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PD출신 李모 객원교수 "그거 아무리 해도 안 고쳐줘"...정당한 이의제기 차단될 우려
수업중 좌편향 다큐멘터리 사례 위주 교육 내용 지적받기도
해당 교수 "성적 이의 제기 전에 수업태도 되돌아보란 취지의 발언"
"(문제제기한) 학생 누군지 알고 있는데 밝혀서 가만히 안있을것"
편향성 지적에는 "현재 벌어지는 실상 설명하기 위해 든 사례들"

명지대학교에서 객원교수가 학생들에게 성적 이의제기를 하지 말라는 다소 고압적인 언행을 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해당 교수는 "어떤 자세로 수업을 받았는지 되돌아보라는 취지였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12일 펜앤드마이크(PenN) 취재 결과 명지대 디지털미디어학과 이모 객원교수(63)는 지난 6월 2018학년도 1학기 기말고사 이전의 강의시간에서 “성적 이의 제기는 하지말라”며 “이중에 틀림없이 (이의 신청하는 사람) 있을거야. 그거 아무리 해도 안 고쳐줘”라고 말했다.

해당 내용이 담긴 녹취파일을 올린 유튜브 화면 캡처
해당 내용이 담긴 녹취파일을 올린 유튜브 화면 캡처

투정섞인 교수의 발언에 학생들은 농담으로 웃어넘기는 분위기도 존재했으나 교수가 여러 차례 ‘성적 이의 제기’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는 발언을 한 것과 관련해 시비 논란이 일었다. 학생들의 ‘정당한 이의제기’조차 묵살되는 분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학교가 공식적으로 매학기 이의제기 신청기간을 정하여 학생들에게 고지하는 학내 시스템에도 반(反)할 뿐더러, 이의 제기 신청이 교수에게 불편하게 인식돼 불이익으로 이어질까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또 "이 중에서 반드시 A학점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 이유를 적어서 나한테 줘보라"고 말했다. 이에 교수가 직접 개별 사유서를 요구하는 것은 공정한 평가 절차 외에 추가 외적인 요소나 감정이 성적 평가에 영향을 미쳐 공정성을 해칠 여지가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자신이 해당 수업을 들었다고 주장한 한 학생은 지난 4일 페이스북에 익명으로 <학교 및 총학에 건의>라는 글을 통해 "시험 성적과 과제물 점수 등 객관적인 성적 지표를 종합적으로 합산하여 공정하게 평가하는 것은 성적 평가의 기본이자 교수의 의무인데, 누구보다 공정하게 성적을 평가해야할 교수가 학생들 앞에서 대놓고 저런 발언을 한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교수의 발언을 문제삼았다.

이어 “‘성적 이의 신청’은 학칙에서 보장하고 있는 학생의 정당한 권리”라며 “이의 신청을 금지시키는 문제의 소지가 다분한 발언에 대해 교수에게 이의를 제기했으나 어떠한 답변도 없었고, 심지어 이의신청 기간이 시작되었음에도 2주가 넘도록 메일을 확인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KBS에서 PD생활을 했으며 언론노조(새노조)-KBS 지역방송국 총국장을 지낸 바 있는 해당 객원교수는 ‘다큐멘터리와 저널리즘’이라는 주제의 수업에서 ‘다이빙벨’ ‘자백’ ‘저수지게임’ ‘그날, 바다’ ‘공범자들’ 등 특정 성향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사례로 들거나, 보여주며 수업의 편향성을 지적받기도 했다. 편향적인 진영 논리에 입각했다는 논란이 있는 다큐멘터리 사례 위주로 수업에서 노출되는 것은 사회적 이슈에 한창 관심을 갖는 대학생에게 다양한 생각의 길을 열어주기보다 교수가 의도하는 특정 사고로만 이어질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한 학생은 “김어준과 주진우를 마이클 무어와 같은 인물이라고 추어올리며 객관적 언론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분이 정작 본인은 정반대의 행동을 하는 것이 어이없다”고 꼬집었다.

교수에게 상대적으로 을의 관계에 있을 수 밖에 없는 학생들로서는 ‘이의신청 제기말라’는 언행은 교수의 의도와 상관없이 ‘이의제기’를 침묵시키는 분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학생들은 성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수업에 비판적 사고로 접근하기보다는 교수가 제시한 사례들을 그대로 수용하기 쉬운 만큼, 교수의 사고관이 학생들에게 그대로 이어질 우려도 적지 않아 교육용 사례 선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해당 이 모 교수는 PenN과의 통화에서 "말도 안된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논란이 된 발언에 대해서 "얘기를 앞뒤 자르고 편집한 것"이라며 "성적 이의제기 이전에 어떤 자세로 수업을 받았는지 되돌아보라는 취지에서 말한 것이며 많은 학생들이 그렇게 들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업을 들은 다른 학생들에게 들어보면 정확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실제 해당 페이스북 게시글에는 '게시글이 과도하게 프레이밍된 부분이 있다'며 교수를 두둔하는 댓글도 올라왔다.

이 교수는 “취재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많은 학생들이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아니고, 수업도 잘 들어오지 않고 태도가 극히 불량했던 한 학생이 자신의 불만을 토로하며 그렇지 않은 학생들까지 선동하는 목적으로 글을 올려서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며 “(자신도) KBS 있었을 때 ‘추적60분’ 같은 곳에서 취재도 해보고 다 해봤던 사람인데, 이런 사안 자체가 무슨 취재하실 가치가 있겠냐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항의하는 메일에 2주간 답장이 오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메일을 보냈다고 하지만 직접 확인해본 결과 메일이 오지 않았으며, 개별적인 항의 연락도 없이 있다가 성적 채점이 끝나고 나니 문제를 제기한다"며 “(오히려) 나름대로 열심히 강의를 한 선생에게 얘기조차 없이 글을 올리는 것이 선생에게 할 도리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강의 중 활용한 다큐멘터리 사례들의 편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과거 다큐멘터리보다 현재 벌어지는 실상을 설명하기 위해 든 사례들"이라며, “공범자들이란 다큐멘터리를 보여준 것도, 지상파들이 십여년간 제기능을 못하다보니 극장 등에서 비리 고발하는 현상(무비 저널리즘)이 생겼다. 지상파들이 정신차리고 본연의 기능을 수행해야한다는 당위성을 말하는 과정에서 든 사례"라고 반박했다. 이어 강의에 주관이 포함됐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정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교수는 "그 학생이 누구인지 알고 있는데 밝혀서 가만히 안 있을 것이다. 가만히 있는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틀림없이 다른 강사도 이런 일을 겪을 수 있을 것 같다"고도 했다. 그는 기자가 언급한 페이스북글과 관련해 “외부인에게 공개되지 않은 SNS에 존재하는데 어떻게 알았냐”, “그 친구랑 전화했냐”며 기자에게 취재원을 여러번 따져묻기도 했다. 그러나 교수의 말과 달리 공개된 페이스북계정 ‘명지대학교 대나무숲 LTE’에 전체 공개 게시글로 올라와있다. 또한 ‘취재도 해봤던 사람’이라고 강조하던 모습과, 취재원 공개를 압박하는 서로 상충되는 모습도 보였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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