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근(84) 부영그룹 회장이 파격적인 출산장려책을 발표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5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2021년 이후 태어난 직원 자녀 1인당 현금 1억원을 지원하는 출산장려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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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사실=전 국민 칭찬 받는데 투입한 예산은 불과 70억원...국민의 니즈를 정확하게 공략

이 뉴스를 접한 직장인들은 이 회장을 칭찬하면서 부러움을 숨기지 않는 분위기이다. 30대 직장인 L씨는 펜앤드마이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솔직히 이중근 회장은 횡령 혐의 등으로 사법처리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어서 평소 이미지가 좋지는 않았다”면서 “하지만 이번에 통큰 출산지원정책을 펴는 것을 보고 호감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부영그룹 직원들은 앞으로 다른 기업에 비해서 높은 출산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부영 직원들이 부러울 따름”이라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가장 놀라운 것은 이처럼 최근 3년 동안 출산한 자녀 1명 당 1억원을 장려금으로 지급하는 데 든 복지 비용이 70억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부영그룹의 출산장려금 지급대상 직원은 66가구이다. 연년생 자녀를 출산한 세 가족과 쌍둥이 자녀를 출산한 두 가족은 각각 2억원의 장려금을 받았다. 연년생 남매를 둔 조용현 대리는 ‘2억원 지급 증서’를 받았다. 그는 “외벌이라 두 아이 출산 후 경제적인 부담이 컸는데 회사가 큰 버팀목이 돼줘 감사한 마음이다”면서 “회사의 파격적인 지원 덕분에 셋째도 생각해 볼 수 있을 듯 싶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 회장의 결정이 안팎의 찬사를 받는 것은 국민의 니즈를 정확하게 공략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많은 기업들이 적극적인 출산지원정책을 펴고 있지만, 자녀 출산 1인당 1억원을 지급하기로 한 것은 부영그룹이 처음이다. 한국의 심각한 저출산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직접 지원’이 절실하다는 여론에 부응한 셈이다.

재정적 여력이 있는 대기업들 중에서 부영의 사례를 벤치마킹해서 실행할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한다.

삐딱한 시선= 기업 승계 앞둔 이중근, ‘이미지 개선’ 나서?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기업 승계라는 절박한 과제를 앞두고 ‘이미지 개선’ 작업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부영그룹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부영주택을 보유한 ㈜ 부영은 사실상 이 회장 개인회사에 가깝다. 이 회장이 지분 93.7%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막대한 배당금을 챙겨온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 2년 동안 수령해온 배당금만 3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회장이 3남 1녀인 자녀들에게 주식을 물려주는 과정에서 발생할 상속세를 충당하기 위해 고배당 정책을 펼쳐왔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더욱이 이번에 지급되는 출산장려금 70억원이 회사복지예산 차원에서 지출된다면 이 회장 재산이 축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회장의 출산장려금 1억원 지급 결정을 삐딱하게 바라볼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더 많다. 다른 기업인들이 고민해볼 만한 진정성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이중근의 이색 행보= 어려운 계층에 대한 ‘기부’가 아니라 지인에 대한 ‘선물’로 거액 지급

우선 이 회장은 당대에 많은 재산을 모은 자수성가형 기업인으로서 주변 지인에게 경제적 혜택을 주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뉴스1TV 캡처]
[사진=뉴스1TV 캡처]

그는 지난해 고향주민, 중고교 동창생 등에게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에 이르는 현금을 지급했다. 이는 통상적인 기업인의 기부행위와는 내용적으로 다르다. 기부는 어려운 계층의 사람들에 대한 선행이다. 이에 비해 이 회장의 현금 지급은 어려운 계층을 대상으로 한 게 아니다. ‘지인에 대한 선물’이다. 자신과 인연을 맺은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큰 돈을 번 데 따른 혜택을 주겠다는 취지라고 한다.

이 회장은 지난해 5월부터 6월까지 전남 순천시 서면 운평리 마을 주민 280명에게 1명당 2600만원부터 1억원까지 개인 통장으로 입금했다. 이 돈의 명목은 고향 마을을 지켜준 데 대한 감사를 표현한 격려금이다. 따라서 운평리 마을에 거주한 연수에 따라 5단계로 나누어 돈을 줬다. 오래 산 사람이 1억원을, 가장 짧게 거주한 사람은 2600만원을 받은 셈이다.

이에 앞서 이 회장은 모교인 동산초(25회)와 순천중(15회) 동창생 80여명에게 현금 1억원씩을 지급했다. 순천고(8회) 동창생에게는 그 절반인 5000만원씩 줬다.

그야말로 자신과의 인연의 길이를 계산해서 그에 상응하는 현금을 선물로 준 것이다. 이처럼 고향주민이나 학교 동창에게 거액을 지급한 데 대해서 한 때 사내 불만이 적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저출산 문제 해결하려는 이중근의 ‘진정성’ 느껴져

따라서 이번 출산장려금 1억원 지급 결정은 직원에 대한 선물이라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고향사람에 대한 현금 지급과 이번 결정은 맥락이 전혀 다르다.

이 회장은 저출산의 심각성을 강조하면서 부영그룹이 그 대책을 마련하고 실행하는 데 앞장 서겠다는 의지를 거듭 표명했다. 그 ‘진정성’이 느껴진다는 평가이다. 이 회장은 "대한민국은 현재의 저출산 문제가 지속된다면 20년 후 국가 존립의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며 "저출산에는 자녀 양육에 대한 경제적 부담 등이 큰 이유로 작용하는 만큼 파격적인 출산장려책을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실 한국의 저출산 현상은 위험 수위를 넘긴 지 오래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8명이다. 10년 동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등을 기록 중이다. 올해 합계출산율은 0.6명 선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와 기업이 앞다퉈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민족 소멸’이 현실화될 수밖에 없다.

이중근이 제안한 4가지 저출산 해소 대책, 정당의 총선공약 느낌

[사진=MBN 캡처]
[사진=MBN 캡처]

이 회장은 5일 시무식에서 4가지 획기적인 저출산 해소 대책을 제안했다. 첫째, 자녀당 출산장려금 1억원 지급 정책의 지속이다. 그는 “앞으로 이 정책을 계속 운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둘째, 3자녀 출산 임직원에 대한 주택 제공이다. 이 회장은 “국가로부터 토지가 제공된다면 셋째까지 출산하는 임직원 가정은 출생아 3명분의 출산장려금이나 국민주택 규모의 영구임대주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3자녀 출산 가정은 ‘살 집’을 제공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할 일이 있다. ‘토지 제공’이다.

셋째, '출산장려금 기부면세 제도'이다. 개인 및 법인이 2021년 1월 1일 이후 출생아에게 3년간 1억원 이내로 기부할 경우 지원받은 금액을 면세 대상으로 하고, 기부자에게도 기부금액만큼 소득·법인세 세액 공제 혜택을 주자는 제안이다. 이 회장은 "이런 제도가 뒷받침된다면 개인이나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금 모으기 운동' 때와 같은 방식으로 저출산 위기를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넷째, 영구임대주택 공급 방안도 제안했다. 이 회장은 "현행 민간임대주택 제도는 임대와 분양의 성격이 혼재된 분양 대기 임대주택제도라는 점에서 문제가 발생해 무주택 서민 주거안정에 한계가 있다"면서 “거주만을 위한 영구임대주택 건설에 민간을 참여시켜 주택시장을 영구임대주택 30%와 소유주택 70%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이렇게 될 경우 부영그룹도 양질의 영구임대주택을 공급하고 무주택 서민의 실질적인 주거 안정에 기여하는 기업으로 변화를 추구할 것"이라며 "임대주택 전문관리기업으로서 '살만한 집'의 대명사가 되는 회사로 정착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이 회장의 4가지 제안을 두고 정당의 4‧10 총선 공약보다 진정성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돼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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