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한 뒤 4.10총선에 대한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장관 측은 11일 입장문을 통해 "조 전 장관이 명절 연휴 마지막 날인 12일 17시경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오후에는 김해시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9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평산책방에서 이동하고 있다. 이날 평산책방에서는 '디케의 눈물, 조국 작가와의 만남'이 열렸다.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9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평산책방에서 이동하고 있다. 이날 평산책방에서는 '디케의 눈물, 조국 작가와의 만남'이 열렸다. [연합뉴스]

조 전 장관은 문 전 대통령을 만난 뒤 이튿날인 13일에는 고향 부산을 찾아 선산에 들러 선친에게 인사한 뒤 제22대 총선과 관련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정치권에서는 조 전 장관이 봉하마을과 평산마을에 이어 선친의 묘소까지 참배하는 등의 행보를 통해, ‘독자 신당 창당을 굳힌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조국, 12일 문 전대통령 예방해 지지 요청?...13일엔 고향 부산에서 총선 출사표

앞서 조 전 장관은 지난 8일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징역 2년을 받은 항소심 선고 이후 이번 총선 출마를 시사하는 입장문을 냈다. 당시 조 전 장관은 취재진에게 “많이 부족하고 여러 흠이 있지만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길을 걸어가겠다”며 “검찰 개혁을 추진하다가 무수히 찔리고 베였지만 그만두지 않고 검찰 독재의 횡포를 막는 일에 나설 것”이라며 정치 참여를 예고했다.

당일 SNS에 올린 입장문에서 조 전 장관은 좀더 구체적으로 "4월 10일은 대한민국의 후진국화를 막는 시작이며, 그 길에 힘을 보태려 한다"라고 적었다.

조 전 장관이 이같은 입장을 밝힌 이후, 양산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찾아가는 점에 주목된다. 알려진 대로 문 전 대통령은 조국 전 장관에 대해 ‘마음의 빚이 있다’는 점을 밝힌 바 있다.

조 전 장관은 문 전 대통령에게 ‘조국 신당’에 대한 지지를 요청할 것으로 관측된다. 조 전 장관과 문 전 대통령의 필요가 합치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조국, 민주당 위성정당과 개혁신당 ‘합류’를 사실상 거절 당해...독자 노선 불가피해져

조 전 장관은 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정당에 합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주당은 범야권과 연대하는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창당을 추진하기 위해 녹색정의당, 진보당, 새진보연합 등 원내 3개 진보 정당과 시민사회에 통합비례정당 구성을 위한 연석회의를 제안했고, 설 연휴 이후 관련 협상이 시작될 전망이다.

당초 조국 신당에 대해서 우호적이던 민주당 내 분위기는 조 전 장관이 2심에서도 2년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후, 바뀐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주당의 통합비례정당 구성을 위한 실무를 담당하는 박홍근 의원은 지난 8일 원내 3개 진보정당과 그동안 연동형제 유지를 주장해온 '정치개혁과 연합정치 실현을 위한 시민회의'(시민회의)를 파트너로 삼아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화 파트너를 명시함으로써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신당이나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신당과는 거리를 두겠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게다가 조 전 장관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측에도 연대 시그널을 보냈지만, 이 대표는 지난 2일 페이스북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야권의 총선 승리를 위해 '이준석 신당'과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발언에 대해 ‘같이 할 뜻이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범죄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조 전 장관과는 거리를 두겠다는 의미여서, 조 전 장관 입장에서는 심하게 체면이 구겨진 것이다.

따라서 조 전 장관 입장에서는 독자 신당 창당의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결국 조 전 장관에게는 문 전 대통령의 지지가 절실해진 상황이다.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 혐의로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4.2.8. [사진=연합뉴스]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 혐의로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4.2.8. [사진=연합뉴스]

이재명과 회동 뒤 나온 ‘친문 배제’ 발언 접한 문재인, 조국 신당을 대안으로 선택하나

문 전 대통령도 ‘친문세력에게 조 전 장관의 신당이 민주당의 대안이 될 가능성’을 고려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 이재명 대표와 회동을 가진 문 전 대통령은 이틀 뒤인 6일에 나온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의 ‘친문 배제’ 발언 등으로 배신감을 느꼈을 것으로 관측된다. 당시 회동에서 문 전 대통령은 ‘임종석 전 비서실장과 노영민 전 비서실장 등 친문의 공천을 강력하게 부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문 전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이 대표가 친문계를 공천에서 배제할 경우, 조국 신당으로 친문계를 대거 이동시킬 가능성도 고려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국 신당의 경우, 문 전 대통령의 지지를 받아낼 경우 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않더라도 비례정당으로서 선전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11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민주당 좌파 지지자들 같은 경우는 조국에 대한 미안함과 부채의식이 있다. 지역구에서는 민주당 후보를 찍지만, 비례정당은 민주당 계열의 위성정당을 찍지 않고 조국 신당에게 표를 몰아줄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전망했다. 특히 민주당 위성정당에는 주사파를 비롯해 다양한 정파가 몰려있기 때문에, 친문으로서는 그쪽보다는 조국 신당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문재인의 ‘복심’ 탁현민, 조국 신당 합류 거론돼...야권 분열의 새 변수로 주목돼

[사진=채널A 캡처]
[사진=채널A 캡처]

함께 출연한 서정욱 변호사도 “조국 신당의 상위 순번에 탁현민이 올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그럴 경우 홍보가 잘 되기 때문에, 문 전 대통령도 지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조국 신당은 ‘문재인 신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8일 채널A 이용환 앵커는 탁현민 전 청와대 비서관의 출전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친문계 내부에서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의 ‘문 정부 책임론’이 거론될 당시 “친명계에서 전쟁을 원한다면 우리 쪽에서도 전투력이 센 탁현민 같은 인물이 나설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알려진 탁 전 비서관의 출전 가능성이 거론된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조국 신당의 비례후보 상위 순번에 탁 비서관이 이름을 올린다면, 이번 총선의 또 다른 중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예상된다. 12일 회동에서 문 전 대통령이 조국 신당을 어느 정도의 강도로 지지하느냐에 따라, 민주당 내부의 친문계 행보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조국 신당이 세불리기에 성공할수록 민주당이 만들려는 위성정당의 파괴력은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친명계가 장악한 민주당 내 공천 갈등으로 인해 격화되고 있는 야권 분열의 새 변수로 조국 신당이 부상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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