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포진하고 있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연초부터 강력한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기술 분야 감원 추적 사이트 레이오프(Layoffs.fyi)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 100개 이상의 테크 기업에서 3만명이 해고됐거나 해고될 예정이다.

[사진=YTN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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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직원이 사라진 일자리는 인공지능(AI)이 대체하고 있다. 인력감축을 통한 절감된 자본은 AI연구개발에 투자된다. 빅테크 기업들이 지난해 4분기 호실적을 거둔 것은 지난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AI를 대규모로 투입한 성과라는 분석이다.

이제 AI는 실험적 시도가 아니라 대규모 도입의 대상인 것이다. 선도적으로 AI를 대대적으로 도입해 업무 효율화를 달성하고, 이를 통해 획득한 잉여자금을 AI연구개발에 투입해 기술경쟁력을 확보하는 빅테크가 시장 지배자가 되는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들의 경영 효율화 노력은 AI에 의한 인간 노동력 대체에 집중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 고용시장을 뒤흔드는 ‘AI의 습격’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줌, 옥타, 페이팔 등 연초부터 인력감축...인간 일자리를 AI로 대체하고 AI투자 확대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은 지난 1일(현지시간) 전체 직원의 2%에 해당하는 약 150명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지난해 2월 경기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전체 직원의 15%에 해당하는 약 1천300명을 감원한다고 밝힌 지 1년만에 추가 감원에 돌입하는 것이다. 줌은 “미래를 위해 중요한 분야에 역량을 추가하고 계속 고용하기 위해 역할을 재조정하고 있다”면서 “올해 인공지능과 판매, 제품 및 운영 등의 분야에는 계속 고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래성장을 위한 AI분야를 확대하기 위한 감원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업체인 옥타도 이날 전체 직원의 약 7%에 해당하는 400명에 대한 해고계획을 발표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온라인 결제 서비스업체 페이팔은 올해 2천500개의 일자리를 감축할 계획이다. 이는 전체의 9%에 해당된다. 2022년 말 페이팔의 전체 직원은 2만9천900명이었다. 알렉스 크리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회사는 직접적인 인원 감축과 올해 채용을 없애기로 했다”면서 “일자리를 줄임으로써 수익성 있는 성장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속도로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페이팔은 지난해 주가가 20%이상 하락했다. 간편결제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영업이익률이 감소한 탓이다. 따라서 크리스 CEO는 인간 일자리를 AI로 대체하는 작업과 AI분야에 대한 투자 가속화가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임을 페이팔 주주에게 설득하고 있다.

MS 게임 부문, 구글 광고직, 아마존 스트리밍 부문 등 감원

[사진=YTN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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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마이크로소프트(MS)도 지난달 25일 게임 부문에서 약 1천900명을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게임 부문 전체 직원 2만2천명 중 약 9%이다. 게임 업체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완료한 데 따른 후속조치이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도 연초에 기술직과 광고직 직원 1천명 이상을 해고했다.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 일자리 100여개도 폐지하기로 했다. 아마존도 스트리밍 및 스튜디오 운영 담당 부서 직원 수백 명을 줄였다. 전자상거래 업체 이베이도 정규직 인력의 약 9%인 1천명을 해고할 예정이다. 미국 온라인 가구 판매 플랫폼 웨이페어는 1천650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글로벌 전체 직원의 13%에 해당된다. 유럽 최대 소프트웨어업체인 SAP는 전체 정직원 10만8천명 중 7%를 감원할 계획이다.

애플 끌어내리고 시총 1위 된 MS 나델라 CEO, “우리는 모든 영역에 AI를 적용”

이같은 글로벌 빅테크들의 인력감축 열풍은 ‘AI의 습격’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7.6% 증가한 620억2000만달러(약 82조5000억원)를 기록한 MS는 AI기술을 전방위적으로 상용화하고 있다. 최대 수익원인 클라우드 서비스뿐만 아니라 자사 검색엔진과 워드, 엑셀 등 소프트웨어에 모두 적용하고 있다. MS는 AI기업으로 패러다임 전환 중이다. MS가 애플을 끌어내리고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차지한 것은 이같은 AI의 전면적 도입을 통한 경영 효율화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MS의 사티아 나델라 CEO는 콘퍼런스콜에서 “우리는 AI에 관해 논의하는 것에서 AI를 대규모로 적용하는 상황으로 이동했다”며 “모든 영역에 AI를 적용함으로써 우리는 신규 고객을 확보하고 생산성 향상을 촉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글 순다르 피차이 CEO와 아마존 앤디 재시 CEO, ‘전방위적 AI 도입 통한 매출 폭증’ 전망

알파벳이 기술직과 광고직을 중심으로 1천여명을 해고한 것도 AI가 기술분야뿐만 아니라 광고 업무도 대체하면서 인간 직원의 필요성이 대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사진=YTN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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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CEO는 “AI선도기업으로서의 여정을 시작한 지 7년이 지난 시점에 흥미로운 변곡점에 서 있다”면서 “AI를 더욱 유용하게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총 863억 1000만 달러(115조 5000억원)로 전년동기 대비 13% 상승한 수치이다. 구글검색 등 광고가 480억 2000만 달러(64조 2700억원), 유튜브 광고 수익이 92억 달러(12조 3100억원) 등이다. 순다르 피차이 CEO는 “구글 검색 매출이 연이어 호조를 보이고 유튜브 광고와 구글 클라우드도 매출이 오르고 있다”면서도 “이 서비스들은 각각 AI투자와 기술 혁신에 따른 혜택을 받고 있지만 아직 전성기를 맞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방위적 AI도입과 AI기술의 진보가 이뤄지면 구글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더욱 폭증할 것이라는 게 피차이 CEO의 주장인 셈이다.

아마존의 지난해 4분기 매출도 1700억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14% 늘었다. 앤디 재시 아마존 CEO는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 콜에서 “(생성형 AI 서비스 관련) 아직 규모가 작지만, 향후 몇 년 안에 수백억 달러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아마존은 최근 생성형 AI기반 쇼핑 도우미 ‘루퍼스’(Rufus)를 출시하고, 오픈AI 경쟁사인 앤트로픽에도 최대 40억달러를 투자하는 등 AI기업으로 변신을 도모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의 인력감축은 패러다임 전환의 결과물...AGI 도래하면 더 큰 격변 예상돼

[사진=YTN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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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상용화되는 AI는 생성형AI 수준이다. 하지만 인간을 뛰어넘는 사고력과 창의력을 갖는 범용인공지능(AGI)의 시대가 수년 내에 도래하게 되면, 인간의 일자리 위협은 훨씬 치명적인 수준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생성형AI의 아버지로 불리는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세계가 AGI에 더 가까이 갈수록 위험과 스트레스, 긴장 수위는 모두 올라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글로벌 빅테크들의 인력 감축이 일시적 불경기가 아니라 AI기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점은 충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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