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개혁신당’,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새로운미래’, 금태섭 전 의원의 새로운선택, 조응천·이원욱 의원의 원칙과상식 등 제3지대 4개 정파가 합쳐진 ‘개혁신당’이 11일 첫 회의를 갖고 ‘희한한 발표’를 했다.

개혁신당 이낙연·이준석 공동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1차 개혁신당 임시 지도부 회의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개혁신당 이낙연·이준석 공동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1차 개혁신당 임시 지도부 회의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들 4개 정파는 지난 9일 전격적으로 통합을 선언하고 통합 정당의 당명을 ‘개혁신당’으로 하는 데 합의했다. 개혁신당 공동대표는 이낙연·이준석이다.

‘위성정당’ 안 만든다는 개혁신당의 선언, ‘정치개혁’ 아니라 거대 정당 흉내내는 ‘블랙코미디’

이낙연 공동대표는 11일 만찬 회동 전에 이준석 공동대표를 비롯한 각 정파 인사들이 통합에 합의해준 데 대해 감사인사를 했다. 이준석 공동대표는 "시작이 반이란 말이 있는 것처럼 어려운 고비를 잘 넘어 여기까지 왔고, 나머지 반을 채우는 건 저희의 역량이자 저희의 자세에 달려 있다"고 언급해 향후 ‘세불리기’ 의지를 시사했다. 여기까지는 상식적인 발표였다.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만든 것은 이원욱 의원이 만찬 도중에 기자들과 만나서 전한 말이었다.

이 의원은 "많은 국민들께서 개혁신당에 대해 기대 반, 우려 반의 이야기가 있었다. 어떻게 하면 우려를 해소하고, 기대를 더 키울지 의견을 나눴다"면서 “위성정당은 위성정당이라고 이름 붙일 수도 없는 가짜정당이라는 문제의식이 있었다”면서 개혁신당은 거대 양당과는 달리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 의원은 "우리 제3정당이 이번에 만들어졌는데 꼼수를 다시 보여주는 것은 국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고 원칙과 상식을 잃는 행위"라면서 "이번에 득표율이 설령 20~30%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위성정당 만들지 않겠다는 논의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얼핏 들으면 개혁신당이 국민의힘이나 민주당과 같은 거대 정당에 비해 개혁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처럼 착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소수 정당이 거대 정당 흉내를 내는 ‘블랙코미디’일 뿐이다.

4.10총선 준연동형제 하에서 위성정당이 필요한 거대 정당은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

지난 2020년 총선에 이어 이번 4.10총선에서도 유지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하에서 위성정당이 필요한 정당은 민주당과 국민의힘뿐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국회의원 의석수 총 300석을 정당 득표율에 따라 나눈 뒤, 정당 득표율보다 부족한 지역구 의석수 100%를 비례대표 의석으로 보전해주는 제도이다. 준연동형은 정당 득표율보다 부족한 지역구 의석수의 50%를 보전해주는 것이다. 이번 4.10총선에서 선출할 전체 의석 300석 중 지역구는 253석이고, 준연동형제가 적용되는 비례대표는 47석이다.

따라서 정당 득표율보다 지역구 의석수가 더 많은 경향을 보이는 민주당과 국민의힘과 같은 거대 양당은 비례 의석을 차지하기 위해 비례대표 후보 중심으로 구성된 위성정당을 창당하게 되는 것이다.

개혁신당이 위성정당을 만드는 것은 스스로 독약을 마시는 자해행위

개혁신당 이준석 공동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1차 개혁신당 임시 지도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개혁신당 이준석 공동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1차 개혁신당 임시 지도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개혁신당과 같은 군소 정당은 전혀 다르다. 지역구 의석을 획득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현행 소선거구제 하에서 거대 양당 이외 정당의 후보가 선출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낙연, 이준석 공동대표의 개혁신당도 처지는 마찬가지이다. 정당 득표율을 올려서 비례대표 후보를 최대한 당선시키는 게 지상과제이다.

더욱이 군소 정당의 난립을 막기 위한 봉쇄조항이 있다. 정당 득표율 3% 이상이 돼야 준연동형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받을 수 있다.

따라서 ‘개혁신당’이 만약에 ‘개혁신당2’라는 위성정당을 만든다면, 개혁신당 자체가 정당 득표율 3%를 넘기지 못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즉 개혁신당의 지지자들이 정당 투표에서 ‘개혁신당’과 ‘개혁신당2’에 나뉘어 투표를 한다면 개혁신당이 봉쇄조항인 3% 득표율을 넘어서지 못할 수 있는 것이다. 개혁신당이 위성정당을 만드는 것은 스스로 독약을 마시는 ‘자해행위’가 되는 셈이다.

개혁신당과 이낙연 신당 지지율은 각각 3%...봉쇄조항에 간신히 턱걸이

이러한 구도는 한국갤럽의 2월 첫째주 여론조사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난 1월 30일~2월 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지지 정당은 더불어민주당 35%, 국민의힘 34%, 이준석 개혁신당, 이낙연 신당은 각각 3%,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각각 1%, 지지하는 정당 없는 무당(無黨)층 21% 등으로 나타났다. 표본오차는 ±3.1%포인트(95% 신뢰수준)이고 응답률은 12.7%(총 통화 7,871명 중 1,000명 응답 완료)이다.

이 조사를 보면 이준석의 개혁신당이나 이낙연 신당은 봉쇄조항인 3% 득표율을 간신히 충족하고 있다. 그 외 정당의 지지율은 0%이다. 실제 총선에서 거대 양당으로 유권자의 표심이 쏠릴 경우 준연동형제 하에서도 이준석의 개혁신당이나 이낙연 신당의 비례대표 의석이 0석이 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

그간 제3지대 빅텐트에 대해서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던 이준석 대표가 전격적으로 이낙연 전 대표의 ‘새로운미래’ 등과 합당을 선언한 것은 위기의식의 발로였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지역별로 보면 통합 이전의 개혁신당 지지율은 대구/경북에서 7%로 가장 높은데 비해 부산/울산/경남 그리고 광주/전라에서는 각각 2%에 불과하다. 나머지 서울 등은 3%이다.

이낙연 신당은 광주/전라에서 5%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한국갤럽 캡처]​
​[사진=한국갤럽 캡처]​

개혁신당과 이낙연 신당의 지지율을 단순 합산하면 6%가 된다(위 도표 참조). 통합된 개혁신당에 합류한 나머지 다른 정파는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을 뿐, 실제 정당 득표율 증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개혁신당이 위성정당을 만드는 것은 ‘최악의 자충수’가 된다. 개혁신당이 첫 회의를 갖고 “우리는 거대 양당과는 달리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는다”고 공개한 것은 국민앞에서 ‘허풍’을 떨거나 ‘기만적 태도’를 취한 것이다. 결코 정치개혁이 아니다.

개혁신당의 당면과제는 ‘원칙없는 합당’에 대한 지지층 이탈

오히려 개혁신당은 이질적인 정파간의 통합이라는 근본적 한계로 인해 진통을 겪고 있다. 특히 이준석 대표의 지지층인 2030 남성 청년들의 비판이 거세지는 흐름이다. 정책적 비전과 이념적 성향의 측면에서 공통분모가 거의 없는 이낙연 신당과의 ‘원칙없는 합당’에 대해 실망했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갤럽조사에 따르면 개혁신당에 대한 남성 지지율은 5%, 30대 지지율은 9%에 달한다. 이낙연 신당은 40대 지지율이 6%로 높은 편이다.

핵심 지지계층이 서로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통합의 시너지 효과를 키울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낳고 있지만, 역으로 각각의 핵심 지지계층이 반발하거나 이탈할 수 있는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이같은 딜레마적 상황에 대해서 모르는 체 눈감으며 ‘허풍’을 떨 때가 아니다. 떠나려는 지지층에게 합당의 당위성을 설명함으로써 합당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게 생존을 위해 풀어야 할 절실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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