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국민의힘 탈당을 선언한 이언주 전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에 복당하려다가 ‘역풍’을 만났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선당후사’를 요구하며 ‘불출마 등 희생’을 압박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는 이언주 전 의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복당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당 대표와 원내대표 간 입장이 엇갈리는 배경에 의구심이 제기됐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9일 CBS라디오에서 이언주 전 의원의 복당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9일 CBS라디오에서 이언주 전 의원의 복당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의원이 윤석열 정부의 퇴행, 문제점, 그리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좀 더 선당후사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필요하다"며 진정성을 강조했다.

홍 원내대표는 "희생하는 모습이 보여야 한다"며 "일단 이번 총선에서는 출마하지 않는다든지 선당후사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간판을 달고 4월 총선에 출마하려던 이 의원으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이언주, 지난 23일 이재명의 복당 제안 밝혔다가 “고민 중”이라고 한 걸음 물러서

이 전 의원의 복당 문제는 지난 23일 오후 이 전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직접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최근 민주당 이재명 대표께서 복당을 제안하셨다. 진지하게 고민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 전 의원은 23일 오후 9시에는 "일부 언론에서 낼 입당식 등등 보도가 있었는데, 오보이다. 그냥 진지하게 고민중"이라고 다시 밝혔다. 이 전 의원의 복당 문제가 언론의 지대한 관심을 받자, 이 전 의원의 과거 이력을 문제삼는 친문재인(친문)계의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됐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사진=페이스북 캡처]

‘이 전 의원이 이 대표의 복당 권유를 수락했으며 복당일은 24일로 알려졌고, 25일엔 이 대표와 비공개 간담회를 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에 이 전 의원은 24일 페이스북에서 “복당 관련 아직 정해진 건 없다. 제안받아서 진지하게 고민중이다”며 기자들에게 ‘앞서 나가는 기사를 쓰지 말아줄 것’을 당부했다. 일정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25일에는 이 대표와 비공개 간담회가 예정돼 있었는데, 추가 진행 사항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 전 의원의 복당에 변수가 생긴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게 됐다.

이언주 복당설에 친문계 반발...이언주는 ‘친문 축출용’ 관측도

그런데 29일 오전 CBS라디오에서 홍 원내대표가 ‘복당 하더라도 선당후사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는 발언이 나왔다. 홍 원내대표가 이 대표와 아무런 상의 없이 그런 말을 했을 리가 없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만큼 당내 친문들의 반발이 예사롭지 않다는 반증으로 풀이됐다.

이 대표가 이 전 의원에게 직접 전화를 한 것을 두고, 친문계에서는 ‘친문 축출용’으로 이 대표가 이 전 의원을 활용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민주당의 관계자는 이 대표가 복당을 권유한 이유에 대해 “총선 승리를 위한 외연 확대 행보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탈당파 의원들도 끌어안지 못했던 이 대표가 친문 저격수였던 이 전 의원에게 직접 복당을 제안한 것은 모순’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 출신인 최재성 전 수석은 "당에는 실익도 없고 중도 확장이 되는 것도 아닌데 당 대표가 직접 탈당한 사람을 복당하라고 요청을 하는 것도 웃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친문계인 송갑석 의원도 "이언주 같은 분이 당으로 돌아오는 상황을 지지자들이나 국민들이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지 잘 납득이 안 된다"며 "윤석열만 반대하면 모두가 우리 편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언주, 홍익표 ‘선당후사’ 발언하던 날 ‘복당이 이재명 제안임’을 재차 강조

[사진=YTN 유튜브 캡처]
[사진=YTN 유튜브 캡처]

홍익표 원내대표의 ‘선당후사’ 발언이 있던 29일 오전 이 전 의원은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복당은 이재명 대표의 제안’이라며 재차 강조했다. 이 전 의원은 "이 대표가 현 시국이 매우 심각하고 엄중해 힘을 합하자고 제안했다"며 "총선을 앞두고 정권 심판의 대의에 함께 하자고 제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역구 출마를 염두에 두고 복당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한 셈이다.

하지만 복당 시기에 대해선 "조급히 결정할 건 아니다. 신중할 필요는 있다"며 "(지역구 출마) 그런 얘기도 해야 하고 당이 혁신할 것들을 서로 공유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성찰할 건 성찰하고, 또 당이 혁신할 건 혁신하고 이런 것들을 공유해야 한다”며 “지역구 출마 얘기도 해야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 의원의 이같은 입장은 홍 원내대표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동상이몽’으로 확인됐다. 정치권에서는 ‘이 전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할 거면, 뭐하러 민주당에 들어가겠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언주의 복당플랜 실현 어려워지나? 

2012년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소속으로 경기 광명을 지역구에서 당선된 이 전 의원은 2016년 20대 총선에서도 재선에 성공했다. 당시 당내 주류였던 친문계를 비판하며, 2017년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선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국민의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이후 2020년에는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창당에 참여했으며, 21대 총선에서는 미래통합당 후보로 부산 남구을에 출마했으나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당시 후보에게 패했다. 국민의힘 당적을 유지하던 이 전 의원은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며 대립각을 세우다 지난 18일 탈당했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사진=페이스북 캡처]

따라서 이 전 의원이 22대 총선에서 배지를 달고 다음 지방선거와 2027년 대선까지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민주당 복당을 고려하는 것으로 풀이됐다.

이재명은 특유의 ‘침묵’으로 일관...이언주만 허공에 뜬 상태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30일 유튜브에서 “이언주 전 의원의 마음이 급할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와 이 전 의원이 25일 만나기로 했는데, 이 대표가 날짜를 안 잡아준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 간 간담회가 25일로 예정돼 있었는데, 이 대표가 연락을 끊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위원은 “(이 대표는) 내가 들어오라니까 진짜 들어오라는 줄 아세요?라고 했을 것”이라며 꼬집었다. “‘들어와서 친문들 공격 좀 해 주세요’라는 입장이었는데, 친문들의 반발이 심하자 ‘이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은 “그게 바로 이재명 대표”라면서 “이 전 의원이 이번에 이재명 대표의 실체에 대해서 다시금 느꼈을 것”이라고 직격했다. “약속 안 지키는 정치인들을 많이 봐왔지만 이 대표처럼 상황에 따라서 말을 바꾸고, 바꾸는 데 대해서 한 번도 죄의식을 못 느끼는 사람은 처음 본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이 전 의원이 페이스북에서 이 대표의 ‘복당 권유’를 밝힌 것은 지난 23일이다. 1주일이 지나도록 이 대표는 이 전 의원의 문제에 대해서 ‘침묵’하고 있다. 홍 원내대표를 통해서 ‘선당후사와 불출마’를 압박하는 태도는 비겁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저격수’로서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등은 행정 경험도 없는 최순실보다 못하냐”는 등의 강경 발언이 이 전 의원의 복당을 가로막는 요소가 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 사실을 알고도 복당 요청을 한 이 대표의 책임도 적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본인에게 불리한 상황에서 침묵하는 정치 스타일을 다시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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