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부당 합병·회계 부정' 혐의 전체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자 검찰이 이틀 만에 항소 방침을 밝혔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도 같은날 좌담회를 열어 1심 재판부의 판결을 성토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7일 이 회장의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에 전부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에 대해 "검찰 주장을 전면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변호인 측 일방 주장을 채택한 것 아닌가 한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했다. 사실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이 관계자는 "(이 회장의) 승계작업에 관련된 대법원판결이 확정돼 있다"면서 "그에 대해서도 사실관계 판단이 다른 것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1심 재판부가 2019년 삼성바이오로직스·에피스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을 문제 삼아 일부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데 대해 "공소 유지 과정에서 충분히 법정 공방이 이뤄졌고, 증거절차가 관련성 있고 위법하지 않다고 충분히 설명했음에도 배척된 부분이 있다"며 "재판부 판단과 저희 주장이 어느 점에서 차이가 나는지 면밀히 검토해서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이날 좌담회에서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의 판단은 대법원 판단과 모순될 뿐 아니라 본질을 회피한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종보 민변 변호사는 "합병의 가장 큰 목적은 이 회장의 지배력 확보였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유일한 목적'이 아니라거나 '약탈적 합병'이 아니라는 판단은 본질을 회피한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 이동구 변호사는 "승계만을 위한 게 아니라면 모든 불법 행위가 용인되느냐"며 "합병이 미래전략실 주도로 추진된 승계 작업의 일환이라는 (국정농단 사건) 대법원 판단을 정면으로 반박하기 어려우니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재판부가 삼성의 입장을 그대로 반복하면서 감리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의결 과정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 에피스, 바이오젠의 감사보고서와 연간보고서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관계마저도 부정했다"고 비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는 지난 5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나머지 피고인 13명에게도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 기소 후 1천252일, 약 3년 5개월 만에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에 불법행위가 없었다는 법원 판단이 나온 것이다. 재판부는 전체 피고인 기준 23개, 이 회장이 연루된 19개 혐의 모두에 대해 "증거가 부족하다", "달리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검찰의 주장을 모두 물리쳤다. 검찰이 제출한 증거 일부에 대해선 위법한 증거라며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기도 했다.

검찰의 완패로 끝난 상황에서 서울중앙지검은 조만간 항소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이 회장 사건의 항소 기한은 오는 13일까지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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