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남탓’을 하면서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창당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채널A 캡처]
[사진=채널A 캡처]

민주당은 4·10 총선에서 범야권과 연대하는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창당을 추진하기 위해 녹색정의당, 진보당, 새진보연합 등 원내 3개 진보 정당과 시민사회에 통합비례정당 구성을 위한 연석회의를 제안한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설 연휴 이후 관련 협상이 시작될 전망이다.

이재명 대표, 국민의힘 탓 하면서 설 연휴 이후 위성정당 ‘창당 협상’ 본격화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기로 하면서 ‘위성정당’ 창당을 공식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이런 사태에 대해서 이 대표는 국민의힘 측에 책임을 전가했다.

이 대표는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의 준연동형 비례제 유지로 '꼼수 위성정당' 비판이 제기되는 것에 "여당은 위성정당을 통해서 비례 의석을 100% 독식하겠다고 하지 않느냐. 여당의 반칙, 탈법에 대해서 불가피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말씀드린다"면서 "분명한 것은 여당의 위성정당 창당도 똑같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번 비례 제도를 두고 불가피하게 민주당이 준(準)위성정당, 본질은 위성정당이 맞는데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는 점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언급해 자신이 위성정당 금지 약속을 위반했음을 시인했다.

민주당의 통합비례정당 구성을 위한 실무는 '민주개혁진보 선거연합'(민주연합)이 담당한다. 이 단체의 추진단장은 민주당 원내대표 출신인 박홍근 의원이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민주개혁진보 선거연합 추진단장이 8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4.2.8.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민주개혁진보 선거연합 추진단장이 8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4.2.8. [사진=연합뉴스]

박 의원은 지난 8일 출범 첫 회의에서 원내 3개 진보정당과 그동안 연동형제 유지를 주장해온 '정치개혁과 연합정치 실현을 위한 시민회의'(시민회의)를 파트너로 삼아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화 파트너를 명시함으로써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신당,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신당과는 거리를 두겠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적정한 시한까지 합의에 이르지 않을 경우 합의에 동의하는 정당그룹과 합의된 영역 중심으로 우선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해 이견조율이 불가능한 정파는 배제하겠다는 점도 암시했다.

또 지역구 야권 후보 단일화를 비례대표 배분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국민의힘의 과반 의석 획득을 저지하기 위해 지역구 연합이 필요하다는 게 박 의원의 주장이다.

녹색정의당과 진보당의 딜레마= 정당 득표율 3% 확보 어려워...민주당 위성정당 되면 존립기반 훼손

녹색정의당과 진보당은 민주당의 이같은 제안을 검토하겠다는 원론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준연동형제 하에서 비례대표 배분을 받으려면 전국 정당 득표율 3%를 넘겨야 하는데 거대양당 체제 하에서 달성하기 쉽지 않은 목표이다. 민주당 손을 잡으면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하기가 용이해진다. 하지만 민주당 위성정당 참여가 당의 독립적 존립 근거를 소멸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부담스러운 대목일 것으로 보인다.

기본소득당과 사회민주당, 열린민주당 등 진보 성향 3개 정당이 모인 새진보연합은 민주당의 비례정당 참여에 적극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준연동형제 하 비례 당선권인 1~20번 순번 배분 문제 둘러싼 협상 난항 예상

야권은 향후 협상 과정에서 비례대표 순번과 후보 선출 방식 등을 놓고 본격적인 주도권 다툼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비례 당선권인 1~20번 순번 및 배분을 놓고 정당 간 치열한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사진=채널A 캡처]
[사진=채널A 캡처]

향후 협상에서 최대 변수는 위성정당의 비례대표 순번이다. 준연동형제 하에서 비례 당선권인 1~20번을 누가 차지하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민주당은 2020년 21대 총선에서는 위성정당이었던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앞 번호(1∼10번) 몫을 소수정당과 시민사회에 배정했다. 이 카드를 들고 정의당, 시민사회 원로들이 참여한 ‘정치개혁연합’ 등을 끌어들이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기본소득당의 용혜인 의원, 시대전환의 조정훈 의원 등이 참여했을 뿐이다.

윤미향, 김홍걸, 신현영, 양이원영, 양정숙, 이수진 의원 등이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정봉주 전 의원이 주도한 ‘열린민주당’ 비례대표로 금배지를 단 사람은 최강욱 전 의원, 김진애 전 의원, 김의겸 의원 등이다. 최 전 의원은 조 전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 활동서를 발급한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를 받아 의원직을 상실했고, 김진애 전 의원은 당선 가능성이 희박한 서울시장 출마를 위해 의원직에서 사퇴함으로써 '흑석동 상가주택' 매입으로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직에서 사퇴한 김의겸에게 의원직을 승계시켰다.

문제는 이재명 대표가 이번에는 민주당이 ‘맏형’으로서 통합형 비례정당 구성을 주도하겠다고 밝히는 등 ‘앞 번호’에 대한 기득권을 주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이 위성정당의 앞번호를 독차지할 경우, 녹색정의당과 진보당이 참여하는 데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새진보연합 용혜인 상임선대위원장은 지난 7일 "민주당과 소수정당의 의석을 서로 번갈아 배치하자"고 제안했고, 시민회의는 같은 날 "특정 정당이 주도하거나 특정 정당의 의석독점 수단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주도해야 한다는 이 대표의 관점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새진보연합 용혜인 상임선대위원장이 7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례연합정당 추진 방향을 제안하고 있다. 2024.2.7. [사진=연합뉴스]
새진보연합 용혜인 상임선대위원장이 7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례연합정당 추진 방향을 제안하고 있다. 2024.2.7. [사진=연합뉴스]

새진보연합과 시민회의는 특정 정당이 통합형 비례후보의 당선 안정권 순번 50% 이상을 추천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3개 원내 소수정당, 까다로운 협상 조건 제시 VS. 조국 신당과 송영길 신당은 ‘민주당 합류’가 목적

이처럼 민주당이 협상 대상으로 지목한 정파들은 까다로운 조건들을 내걸고 있다. 어차피 민주당이 추진하는 통합형 비례정당은 민주당 지지층의 표를 기반으로 의석을 얻게 돼 있다. 이 대표로서는 민주당 후보들을 전면 배치하는 게 당연하다. 반면에 녹색정의당이나 진보당은 민주당과 이념과 노선에서 차별화한다는 게 기본원칙이다. 비례대표 의석을 건지기 위해 민주당 아래로 들어가는 모습을 연출한다면 존립기반을 훼손하는 자해행위가 된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협상에 호락호락 끌려갈 수 없는 것이다.

반면에 ‘조국 신당’이나 ‘송영길 신당’은 성격이나 목적이 다르다. 조국 전 장관이나 송영길 전 대표는 민주당 등에 올라타서 금배지를 다는 게 최대 목적이다. 조 전 장관은 이를 ‘비사법적 명예회복’이라고 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조 전 장관의 경우는 민주당뿐만 아니라 이준석의 개혁신당에 대해서도 손짓을 했다. 금배지 획득을 위해서는 이념이나 정파를 가리지 않겠다는 태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념과 정파를 가리지 않고 손잡겠다는 조국...이준석은 조국의 손길 뿌리쳐

조 전 장관은 자녀 입시비리와 감찰무마 의혹 건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은 지난 8일 SNS에서 "4월 10일은 대한민국의 후진국화를 막는 시작이며, 그 길에 힘을 보태려 한다"라고 밝혀 사실상 총선 출마를 선언한 것으로 해석된다.

조 전 장관은 이에 앞서 지난 1일 열린 싱크탱크 ‘리셋코리아행동’ 발기인대회에서 "이준석 신당까지 다 합하면 야권의 200석 확보가 가능할 수 있다"며 "만약에 넓은 의미에서 반윤 정치 세력이 200석을 획득하면, 4월 이후로 윤석열 대통령은 제 생각으론 레임덕(lame duck)이 아니라 데드덕(dead duck)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데드덕이 되면 현재의 검찰도 데드덕을 무너뜨리려고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불법 증거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럼 탄핵으로 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채널A 캡처]
[사진=채널A 캡처]

이준석 개혁신당을 연대 가능한 정파로 지목한 것이다. 그러나 이준석 대표는 사실상 조 전 장관의 손을 뿌리쳤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는 합당을 할 수 있지만, 범죄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조 전 장관과는 거리를 두겠다는 이야기이다.

이준석 대표는 지난 2일 페이스북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야권의 총선 승리를 위해 '이준석 신당'과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발언에 대해 "조국 전 장관이 정치적 움직임을 준비 중이신 것으로 전해 듣고 있다"면서도 "개혁신당은 조국 전 장관과 정치적 행보를 같이 할 계획은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드러냈다.

3개 소수정당이 불참하면 조국 신당이나 송영길 신당이 ‘대타’로 등장?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으로 구속된 상태인 송영길 전 대표가 창당을 선언한 정치검찰해체당은 지난 3일 광주 전일빌딩에서 발기인대회를 열고 창당 절차를 본격화했다. 송 전 대표는 부인 남영신 씨가 대독한 창당선언문을 통해 "70년 넘게 쌓아온 경제 성장과 민주주의가 윤석열 검찰 독재 체제에서 무너지고 있다"면서 총선 출마 의지를 분명히 했다.

정치검찰해체당은 전국 7개 도시 발기인 대회를 개최한 뒤 오는 3월 1일 서울에서 중앙당 창당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송 전 대표는 민주당의 비례연합신당 창당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해 “충실한 우당으로 ‘통합형 비례정당’의 취지에 적극 부응할 수 있도록 충심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조국 신당과 송영길 신당을 통합형 비례정당에 합류시킬 경우 민주당은 거센 여론의 역풍을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대표가 온갖 사법리스크에 직면한 상태에서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정치인들을 끌어들일 경우 ‘자충수’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3개 소수정당이 통합형 비례정당에 불참할 경우 ‘대타’로 다른 정파를 불러들여야할 필요성이 커진다는 게 민주당이 처한 딜레마이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