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4.10총선 ‘밀실공천’ 논란에 휩쓸리면서 최악의 리더십 위기를 향해 치닫고 있다. 비명계 뿐만 아니라 친명계 일각에서도 불만이 폭발하면서 이재명 대표의 2선 후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양상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회의 속개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회의 속개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기도팀’이 민주당 공식 조직도 모르는 ‘이상한 여론조사’ 실시...친명계도 물먹는 사태 벌어져

이번 공천파동을 거치면서 이 대표가 의사결정을 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찐명 그룹’이 가동되고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기존의 ‘친명계’와 ‘비명계’의 이분법으로는 현재 진행 중인 민주당내 공천과정을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친명계 현역의원들이 찐명 그룹에 의해 물을 먹는 사태가 빈발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가 성남시장 및 경기도지사를 지낼 때부터 측근 역할을 했던 ‘경기도팀’이 당의 공식 조직도 파악하지 못하는 경로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사실상 공천권을 행사한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경기도팀’은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실장이 지휘한다는 관측도 흘러나오고 있다. ‘정진상의 옥중공천론’이 설득력을 얻을 정도로 민주당의 공천 난맥상은 심각하다.

이 대표가 22대 국회에서 자신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보호막 역할을 해줄 ‘찐명 친위부대’를 집중적으로 공천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문학진, “정진상 친구인 안태준 공천주려고 ‘해괴한 여론조사’ 실시”

친명계 문학진 전 의원이 지난 14일 친명계 항명사태의 도화선을 당겼다. 문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경기 광주을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터무니없는 이유로 불출마 종용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문 전 의원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는 지난 1월 27일 전화를 걸어와 대뜸 “경기 광주을 후보적합도 조사를 한 결과 ‘형님(문학진)’이 꼴찌했대요”라면서 “‘안태준 31%, 신동헌·박덕동 11%, 형님이 10% 나왔다’고 했다”고 전했다. 문 전 의원이 터무니 없는 수치라고 항의하자 이 대표는 문 전 의원의 나이(만 69세)를 거론하며 재차 불출마를 종용했다.

문 전 의원은 이 대표와 통화를 마친 뒤 안규백 전략공천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당에서 여론조사를 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으나 안 위원장은 “없다. 경기도가?”라고 되물었다고 주장했다. 안 위원장이 언급한 경기도는 이 대표 비선조직인 ‘경기도팀’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안태준 예비후보를 경기 광주을 후보로 낙점하기 위해 1등과 4등이 뒤바뀐 적합도 조사를 만들어냈다는 게 문 전 의원의 주장이다. 안 예비후보는 이 대표의 성남시장·경기도지사 시절 성남산업진흥재단 이사, 경기주택도시공사 부사장 등을 지냈다. 원외 친명 핵심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 소속이면서 정진상 전 실장의 친구로 알려져 있다.

경기도팀 작업방식은?...현역의원이나 유력 경쟁자 제외하고 원외 찐명 후보 중심으로 여론조사 실시

지금까지 드러난 경기도팀의 작업방식은 황당하다. 현역의원이나 유력 경쟁자를 배제하고 경기도팀이 미는 원외 찐명 후보를 중심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방식이다. 찐명 후보를 공천하기 위해 최소한의 공정성마저도 보장하지 않는 방식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여론조사 자체에서 배제된 친명계 의원이 격렬하게 반발하면서 이재명 대표의 사퇴까지 요구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문학진 전 의원. [사진=TV조선 캡처]
문학진 전 의원. [사진=TV조선 캡처]

문학진 전 의원은 19일 TV조선 유튜브 강펀치에 출연해 "전국 곳곳에 초현실주의적인 여론조사가 진행되고 있고, 비정상적인 결과를 가지고 비명계 인사들에게 이 대표가 불출마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나뿐만 아니라 서울 지역의 전직 의원 A씨에게도 이 대표가 전화로 '여론조사 결과 다른 후보를 단수 공천해야겠다'며 출마 포기를 사실상 요구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전 의원은 “전국 곳곳에서 '해괴한 여론조사'가 진행 중”이라면서 "경기 광주을에서 각 지표에서 1·2위를 보이고 있는 두 후보를 제외하고 3·4위 후보만 넣어 조사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경기 광주을뿐만 아니라 경기 하남 두 곳, 서울 성북을, 전남 여수을·순천갑 지역에서도 같은 조사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이들 여론조사는 비명계 의원은 배제하고 친명계 원외 인사들만 대상으로 했다는 것이다. 예비후보 등록 자체를 하지 않은 친명계 인사들을 넣은 지역구 여론조사도 적지 않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 대표나 정진상팀이나 경기팀들이 친위 부대들의 공천을 위해 밀실에서 조작 여론 조사를 하는 건 '소탐대실'하는 일"이라고 맹공격했다.

문학진 주장은 사실로 드러나...이인영, 홍영표, 송갑석 등이 제외된 후보적합도 조사 실시돼

문 전 의원의 주장은 속속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 지난 주말 이인영(4선·서울 구로갑)·홍영표(4선·인천 부평을)·송갑석(재선·광주 서갑) 등 친문(친문재인) 현역 의원이 다수 제외된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가 실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선의 기회조차 주지 않고 공천탈락을 시킬 경우 비명계 중심의 대규모 탈당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송갑석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요 며칠 내 지역구에서 여성 후보를 내세운 정체불명의 여론조사 2건이 진행되고 있다"고 폭로했고, 홍영표 의원은 1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상한 여론조사 때문에 당이 굉장히 혼란스러운 것 같다"며 "민주당이 사천을 한다고 하면 국민들은 외면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비명계 의원은 "시스템 공천을 부르짖던 지도부가 결국은 조작된 여론조사로 친문 현역들을 컷오프 하려 하는 것 아니냐"면서 "그 자리에 도전하는 신진 인사들 면면을 보면 죄다 친명계 일색"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명 강경파 이수진도 여론조사에서 제외돼?...“이재명 대표와 안규백 위원장은 2선후퇴하라”

[사진=채널A 캡처]
[사진=채널A 캡처]

친명 강경파 초선 모임 '처럼회' 소속인 이수진(서울 동작을) 의원은 지난 18일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의 경쟁 상대로 자신이 아니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넣은 최근 여론조사를 밀실공천의 사례로 의원 단체대화방에 공개했다. 나아가 이재명 대표와 안규백 전략공관위원장을 겨냥해 “더 이상 공천에 능력도 신뢰도 없으니 2선으로 물러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진 의원은 민주당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용산, 이언주 전 의원을 중·성동갑,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동작을에 전략공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취지의 기사를 공유하기도 했다. 이수진 의원은 “험지에서 1~2% 차이를 두고 격전을 벌이고 있는데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지역구와 무관한 사람을 여론조사 돌리니 당연히 힘이 빠진다”면서 “시스템 공천이라고 믿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전략지역구도 (아니고) 경선 지정도 안 한 (지역에) 제3의 인물을 자꾸 넣어서 여론조사를 하니 이런 보도가 다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추 전 장관은 예상보다 지지율이 낮게 나와서 동작을, 용산 등 다양한 수도권 지역구에 여론조사를 넣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가 사천 의혹 부정한 19일 김영주 국회부의장은 ‘이재명 사당화’ 비판하며 탈당

민주당 지도부는 사천(私薦) 의혹을 단호하게 부정했다. 당 공보국을 통해 "비공식 회의에서 공천 논의를 했다는 모 언론의 기사는 사실이 아니다. 이재명 대표는 비공식 실무회의를 지시한 바 없고, 실무회의가 열린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도 "내부적으로 확인했지만, 그런 회의에 참석한 분들을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19일 하위 20% 통보를 받은 국회부의장인 김영주(4선·서울 영등포갑) 의원이 "나에 대한 하위 20% 통보는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사당으로 전락했다고 볼 수 있는 가장 적나라하고 상징적인 사례"라며 탈당을 선언하는 등 내홍이 격화되는 조짐이다. 김 부의장의 경우, 김종민(재선)·이원욱(3선)·조응천(재선) 의원에 이어 총선 국면에서 빚어진 4번째 현역 의원 탈당이다.

[사진=채널A 캡처]
[사진=채널A 캡처]

민주당 내에서 벌어지는 밀실공천 논란의 원인에 대해서는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이미 날카롭게 분석한 바 있다.

한동훈의 원인 분석= 이재명의 공천은 ‘대장동식 공천’ 혹은 ‘정진상의 옥중공천’

한 위원장은 지난 15일 문학진 전 의원 등에게 이 대표가 불출마를 통보한 것과 관련해 “(이 대표가) 이름도 모르는 경기도 출신 측근 인사를 내리꽂기 위해 사람을 제친다”며 “만약 제가 아는 사람 꽂으려고 그런 식으로 했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실 것 같나. 그건 정치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또 “이 대표가 그분들(문학진 등)을 제치고 뽑겠다는 분들은 우리 국민들이 모르고 이 대표와 정진상이 아는 분들”이라며 “그런 식의 공천을 보면서 ‘대장동 비리가 이런 식으로 일어났겠구나’ 생각했다. 정식라인을 무시하고 비선을 동원하면서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사적 이익을 취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재명과 민주당의 공천은 ‘대장동식 공천’”이라며 “그러니까 정진상 등 과거 경기도나 성남에 있었던 측근들이 아직도 저 전통 있는 공당을 좌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재명의 옥중 공천은 아닐지 몰라도 정진상의 옥중 공천처럼 되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성 친명계로 분류되는 이수진(동작을) 의원의 반발이 한 위원장의 이같은 분석의 타당성을 입증해주고 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