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이후창 조각전' 
입체 25점과 드로잉 10점 등 최신작 공개

이후창 조각가가 '형상과 현상-피에타'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후창 조각가가 '형상과 현상-피에타'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우담바라를 머리에 인 반가사유상, 동양의 토속 신앙 속 12지신 그리고 성모마리아가 죽은 예수 그리스도를 안고 있는 모습의 피에타상. 

서소문 성지역사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후창 조각가의 초대전 '형상과 현상, 성스로움에 대하여' 전(展)을 찾아가면 만날 수 있는 입체 작품들이다. 

가톨릭 순교성지에 세워진 박물관에서 서로 다른 종교의 표상이 어우러져 전시된 사실이 이채롭다. 

전시장에서 만난 이 조각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종교를 초월, 또는 포괄하는 범우주적 관점에서의 성스러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리고 종교를 초월하여 진정 성스럽고 천함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을 품고 이번 전시를 준비하였다"고 말했다. 

전시에는  최근 2년여 간 제작한 입체 25점과 드로잉 10점 등 신작들이 공개되고 있다.

입구를 지나 정면에서 만나는 작품은 '형상과 현상-우담바라'다. 

미륵보살을 형상화한 반가사유상으로부터 뻗은 가지에서 300년에 한번 꽃을 피운다는 우담바라가 매번 색을 바꾸며 꽃을 피우는 듯한 이미지로 방문객을 맞는다. 

또한 작가의 작품 중 '12지신 오벨리스크'는 작품 안 유리 색깔이 카멜레온의 보호색처럼 변하지만 본질이 변하지는 않음을 보여준다.  

'형상과 현상-반가사유상(半跏思惟像)', 알루미늄주물, 유리, 스텐레스스틸, 빛 430×400×1780mm, 2023
'형상과 현상-반가사유상(半跏思惟像)', 알루미늄주물, 유리, 스텐레스스틸, 빛 430×400×1780mm, 2023
'12지신 오벨리스크', 스테인레스 스틸, 유리, 금박, 빛 가변설치 2023
'12지신 오벨리스크', 스테인레스 스틸, 유리, 금박, 빛 가변설치 2023

아파트의 우편함을 가지고 아파트를 형상화한 설치미술 작품도 눈길을 끈다.  

우편함을 뒤집어 놓아 마치 사람의 눈과 코,입을 형상화하여 그 안에 무수한 이야기를 뿜어 내는 듯하다.

전시된 작품들은 대부분 스테인리스스틸과 유리의 조합이어서 언뜻 이질적이고 생경스럽기도 하지만 차가움과 영롱함, 반사와 반영, 불투명과 투명의 간극 속에 몰입하다보면 고요함과 깊고 따뜻한 평온을 감지할 수 있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박물관 내 작은 계단형 소극장을 연상시키는 공간에 설치된 '형상과 현상-피에타'다. 

빛을 흡수하는 검은 흑연으로 만들어진 성모상과 황금빛 유리를 일일이 자르고 조각으로 붙여 빛을 반사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이 빛반사를 통해 붉은 벽돌 외벽에 투영되고 장엄한 레퀴엠과 함께 형상화 된다.

전시된 피에타상에 대해 그는 "빛이 만들어내는 그림자, 반사 효과, 중첩과 발광이 만들어 내는 착시를 통해 결국 이것이 실체인지 가상인지 진위 여부보다는 현상 이면의 실체에 더욱 근접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방문객들로 하여금 현상이면의 실체에 눈길을 돌리게 함으로써 '성스러운 것과의 접점'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인지 모른다. 

이 조각가는 12년 전 제11회 하정웅미술상(광주시립미술관, 2011)을 수상하였고 2017년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조각행사인 '서울국제조각페스타'에서 수만 명의 관객이 투표로 선정하는 '최고인기작가상'을 받았다. 

또 영화, 드라마의 비주얼 아트 디렉터, 가면 디자이너로도 활동하며 다양한 매체에서 활동을 펼쳐왔다. 전시는 2월 4일까지 계속된다.  

이경택 기자 kt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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