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 등 후폭풍 우려, “저쪽이 먼저 발표했으면...”

민주당 임혁백 공관위원장(왼쪽)과 국민의힘 정영환 공관위원장(오른쪽)
민주당 임혁백 공관위원장(왼쪽)과 국민의힘 정영환 공관위원장(오른쪽)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여야는 지역구 현역 국회의원 중 이번 총선에서 공천을 주지않고 탈락시킬 ‘컷오프’ 대상자 발표를 앞두고 그동안 치열한 눈치작전을 벌였다.

여야 모두 여론조사 등을 통해 컷오프 대상이 되는 의원들의 명단을 이미 확정한 상황이지만, 발표, 즉 당사자 통보는 서로 미뤄왔던 것이다.

당사자에게 컷오프 사실을 통보하는 순간, 공천에서 배제된 의원들이 탈당을 감행해서 신당으로 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2일부터 현역 의원조사에 착수, 완료한 상태다. 이번 조사는 각 지역구의 일반 유권자를 대상으로 현역 의원에 대한 선호도, 후보 경쟁력 등을 묻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데 공정성 시비를 없애기 위해 여의도연구원이 외부 여론조사기관에 조사를 위탁했다.

이 여론조사는 공천관리위원회의 현역 국회의원 교체지수 산출에 40%가 반영된다. 교체지수는 앞선 당무감사결과 30%, 기여도 20%, 면접 10% 등으로 구성돼 있다.

1차 컷오프 대상 의원은 7명인데, 국민의힘 입장에서 열세 지역인 서울(강남 3구 제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전북 지역 의원 중 1명과 충청권 의원 중 1명 등 2명이 포함된다. 상대적 우세 지역인 서울 송파와 강원, 부산‧울산‧경남(PK) 중에선 3명, 텃밭인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대구‧경북(TK)에서 2명 등 5명도 교체 대상이다.

컷오프 대상 7명은 교체지수 하위 10%에 해당하고, 하위 10%부터 30% 사이에 들어가면 경선 기회를 주되 20% 감점을 부과한다. 이에따른 감정 부과 대상 현역 의원은 18명이다.

민주당은 현역의원 교체비율을 20%로 잡고 있다.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 실시한 현역의원 평가결과는 현재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의 캐비닛에 밀봉된 채 보관중이다. 한때 ‘하위 20% 명단’ 지라시가 돌아 당이 소란스러워지자 지도부가 직접 나서 '가짜뉴스'라며 진화에 나설 정도로 예민한, ‘폭탄의 뇌관’인 셈이다.

민주당 당헌에 따르면 하위 20% 명단 안에서도 감산 정도가 다르다. ‘하위 20%’중 상위 절반은 경선 득표율에서 20%가 감산되지만, 하위 절반은 30%가 감산된다. 때문에 하위 평가를 받은 현역 의원이 가산점 20%를 받는 여성·청년 신인과 맞붙을 경우 사실상 컷오프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현역 의원 입장에서는 하위 20% 명단 안에 들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불출마나 탈당을 고민할 수밖에 없을 수 밖에 없다. 하위 20%를 받은 의원들은 31명으로 알려져 있다.

향후 공천일정과 관련, 민주당은 지난 20일 공천지원을 마감했고 국민의힘은 다음달 3일 공천신청 접수가 마감된다.

양당의 다음 일정은 공천신청자 면접이다. 민주당은 31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국민의힘은 다음달 13일부터 지역별로 공천신청자 면접을 시작하기로 했다.

이처럼 국민의힘의 공천작업 속도가 민주당에 비해 열흘 정도 늦어지는 것은 민주당의 공천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응해나가는 추격전략에 따른 것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달리 수도권에 현역 의원이 거의 없기 때문에 민주당의 공천자 면면을 봐가면서 맞춤형 공천을 하는 ‘저격공천’이 가능하다. 아울러 컷오프 대상 통보 또한 민주당에 비해 훨씬 여유가 있다. 1차 컷오프 대상이 7명으로 숫자가 적은데다 대부분 영남권이어서 탈당 등 반발의 강도도 약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반면 민주당은 현역 의원의 숫자가 많고, 대부분 수도권에 몰려있기 때문에 가급적 빨리 본인에게 이를 알려줘야만 하는 입장이다. 당초 민주당은 컷오프의 신호탄을 국민의힘이 먼저 쏘아 올려주기를 기대했지만, 사실상 물건너간 상황이다.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최종 공천심사 결과를 발표하기 전에 사실상 통보를 해줘야 한다"면서 ”그 시기를 대략 2월 초순 정도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지역구 후보자 면접이 2월4일까지기 때문에 설 연휴 전에는 컷오프 통보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컷오프는 총선을 앞두고 상당한 규모의 정계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민주당의 하위 20%에 비명계 현역 의원들이 다수 포함될 경우 대규모 탈당사태가 예상된다.

현재 제3지대 신당들은 컷오프 된 민주당 현역 의원들을 대거 영입해서 총선에서 유리한 선거기호는 물론 수십억원대의 정당보조금까지 받는다는 전제하에 선거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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