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5일 선거제와 관련한 당론을 발표하면서 4번이나 사과를 했다. 21대 대선 당시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는 공약을 어긴 부분에 대해 사과를 했고, 위성정당 금지법을 입법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를 했다.

[사진=SB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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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준(準)위성정당 창당을 하게 되는 점에 대해서도 사과를 했다. 앞으로 잘못할 부분까지 미리 사과를 한 것이다. 위성정당 창당이 잘못된 것이라는 알기 때문에, 위성정당 앞에 ‘준’이라는 말까지 붙여가면서까지 위성정당 창당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이재명, ‘사과’하면서 ‘준위성정당’ 추진...한동훈은 ‘초유의 게리맨더링’이라고 비판

지난 5일 이 대표의 발언을 들으면서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간다”는 국민들이 대부분이었다. 국민들은 물론이고 정치평론가나 정치인조차도 이 대표의 발언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드물었다. 그만큼 이해가 쉽지 않아 ‘암호문’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대표가 4·10 총선에 적용할 비례대표 배분 방식을 ‘준연동형’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이건 민주주의가 아니다”며 “이 대표의 입맛에 맞는 게리맨더링(특정 정당이나 개인에게 유리한 선거구 획정)”이라고 비판했다.

한 위원장이 비례대표 제도를 가지고 게리맨더링 하는 건 처음 봤다고 비판했을 정도로 복잡하게 보이지만, 핵심 포인트는 의외로 간단하다. 이 대표가 “민주개혁 세력의 맏형으로서 주도적으로 (준위성정당 창당의) 책임을 이행하겠다”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핵심은 ‘주도적으로’에 있다는 분석이 제시되고 있다.

문 전 대통령 코치 받아서 ‘줄세우기’...‘방탄’과 ‘시민단체 의석 확보’라는 이해관계 결합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최고위원 등 지도부가 4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에서 문 전 대통령과 오찬을 하고 있다. 2024.2.4.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최고위원 등 지도부가 4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에서 문 전 대통령과 오찬을 하고 있다. 2024.2.4. [사진=연합뉴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유튜브 ‘어벤저스전략회의’에서 “이재명 대표가 정말 듣기 힘든 용어를 써가면서 온갖 사탕발림을 하면서 (준연동형제) 이야기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이 대표가 무슨 플랫폼 어쩌고 하면서 어려운 말 했지만, ‘내 밑으로 줄 서’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형님당이고 그만큼 모든 권한도 갖고 있기 때문에, 줄세우기를 하겠다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이 위원은 이 대표가 갑자기 준위성정당 창당으로 급선회한 배경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코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대선 가려면 시민단체의 도움 없이는 안 된다. 시민단체를 끌어안아야 나중에 확실한 방탄이 된다. 이 사람들은 시위를 훨씬 잘하기 때문이다”라고 문 전 대통령이 코치를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대표가 선거제와 관련한 당론을 발표하기 전날인 4일 양산의 문 전 대통령을 방문했고, 오찬 자리에서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가 위임받은 비례대표 선거 방식에 대해 직접 의견을 표명했다. 문 전 대통령은 “우호적인 제3의 세력들까지도 다 함께 힘을 모아서 상생의 정치로 나아갈 수 있다면 대선에서도 큰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뼈있는 말을 건넨 것이다.

민주당은 선거제 관련 대화는 없었다고 부인했지만, 복수의 오찬 참석자들은 "문 전 대통령이 사실상 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 뒤 비례 연합정당 참여를 당부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따라서 이 대표의 ‘방탄’ 필요와 소수 정당과 시민단체의 ‘국회 의석’ 필요가 일치하는 선에서 ‘준연동형제’로 결정됐다는 것이 이 위원의 설명이다.

전주혜 대변인, “이재명 옹위할 떴다방이 차려지길 기다리냐”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관련 논평이 나왔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지난 5일 이 대표의 발표 이후 “소수 정당 배려라는 명분은 껍데기이고, 실제로는 의석 나눠먹기 의회 독재를 유지하겠다는 검은 속내를 드러낸 거라고 보여진다”고 논평했다.

전주혜 의원 역시 “민주개혁 세력의 맏형으로서 통합형 비례정당을 준비하겠다는 것은 결국 위성정당을 재창당하겠다는 것”이라며 “조국당 송영길당 용혜인당 이런 정당 등을 비롯해서 이재명 대표를 결사 옹위할 떴다방이 차려지길 기다리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 한 사람의 눈치를 여야 정치권은 물론 국민 모두가 봐야 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 대표의 계획대로 군소 정당 입장에서는 눈치보기와 줄세우기, 순번 세우기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다. 비례 순번 논의도 시작됐고, 비례정당 추진 단장은 박홍근 의원이 맡았다. 각각 비례대표를 낸 뒤 취합하는 방법, 후보 검증부터 함께하는 방법 등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재명의 분식(粉飾) 방법론= ‘위성정당’ 대신 ‘통합형 비례정당’ 추진

이 대표는 국민적 거부감이 큰 ‘위성정당’이라는 용어 대신 ‘통합형 비례정당’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위성정당 창당은 필연적이다. 이 대표는 민주당이 단독으로 하는 게 아니라는 취지에서 ‘준위성정당’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거기에도 비판이 따르고 있다.

김효은 전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6일 채널A에서 “준위성정당이라는 말은 없다. 어제(5일) 이재명 대표는 ‘위성정당하고 뭐가 다르냐’는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했다. 반은 위성정당이고, 반은 아니다? 짬짜면은 짜장하고 짬뽕이라는 각각의 개성적인 특징이라도 있는데, 뭘 하는 것이냐?”면서 신랄하게 비판했다.

[사진=SB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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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출연한 박선규 전 문화체육부 차관은 이 대표가 통합형 비례당을 준비하겠다면서 ‘민주당이 주도하는’이라고 밝힌 부분에 대해 “윤석열 정부에 반대하는 반윤 연대를 하되, 그립은 민주당이 잡고 가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전 차관은 “다른 말로 하면, 앞으로 탄생할 또는 지금도 조직돼 있는 군소 정당들 한 석이라도 얻고 싶으면 ‘우리한테 잘 보여야 한다’는 선언”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 차관에 따르면, 21대 총선에서도 통합형 비례당 형식으로 비례대표를 배분했다는 것이다. 당시에도 민주당이 앞장섰고 6~7개 정당이 모여 통합형 비례당을 했는데, 이해찬 전 대표가 1번부터 10번까지 군소 정당에게 배분했다고 한다.

반면 이번에는 1번부터 10번까지의 앞번호를 줄지, 혹은 뒷번호를 줄지, 몇 명을 줄지에 대해서 ‘하는 걸 봐서’ 결정하겠다는 의미라고 박 전 차관은 설명했다. 즉 “22대 국회 내내 통합형 비례당을 통해서 국회에 진출하기로 돼 있는 제3세력들을 우리가 관리하고 통제하겠다. 다음번 대선까지 우호 세력으로 잡아두겠다는 선언을 공개적으로 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재명, 차기 대선 출마 노리면서 군소 정당 줄세우기?

그러면서 박 전 차관은 “이재명 대표 다음 대선 나오려고 하겠죠. 본인의 정치적인 미래를 위해서 대한민국의 국회의원들을 볼모로 잡고 대한민국의 국회라는 기관을 당신의 손아귀에 놓겠다고 하는 아주 독재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사진=SB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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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라며 “5000만이 큰 영향을 받을 선거의 선거제를 이재명이라는 사람 한 명의 기분에 맞춰서 정한다는 게 정말 이해 가지 않는 상황”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한 위원장은 “이재명 대표는 이 선거에서 자기를 방탄해야 되는 대단히 큰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한 위원장은 “이것이야말로 1인 지배 체제가 되는 것이고 입법 독재”라고 지적했다.

이번 선거를 대하는 이재명 대표의 인식에 대해 한 위원장과 박 전 차관은 같은 평가를 내리고 있는 셈이다. 단독으로 국회 입성이 어려운 군소 정당이 민주당 줄타기로 들어와야 하는 현실에서, 결국 이재명 대표의 방탄에 적극 협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의 ‘준연동제 유지’ 선언으로, 22대 국회는 21대보다 더한 ‘문제적 국회’가 될 것이 확실시된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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