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취지에서 당내 ‘올드보이’들에게 불출마를 종용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 대표가 4‧10 총선을 앞둔 공천 국면에서 ‘인적 쇄신’ 의지를 담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해당 지역구에 ‘찐명(찐이재명계)’을 공천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어 주목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떡잎은 참으로 귀하지만, 떡잎이 져야 새순이 자란다"고 말했다. 사진은 이 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속개 선언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떡잎은 참으로 귀하지만, 떡잎이 져야 새순이 자란다"고 말했다. 사진은 이 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속개 선언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 대표는 지난 13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짧은 글을 올리며 “우리는 미래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14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떡잎이 져야 새순이 자란다. 장강의 물은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며 인적 쇄신을 단행할 뜻을 거듭 강조했다.

올드보이 불출마 종용하는 이재명, 속내는 따로 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이 대표의 공천 개입 논란과 함께 형평성 시비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 대표가 ‘올드보이 불출마’를 요구하는 가운데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전략공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최근 재선의 문학진 전 의원 등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일부 전·현직 의원들에게 사실상 용퇴를 촉구하며 올드보이 교통정리에 나서고 있다. 이 대표가 직접 전화를 걸어 불출마를 권유하자 이 대표의 전화를 두고 ‘데쓰콜(Death Call)’이라는 말이 나오는 실정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일부 전·현직 의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사실상 용퇴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MBN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일부 전·현직 의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사실상 용퇴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MBN 캡처]

이 대표는 문 전 의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여론조사 지지율이 꼴찌”라며 "후배들에게 길을 터달라"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 전 의원은 2017년 대선캠프 초창기 멤버로, 경기 광주을 출마를 준비 중인 친명계 인사이다.

문 전 의원이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이 대표는 문 전 의원에게 전화를 해 ‘후보적합도 조사결과 안태준 31%, 신동헌·박덕동 11%, 형님이 10% 나왔다’고 했다. 문 전 의원이 ‘터무니없는 수치’라고 반박하자, 이 대표는 문 전 의원의 나이(만69세) 등을 거론하며 불출마를 종용했다는 것이다.

이재명이 1등이라고 말한 안태준은 정진상의 친구

외견상 이 대표가 말한 ‘새 술은 새 부대에’ 취지에 부합하는 종용으로 보인다. 하지만 후보적합도 조사결과 1위에 오른 안태준 예비후보는 찐명으로 평가받는다. 이 대표 특별보좌역인 안 예비후보는 원외 친명 핵심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 소속으로, 이 대표의 성남시장·경기도지사 시절 성남산업진흥재단 이사, 경기주택도시공사 부사장을 지냈다.

[사진=이재명 페이스북  캡처]
[사진=이재명 페이스북 캡처]

특히 안 예비후보는 정진상 전 정무실장의 친구라는 것이 문 전 의원 측의 주장이다. 따라서 이번 총선을 통해 친명을 넘어 ‘찐명’이 대거 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14일 조선일보 유튜브 ‘더잇슈’에서 신동흔 기자는 “안태준 후보가 경기주택도시공사 부사장을 지냈으니 최측근 중의 최측근이고 정진상 전 실장의 친구도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정 전 실장이 68년생이고 안 예비후보가 69년생으로, 문 전 의원은 이들이 친구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신 기자는 “문학진 전 의원이 (안태준이) 정진상의 친구라고 했는데, 이는 단순한 친구를 넘어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정 전 실장이 만든 캠프에서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를 위해서 뛰었던 사람들이 아니겠느냐’라는 것이 문 전 의원의 문제제기”라고 설명했다.

함께 출연한 박은주 기자도 “(문 전 의원의) 의심이 터무니없어 보이지 않고, 우리가 정청래 의원의 지역구에 누가 나가는지, 혹은 강남에 민주당 의원이 나오는가에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에 변방 혹은 수도권에 (찐명을) 심고 있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즉 박 기자와 신 기자는 이 대표가 이번 총선을 통해 호위무사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초선을 많이 당선시킬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서도 민주당의 초선 모임인 ‘처럼회’가 물불 가리지 않고 이 대표 지키기에 나선 것처럼, 22대 국회에서도 그런 초선들이 이 대표 방탄에필수적이라는 계산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진상은 이재명 생명줄 쥐고 있어, 이재명은 정진상을 “안아주고 싶다”고 판사에게 요청

특히 안태준 예비후보가 정 전 실장의 친구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않다. 이 대표는 문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대뜸 “형님이 꼴찌했대요”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평소 문 전 의원에게 형님이라고 불렀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형님을 밀어내고 ‘정 전 실장의 친구’를 공천하려는 데서 정 전 실장의 파워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이 대표와 전 전 실장의 관계를 가늠하는 사건이 지난해 10월 6일 대장동 첫 재판정에서 발생했다. 이 대표는 당일 열린 대장동 관련 첫 재판에서 판사에게 정 전 실장을 '안아주고 싶다'고 요청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10월 6일 대장동 첫 재판에서 판사에게 정진상 전 정무실장을 "안아주고 싶다"고 요청했다. [사진=채널A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10월 6일 대장동 첫 재판에서 판사에게 정진상 전 정무실장을 "안아주고 싶다"고 요청했다. [사진=채널A 캡처]​

이 대표의 개인비리 혐의를 입증해줄 핵심 고리로 꼽히는 정 전 실장을 안아주고 싶다는 이 대표의 요청 자체는 너무나도 이례적이었다. 향후 재판과정에서 정 전 실장이 어떤 증언을 하느냐에 따라 이 대표의 유무죄 판단이 엇갈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대표의 생명줄을 한손에 쥐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백현동 로비스트 김인섭은 1심서 최고형인 5년 선고받고 법정 구속돼

당시에도 파격적인 요청이 새삼 회자되는 이유는 백현동 로비스트로 알려진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지난 13일 ‘알선수재’ 혐의로 1심에서 5년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었기 때문이다. 검찰의 5년 구형에 재판부가 5년형을 그대로 선고했다는 점과 알선수재로 받을 수 있는 최고형을 받았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그런데 백현동 개발 특혜 로비 의혹에서 이재명 대표와 정 전 실장은 ‘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김인섭 대표의 혐의가 인정되었다는 것은 김 대표가 전 전 실장에게 청탁을 한 사실 자체가 인정되는 셈이다. 재판부도 판결문에서 이 대표와 정 전 실장, 김 대표가 ‘특수관계’라는 것을 밝혔다.

김인섭이 정진상에게 청탁한 사실 인정돼...이재명이 심기 경호할 사람은 정진상

따라서 정 전 실장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이 대표의 백현동 배임 혐의와 관련된 재판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박은주 기자는 14일 조선일보 유튜브 ‘더잇슈’에서 “정 전 실장이 ‘이 모든 것은 (이재명) 시장의 뜻이었고, 시장의 지시에 따라서 나는 했습니다’라고 진술을 하는 순간 이 대표는 정말 끝이 난다”면서 “이 대표 입장에서는 ‘정말로 심기 경호를 해야 하는 사람은 정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기자는 “그래서 지금 ‘경기 라인이 움직이고 있다. 정진상 친구들이 지금 국회의원이 되려고 하고 있다’라는 얘기들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박 기자의 설명에 신 기자는 “바로 그 얘기가 문학진 전 의원의 입에서 나온 것”이라며 “문 전 의원이 ‘진상이 친구들 붙여주려고 나를 떨어뜨려’라는 이 한 마디가 이번 선거의 실체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이 대표가 문 전 의원을 비롯한 ‘중진들의 불출마’를 종용한 것은 이 대표가 22대 국회에서도 확실한 방탄을 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자신의 사법리스크 해소를 위해 정 전 실장의 심기 경호를 하는 ‘비선 공천’을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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