이재명 호위무사들, 신인 가점 받고 지지층 결집하면 경선에서 유리

게다가 임 공관위원장이 광주 광산과 금천구를 콕찝어 ‘빅매치’라고 평가한 점도 논란을 부르고 있다. 임 위원장은 용인병과 서울 용산을 포함해 “빅매치 경선 지역을 발표하겠다”며 현역 의원과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균택 변호사와 조상호 변호사를 띄운 것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대장동 특혜 공천”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현역 의원과 1대1을 붙인다는 것은 사실상 신인에게 가점이 있는 제도”라며 “여러 예비후보가 난립한 가운데 3인 경선도 아닌 2인 경선의 기회를 주는 것은 공치사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22일 채널A에 출연한 최수영 평론가는 “지지층에게 신호를 주는 것”이라며 “여론조사 50%와 권리당원 투표 50%로 (경선을) 가는데, 권리당원 투표는 실질적으로 강성 당원들이 많다. 공관위가 1대1 구도가 형성됐다고 홍보를 하면, (강성 당원들이) 집결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결국 공관위가 실질적으로 홍보를 하고 있는 ‘변호인단’이 현역보다 훨씬 유리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최 평론가는 “여론조사 역시 정치 고관여층이 주로 응답을 하게 되는데, 이런 구도는 신인에게 매우 유리하다”면서 “최종적인 결과는 두고 봐야겠지만, 이 세 명(변호인단)은 아마 전부 공천장을 받을 가능성이 90% 이상 된다”고 전망했다.

한동훈, “이재명 등의 변호인 공천은 대장동식 공천을 넘어 변호사비 대납 공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2일 '대장동 변호인단'의 공천 특혜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사진은 22일 채널A 방송 화면. [사진=채널A 캡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2일 '대장동 변호인단'의 공천 특혜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사진은 22일 채널A 방송 화면. [사진=채널A 캡처]

공관위에서 이들을 대놓고 홍보한다는 사실보다 더 큰 문제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지적에서 찾을 수 있다. 한 위원장은 이들의 경선이 확정된 다음날인 22일 비대위 회의에서 “대장동 이재명, 정진상, 김용 등 피고인들의 변호인들이 민주당 공천에서 하나같이 순항 중이라는 보도를 봤다”며 “보통 이런 범죄 행위를 방어하는 변호인들은 그 범죄 혐의의 내막을 잘 알기 마련이고, 이 대표 입장에서는 무서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천의 공천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이들의 경선행을 사실상의 공천으로 보고 “공천으로 자기 범죄의 변호사비를 대납하는 것으로, 단순한 대장동식 공천을 넘어 변호사비 대납 공천”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대장동 변호사, 종북 통진당 후신들이 모여 다수화돼 입법독재하는 국회를 생각해보라. 정말 끔찍하다. 그것을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했다.

서정욱 변호사, “싸게 변호해주고 공천 특혜가 있다면 추악한 매관매직”

서정욱 변호사 역시 22일 채널A에서 “고검장 출신 전관들 변호사비가 상당히 비싸다. 그런데 통상적인 금액보다 싸게 변호해 주고, 대가로 공천에서 어떤 특혜가 있었다면 이것이야말로 추악한 매관매직이고 변호사법 위반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연이어 서 변호사는 “얼마에 선임했는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 변호사는 “요즘 법조계에서는 우스갯소리로 ‘친명 위에 찐명 있고, 찐명 위에 변호사 있다’는 말이 있다”며 “변호사들은 이재명 대표의 모든 걸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남은 재판에서도 그 변호사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그 변호사들을 공천했다는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