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을 시작으로 ‘하위 20%’ 혹은 ‘하위 10%’ 평가를 통보받은 의원들의 커밍아웃이 이어지고 있다. 김영주 의원은 모멸감을 이기지 못한다며 탈당을 했지만, 다른 의원들은 당내에 남아 경선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채널A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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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위 10~20% 평가를 받았다고 공개한 민주당 비명계 의원은 6명, 김영주만 탈당

민주당은 지난 19일부터 현역 평가 하위 20% 의원들에게 개별적으로 통보를 시작했다. 현재 하위 10~20% 평가를 받았다고 공개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명이다. 김영주(4선‧서울 영등포갑)‧ 박용진(재선‧서울 강북을)‧ 윤영찬(초선‧경기 성남중원)‧ 송갑석(재선‧광주 서갑)‧ 김한정(재선‧경기 남양주을)‧ 박영순(초선‧대전 대덕) 의원이다.

의원평가 하위 20%에 속하면 경선 승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하위 10~20% 의원들은 경선 득표율의 20%를 감산하고, 하위 10% 의원들은 30%를 감산한다. 경선 상대방이 신인이라면 가산점까지 받게 돼, 신인 가점과 하위 감점이 맞붙을 경우 컷오프(공천 배제) 당한다고 봐야 한다.

민주당에서 하위 10~20%에 해당하는 의원은 31명으로 알려진다. 그중 커밍아웃을 한 6명의 의원들은 ‘친명 비명 갈라치기’에 반발하면서도 ‘이재명의 사당화를 막기 위해서’ 공개를 한다고 밝혔다.

박용진, 윤영찬 등 현역의원 5명은 ‘치욕적 결과’ 공개하면서도 ‘경선’ 참여할 듯

하위 10% 통보를 받은 박용진 의원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 치욕을 공개하는 이유는 민주당이 어떤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는가를 드러내고 당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이 경각심을 가지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송갑석 의원은 21일 “지난 대선에서 누구보다 간절하게 이재명과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뛰었다”면서 “그렇지만 친명과 비명의 지독한 프레임은 집요하고 거침이 없었다”고 반발했다.

박영순 의원도 21일 “선출직 공직자 평가 하위 20%를 비명계 의원들로 채워놓고, 친명-비명 갈라치기가 아니라고 하는 것도 말장난에 불과하다”면서 “대대적인 공천 학살을 자행하면서도 내부 분열은 안 된다고 말하는 것도 참으로 뻔뻔하기 그지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이재명 대표의 사당화된 민주당이 저를 죽이려 할지라도 결코 굴하지 않고 살아남겠다”고 밝혔다.

김한정 의원 역시 21일 “재심 신청해놨는데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면서 “저는 이미 부당함과 불공정함 감수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윤영찬 의원도 20일 "어제 임혁백 공관위원장으로부터 하위 10% 통보를 받았다"며 "민주당을 지키려는 길이 순탄치 않으리라 각오했지만 하위 10%라는 결정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윤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당 당무감사와 의원평가에 정량적으로 평가될 수 있는 항목은 모두 초과 달성해 제출했다"며 "그런 노력에도 하위 10%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실을 밝히는 데 전혀 주저함이 없다. 부끄럽지도 않다. 오히려 후련하고 당당하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채널A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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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위평가를 받은 6명의 의원은 모두 비명계로 분류된다. 이들이 ‘하위평가’를 받았다는 사실을 당당하게 공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경선 과정에서 하위평가 받은 사실을 공개할 경우, 의정활동을 못했다는 낙인 효과가 발생해 경선에서 마이너스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탈당 안한 5명, 경선 참여해 ‘명예회복’ 시도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당한 김영주 의원을 제외한 5명의 의원이 ‘하위평가를 떳떳하게 드러낸’ 배경과 함께 ‘향후 탈당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에 대해 22일 YTN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한 조기연 민주당 법률위 부위원장은 “어떤 의도와 목적이 개입돼 있는 불공정한 공천이라는 점을 밝히고, 경선을 통해 명예회복도 하겠다는 것이 경선 전략상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불이익한 처분을 받고 있고 의도가 개입된 공천이라는 것을 오히려 드러내는 것이 당장의 경선 상에서도 그나마 해볼 수 있는 여지를 만들고. 이후에 정치를 하는 데 있어서도 그럴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조 부위원장은 덧붙였다. 따라서 김영주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5명은 탈당을 하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함께 출연한 정광재 국민의힘 대변인은 하위 20%에 있는 분들이 자신있게 커밍아웃한 배경에 대해 “나는 양심수다. 잡범이 아니다. 반(反)이(재명)의 기치를 들었기 때문에 하위 20%에 속했을 뿐, 의정활동은 완벽하게 잘했다라는 자신감이 있는 분들이 자신이 양심수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진=채널A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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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정 대변인은 이들이 추가 탈당을 할 것 같지는 않다고 내다봤다. 30% 감점을 받더라도 경선에서 이길 확률이 높다는 점을 들었다. 박용진 의원이 득표율의 30%를 감산 적용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그 지역에서 튼튼히 지역을 다졌다면, 수성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따라서 향후 당내 상황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고민을 할 것 같다고 진단했다.

박용진, 김한정이 요청한 재심 신청은 하루만에 기각돼...경선 참여 효과 있을까?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들의 당내 잔류와 경선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신지호 전 의원은 20일 유튜브 ‘어벤저스 전략회의’에서 “박용진 의원이 ‘비록 손발이 다 묶인 경선이지만 당에 남아 승리해 누가 진짜 민주당을 사랑하는지 보여드리겠다’는 각오를 밝혔는데, (이재명 대표가) 이럴 줄 몰랐냐?”고 지적했다. 박 의원이 당에 남아 경선에 임하겠다고 비장함을 드러내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과연 정치적으로 어떤 효과가 있겠냐는 지적이다. 따라서 박 의원의 선택에 대해 답답하다고 평가했다.

게다가 박용진 의원과 김한정 의원이 요구한 재심 신청도 하루만에 기각됐다. 박용진 의원은 22일 현역 의원 하위 10% 평가를 받고 당에 재심을 신청한 결과, 기각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22일 공천심사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민주당은 현역의원 평가 결과 하위 10%에 든 박용진 의원의 재심 신청 청구를 기각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22일 공천심사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민주당은 현역의원 평가 결과 하위 10%에 든 박용진 의원의 재심 신청 청구를 기각했다. [사진=연합뉴스]

박 의원은 21일 제출한 재심 신청서에서 "각 평가 기준을 공개하고 정량 및 정성평가 점수를 공개할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며 "의정 활동과 기여 활동, 공약 이행과 지역 활동 어느 항목에서도 평가 대상 168명 중 하위 10%라는 판단에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공관위는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 평가결과에 명백한 하자가 존재하는지 심사 절차를 밟은 결과,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재심 신청을 기각했다"며 "안내드린 바와 같이 경선에 참여하실 시, 본인이 얻은 득표수의 30% 감산이 적용된다"고 했다.

박 의원은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관위의 기각 통보에 대해 "공관위가 오후 2시에 열리는 것으로 아는데, 논의도 되기 전에 재심 신청 결과가 나온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느냐"고 말했다. 박 의원이 공관위의 재심 결과를 받아든 것은 22일 공관위 회의 직전인 오후 1시경으로 알려진다.

박 의원은 "이것이 당의 절차인가. 말도 되지 않는 일"이라며 "민주당의 '시스템 공천'이라는 자산을 위해서는 관련 자료, 평가위원들의 각 평가점수들이 모두 공개되고 어떤 기준에 의한 것인지 명확히 밝혀져야 하고, 신청자에게 소명의 기회도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그런 소통은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엉뚱한 말로 김영주 위로했지만 당내 반발 묵살 의지를 분명히 해

하지만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 내의 이런 반응과 잡음에 전혀 개의치 않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 대표는 지난 20일 페이스북에서 하위평가를 받은 김영주 의원을 “존경한다”면서 “제 개인이 주관적으로 점수를 드렸다면 부의장님은 분명 좋은 평가였을 것”이라고 위로했다. 자신과 공관위 평가는 서로 다르다는 엉뚱한 주장을 편 셈이다.

이 대표는 “하위평가를 받은 분들이 불만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면서도 “이를 두고 친명 반명을 나누는 것은 갈라치기”라고 강조했다. 하위 평가자들의 당연한 불만을 내부 분열로 왜곡해서는 안 된다는 당부의 말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앞으로 더 많은 원망이 나올 것도 잘 알고 있다. 모든 원망은 대표인 제게 돌려라. 온전히 책임지고 감내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공천과 관련해 당내에서 제기되는 반발을 개의치 않고, 계속 자신의 뜻대로 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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