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로 제22대 국회의원 총선 D-48. 여야는 총선이라는 시장에서 국민들에게 내놓을 상품(商品)인 후보 공천작업이 한창이다.

공천작업이 중반을 지나 종반으로 치닫는 현재 22대 총선공천 양상을 가장 잘 보여주는 말은 더불어민주당 공천에서 친이재명계는 살아남고, 비명 또는 친문계는 탈락위기에 놓였다는 비명횡사(非明橫死)다.

뜻밖의 사고를 당해서 제 명대로 살지 못하고 죽는다는 뜻의 비명횡사(非命橫死)라는 말을 절묘하게 패러디했다. 이재명 대표 계열의 친명계는 무사하다는 의미로 친명횡재(親明橫財)라는 말과 댓구로 사용되고도 있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의 친명계 지도부는 비명계 솎아내기, 비명횡사(非明橫死)라는 말에 대해 혁신에 따른, 감당해야만 하는 부작용이라고 말한다. 이 대표의 핵심 측근인 정성호 의원은 “본인이 시험을 잘못 봐놓고 답안지 타령하는 식”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애당초 민주당의 현역 의원평가에서 당원들의 의원에 대한 평가점수, 즉 여론조사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에 이재명 대표의 극성 지지자, ‘개딸’류가 많은 당원 분포상 예견됐던 일이다. 답안지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비명계 의원들에게는 풀기 어려운 문제가 출제된 셈이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비해 정당지지도가 밀리는 상황에서 비명횡사(非明橫死)의 등장은 총선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지지자들의 실망과 더불어, 비명계 의원들이 민주당을 탈당해서 이낙연 조국 신당으로 대거 이동할 경우, 야권분열로 국민의힘에 엄청난 반사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 뻔하다.

이재명 대표와 측근들에 의한 이같은 ‘비명 쳐내기’는 이 대표의 당권유지와 방탄(防彈), 차기 대권 재도전 의지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공통된 분석이다. 총선에서 승리해서 제1당이 되는 것 보다는 4·10 총선 이후에 어떤 민주당을 만들 것이냐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친명계 지도부의 현재 행보는 4년전 21대 총선에서 제1야당을 이끌었던 당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보수세력과 우파정당이 와해된 상황에서, 황교안 전 대표는 총선 1년전 자유한국당 대표라는 구원투수를 맡아 정치에 입문했다. 당시로서는 국민들의 가장 높은 지지를 받는 야권의 대권주자이기도 했다.

총선을 앞두고 황교안 대표는 김형오 전 국회의장을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영입해서 상당한 권한을 부여했다. 김형오 위원장은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때 벌어진 친이-친박간 계파싸움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및 보수궤멸을 부른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는 점에 착안해 친이 또는 친박 계파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대부분 공천에서 배제, 컷오프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당시 황교안 대표의 측근들은 그가 2년 뒤 대선에 출마해야 하는 점을 감안, 추후 대권가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믿을만한 사람들을 대거 공천해서 ‘친황교안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당시 미래통합당의 총선후보 공천은 대부분 경선으로 결정됐고, 황교안 대표의 낙하산 공천이라고 지목되는 후보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이었던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후보 또한 당 대표를 맡겼던 한선교 의원이 자기 마음대로 순번을 정하는 이른바 ‘한선교의 난’으로 엉망진창이 됐다. 이를 수습하고 다시 만든 비례대표 상위순번 명단에도 황교안 대표의 대권가도를 고려한 인사는 없었다.

당시 미래한국당 비례대표는 19명이 당선됐는데, 상위순번이었던 윤주경 윤창현 한무경 이종성 조수진 조태용 정경희 신원식 조명희 박대수 김예지 등 그 누구도 “황교안 대표 때문에 국회의원이 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황교안 대표가 지난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서 최종후보까지 가지 못하고 중간에 컷오프됐던 상황이 이를 잘 보여준다.

현재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측근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민주당이 앞장서서 막아주는 방탄과 차기 대선 재도전이다.

일반 직장에서 간부들을 상대로 “일 잘하고 유능한 사원과 일은 좀 못해도 말을 잘 듣는 사람중 누구를 더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거의 대부분은 ‘말 잘듣는 사람’을 선택한다. 지금 이재명 대표와 그 주변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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