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설 명절 기간 중 ‘폭풍 SNS 행보’를 보여 주목되고 있다. 이 대표는 설 전날 밤부터 다음날 새벽과 아침까지 무려 6차례 SNS에 글을 올렸다.

[사진=이재명 페이스북 캡처]
[사진=이재명 페이스북 캡처]

9일 밤 오후 10시경에 올린 첫 게시물에서는 친명과 비명, 친명과 친문을 나누지 말고 ‘단결만이 답입니다’라는 내용을 썼다.

최근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의 ‘문재인 정부 책임론’ 발언 이후, 당내 친명계와 친문계 간의 공천 갈등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여지는 내용이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 등 친문계의 강력한 반발에 오히려 이 대표가 대선 패배에 가장 큰 책임자로 드러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쓴 것으로 분석된다. 자세한 내용은 ▶펜앤드마이크 11일자 <임혁백이 임종석에게 겨눈 칼날, 이재명이 진짜 거둬들일까?> 제하 보도 참조.

밭갈이 하자는 취지의 게시물만 4개 올려...적극적인 ‘여론전’을 지지자들에게 요청

그런데 두 번째 게시물부터는 이 대표의 심경을 대변하는 듯한 게시물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10일 밤 자정을 넘긴 12시 6분에 ‘리트윗 한 번, 댓글 한 개, 카톡 한번이 세상을 바꾼다’고 썼다.

12시 15분에는 "어떤 역사적 대 사건도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고 적었고, 6분 뒤인 21분에는 이번 총선이 특히 중요하다면서 "무관심과 방관은 죄악"이라고 썼다.

자정 이후 21분 동안 ‘행동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취지의 글만 연달아 3개를 올린 것이다.

12시 37분에는 '밭갈이 하자'는 지지자의 게시물들을 리트윗했다. 밭갈이는 민주당에 유리한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는 적극적인 행위를 의미하는 말로 알려져있다. 첫 번째 페이스북 글을 제외한 나머지 4개의 SNS 행보를 통해, 이 대표가 연휴 기간 동안 민주당에 유리한 여론 조성을 지지자들에게 당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채널A 캡처]
[사진=채널A 캡처]

설날 당일에는 6번째 SNS 행보를 보였다. 페이스북에 <유난히도 풍성한, 남달리 행복한 설 명절을 보내며>라는 게시물에서 “생사의 문턱을 잠시 헤매었기 때문일까요. 가족들과 함께 보낼 수 있는 명절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절감합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앞선 SNS에서 적극적인 여론 조성을 당부한 것이라면, 이 게시물에서는 가족을 향한 애틋함으로 인간적인 면모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위기감 단초는 엇갈린 ‘직무수행 긍정 평가’ 비율...한동훈 92%인데 이재명 70%에 그쳐

이처럼 이 대표가 설 전날부터 다음날 새벽과 아침까지 폭풍 SNS 행보를 보인 데는 ‘위기감’ 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야 지지율은 박빙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각당 지지층이 당대표 직무수행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에 대한 응답률 차이가 이 대표를 더 떨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설 연휴를 앞두고 6일 발표된 문화일보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층 내 한동훈 위원장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92%에 달했다. 압도적 지지를 받은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 지지층 내 이 대표의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70%에 불과했다. 민주당 지지층에서 이 대표에 대한 직무수행 부정평가는 25%에 달했다.

문화일보 의뢰로 엠브레인퍼블릭이 지난 4∼5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 전화면접 조사를 실시한 설민심 여론조사 결과, 한 위원장의 직무수행을 두고 ‘매우 잘함’이 19%, ‘잘하고 있는 편’이라는 응답이 26%로 긍정 평가가 45%로 조사됐다. 부정 평가는 42%였다. 반면 이 대표 직무수행에 대해선 긍정이 36%, 부정이 53%로 부정적인 평가가 우세했다(이 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전화면접 조사로 실시했으며 응답률은 12.6%,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사진=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사진=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한 위원장의 긍정 평가나 지지율이 이 대표를 상회하는 조사가 발표된 것은 여러 차례이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각 당 지지층이 한 위원장과 이 대표 직무수행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이다. 국민의힘 지지층 내 한 위원장의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92%인 반면, 이 대표의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70%에 불과했다.

국민의힘 지지층은 한동훈 중심으로 결집 추세 VS. 민주당 지지층은 친명·비명으로 나뉘어?

이렇게 각 당 지지층 내 지지율 희비가 엇갈린 결과를 두고, 총선이 다가올수록 국민의힘은 한 위원장으로 결집하는 양상을 보인 반면 민주당은 친명·비명(친문) 갈등이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한 위원장의 대중적 호감도가 높고 현재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총선이 다가올수록 한 위원장을 중심으로 더 결집할 수 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런 평가가 압도적인 지지율로 연결되는 상황이다.

반면 민주당은 지난 6일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이 “윤석열 정권 탄생에 원인을 제공한 분들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달라”고 강조하는 등 친명·비명 갈등이 커지고 있다. 친명·비명(친문) 갈등이 여전히 뇌관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대표가 연휴 기간 올린 첫 SNS 메시지가 ‘단결만이 답입니다’였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민주당 지지자의 30%가 자신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것으로 관측된다.

[사진=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사진=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이 대표는 2022년 당대표 선거에서도 77.7%의 지지율로 당선됐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탈당을 한 상황에서 지지층의 지지율이 70%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단결’을 통한 ‘지지층의 지지’를 호소한 것이다. 이 대표는 두 번째 게시물부터 다섯 번째 게시물까 지지자들의 적극적인 참가를 통한 여론 조성을 호소했다.

이재명은 초조해?...미래 권력경쟁에서 한동훈만 상승세

이 대표 입장에서는 지지층 내 지지율 하락은 ‘미래 권력 경쟁’에서 한 위원장에게 밀리고 있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유튜브 채널에서 “이재명 대표가 차기 민주당에서 유력한 주자라는 점 때문에 지금 똘똘 뭉쳐 있는 것인데, 이게 흔들리기 시작하면 조금씩 떨어져 나가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지층 내 지지율이 70%에 그친 점에 대해서도 이 위원은 “이재명 대표로 과연 다음 대선에서 우리가 대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인가? 라는 근본적 회의감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친명계가 자초한 당내 균열이 심화되는 흐름을 두고, 이 대표가 설 연휴에 잠 못 이루면서 폭풍 SNS행보를 보인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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