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신환-고민정 ‘빅매치’ 대진표 완성, 승자는?

1996년 15대 총선을 앞두고 제1 야당인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총재는 정동영 김한길 추미애 김근태 등 각계 각층의 다양한 인물을 영입했는데, 그중 추미애를 가장 애지중지했다.

대구 출신에, 그것도 판사까지 지낸 여성이 자기 발로 새정치국민회의를 찾아왔으니, 다음해 대권 4수에 나설 김대중 총재로서는 큰 ‘경사(慶事)’가 아닐 수 없었다.

입당이 확정되고 김 총재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추미애는 “어릴적부터 총재님을 존경해서 판사때는 총재님이 연설하는 행사장에 몰래 가기도 했다”고 말해 그를 기쁘게 했다.

김대중 총재는 최측근인 권노갑에게 “추미애는 무조건 국회의원을 만들어 줘야한다”면서 “전국구로 배치할지, 서울에서 가장 좋은 지역구가 어딘지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때마침, 14대 총선까지는 하나의 선거구였던 광진구가 15대 총선때부터는 갑과 을로 분구됐다. 그중 광진구 구의동 자양동 화양동으로 이루어진 광진을의 경우 권노갑 등 김대중 총재의 측근들이 “호남출신 유권자 비율이 서울에서 가장 높은, 50% 가까이 돼서 깃발만 꽂으면 당선될 것”이라고 말하는, 민주당의 ‘황금 지역구’였다.

이후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은 이곳, 광진을에서 무려 5선을 했다. 추 전 장관은 지난 총선에서는 문재인 정권의 법무부장관직을 수행하느라 출마하지 않았는데, 그 지역구를 문 전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중 가장 아끼던 사람중 한명이었던 고민정 의원이 물려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14일 오신환 전 서울시정무부시장을 이곳에 단수공천한데 이어 더불어민주당도 15일 고민정 의원을 단수로 공천함으로써 ‘광진을 빅매치’의 대진표가 짜여졌다.

4년전 21대 총선에서 고민정 의원은 50.37%를 득표, 47.82%를 얻은 미래통합당의 오세훈 후보, 현 서울시장을 이겼다. 당시 개표과정은 밤새 엎치락뒤치락하는 양상이었는데, 두 사람의 최종 득표율 차이 2.5%P는 21대 총선에서 강력하게 불었던 민주당 바람과 지역의 민주당 지지세를 감안하면, 매우 근소한 것으로 평가됐다. 서울시장을 두 번이나 역임했던 오세훈 후보의 지명도 때문이었다.

국민의힘 오신환 후보는 19, 20대총선에서 관악을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재선 의원 출신이다. 이후 오세훈 서울시장의 선거를 도와 정무부시장을 지냈는데, 오 시장의 지역구까지 물려받게 된 것이다. 지난해 국민의힘 광진을 당협위원장이 된 뒤 별다른 도전자가 없는 이 지역에서 1차로 단수공천을 받았다.

오신환 후보는 20대 시절, 대중문화 공연계에서 활동하다가 서울시의원을 거쳐 정계에 입문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고민정 의원은 KBS 아나운서 출신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부대변인으로 발탁된 뒤 대변인까지 지낸 뒤 지난 총선때 이곳에 출마, 당선됐다. 초선 의원임에도 민주당의 최고위원에 오르는 등 만만치 않은 정치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최근 민주당에서 이른바 ‘윤석열정부 탄생 책임론’을 두고 친명-친문간 공천갈등이 벌어지는 바람에 친문으로 분류되는 고민정 의원이 공천 여부가 관심거리였지만, 일찌감치 공천이 확정됐다.

전통적으로 광진을은 민주당 표심이 압도적으로 강한 지역이었지만, 2010년대 후반 이후로는 광진갑 보다 을 지역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보수정당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광진 갑에 비해 한강을 더 길게 끼고 있어 서울 시내의 아파트값 상승의 주요축인 한강변 아파트의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 지양동과 구의동 일대가 ‘강북의 강남’으로 불리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와함께 고민정 의원이 각종 현안 및 방송출연 동을 통해 민주당을 상징하는 주요 정치인 중 한명이라는 점도 이번 총선의 승부를 가를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민정 의원 본인은 586 세대, 운동권 출신은 아니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이미지와 겹치는 점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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