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도 ‘합의종용’, LG 경영권 분쟁 마무리 수순?

 

LG그룹의 2대 경영주인 고 구자경 명예회장의 최측근으로 그룹 원로 역할을 해왔던 변규칠 전 LG그룹 부회장이 지난 10일 별세했다.

1936년 경남 거창에서 태어난 변 전 부회장은 1963년 LG화학에 입사한 이후 LG정유 창업 업무를 담당했고, 기획조정실 사장 LG상사 사장, LG회장실 사장, LG그룹 부회장, 고문 등을 역임했다.

변 전 고문은 전문경영인으로서 구자경 LG그룹 2대 경영주와 함께 LG의 현대사를 쓴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LG그룹의 몸집을 크게 불린 호남정유 설립을 주도했고, 럭키금성 경영혁신을 통한 새로운 LG그룹 탄생은 물론 구본무 회장으로의 승계과정에도 큰 역할을 했다.

지난 설 연휴, 서울 아산병원 그의 상가에는 구본준 LX 회장,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  구자용 E1 대표이사 회장 등 등 범 LG그룹 오너 일가를 비롯해 LG에 오래 근무했던 원로들의 조문 발길이 이어졌다.

상가에 모인 LG출신 원로들은 LG전자가 3년 연속 최고 매출기록을 경신하고, LG화학과 LG엔솔 또한 호실적을 이어가는 등 LG그룹의 ‘선전(善戰)’에 칭찬을 아끼지 않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현재 벌어지는 가족간 경영권 분쟁을 놓고서는 우려와 개탄의 목소리도 쏟아져 나왔다는 후문이다.

이와관련, 변 전 고문의 상가를 다녀온 LG그룹 고위 임원 출신 한 인사는 "상가에서 만난 선배들로부터 LG를 아끼고 사랑하는 우리 모두가 함께 몸 바쳐서 이뤄온 LG의 정체성인 아름다운 '인화의 원칙과 전통'을 어떻게 이런 식으로 깨트릴 수가 있느냐는 말씀을 많이 들었다" 는 취지의 글을 자신의 SNS에 올리기도 했다.

그는 “통탄해 마지못할, 있어서는 안될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는 그런 말씀을 원로로 부터 듣기도 했다”고 전했다.

현재 진행중인 구광모 LG 회장과 구본무 전 회장의 부인 및 딸들간 경영권 소송에 대한 쓴소리인 것이다.

타계한 변 전 고문은 현 구광모 회장 체제가 등장하는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가 2세 경영주인 구자경 회장을 모실 때, 아들이 없는 구본무 3세 경영주를 설득해 조카인 구광모 회장을 양자로 들이는 과정에 개입했기 때문이다.

당시 구자경 회장은 유교적 가풍을 강조하며 “조상 제사를 지낼 장손이 필요하다” “그룹 경영을 딸들에게 맡길 수는 없지 않느냐”며 양자 입양을 주저하는 아들 구본무 회장을 설득한 사실을 변 전 고문이 공개하기도 했다.

구본무 전 회장의 부인 김영식씨와 두 딸이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낸 뒤늦게 상속회복청구소송이 시작된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당초 소송은 이들이 구본무 전 회장이 지난 2018년 타계한지 5년이나 지나서야 문제를 삼은 점과 합의서의 존재 등으로 인해 구광모 회장측에 유리하게 흘러갈 것으로 전망됐다. 김씨측 변호인들이 대거 사퇴한 점 또한 이런 예상을 낳게 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16일 재판에서 재판장이 양측에 ‘조정’을 제안함으로써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조정절차를 제안한 것은 원고와 피고측이 서로 양보할 부분이 있다는 재판부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LG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더 이상 시간을 끌지않고 마무리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1월 재판부의 합의 조정 제안에 대해 구광모 회장 측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법률대리인 율촌 변호사는 "당초 소송 전 합의를 원했으나, 원고 측에서 일방적으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피고 입장에선 정당한 LG 경영권에 대한 세간의 불필요한 오해를 받게 됐고, 정당성을 확인하고 싶어한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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