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새로운미래’와 민주당 탈당 의원들이 주축이 된 ‘미래대연합’이 ‘개혁미래당’(가칭)을 공동 창당하기로 28일 합의했다. 양측은 이날 중앙당 창당대회를 다음달 4일 열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미래대연합 박원석 공동대표(오른쪽)와 새로운미래 신경민 국민소통위원장이 28일 국회에서 가칭 '개혁미래당' 공동창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1.28. [사진=연합뉴스]
미래대연합 박원석 공동대표(오른쪽)와 새로운미래 신경민 국민소통위원장이 28일 국회에서 가칭 '개혁미래당' 공동창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1.28. [사진=연합뉴스]

미래대연합 박원석 공동대표와 새로운미래 신경민 국민소통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기득권 혁파와 정치혁신, 사회 개혁과 미래 전환에 나서라는 국민 기대와 명령에 부응하고자 공동 창당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탈당파인 이들은 개혁미래당(가칭)에 대해 정치개혁, 사회개혁, 민생 개혁 등 개혁을 선도하고 미래로 나아가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준석, 민주당 탈당파의 신당 명칭인 ‘개혁미래당’을 ‘당명 도용’이라고 비난

이에 대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의 신경질적인 반응이 화제를 모았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생각이 비슷한 분들끼리 모이는 것은 언제나 축하한다"면서도 "'미래대연합'과 '새로운 미래'가 합쳐져서 '개혁미래당'이라는 당명을 쓰겠다고 하는 것은 의도가 명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집에 전화기가 두 대 있는 정도가 아니라 옆에 신장개업한 중국집 이름 조금 알려져 간다고 그대로 차용하겠다는 것 아니냐"면서 "무임승차든 지하철이든, 당명이든 곤란하다"고 비판했다.

‘중국집에 전화기 두 대’라는 표현은,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는 취지의 보도가 나온 이후 이 대표가 사용한 것이다. "주방은 하나인데 전화받는 상호와 전화기가 두 개 따로 있는 모습으로 서로 다른 팀인 척한다"며 ‘약속대련’을 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이다.

이번에는 신장개업한 중국집(개혁신당) 이름이 조금 알려졌다며, 개혁미래당이 개혁신당의 ‘개혁’을 차용한 것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2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아트센터 컨벤션홀에서 열린 새로운미래 경기도당 창당대회에서 이낙연 인재영입위원장이 미래대연합 박원석 공동대표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1.28. [사진=연합뉴스]
2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아트센터 컨벤션홀에서 열린 새로운미래 경기도당 창당대회에서 이낙연 인재영입위원장이 미래대연합 박원석 공동대표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1.28. [사진=연합뉴스]

‘개혁’을 당명에 처음 쓴 것은 유시민...이준석은 유시민에게 허락받았나?

이처럼 이 대표가 불쾌감을 드러낸 것은 부적절한 대응이라는 지적이 높다.

29일 CBS 라디오에 출연한 김준일 뉴스톱 수석 에디터는 이 대표의 대응에 대해 “완전 감정싸움 됐다, 한마디로 개싸움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향신문 기자 출신으로 평소 이 대표에 대해 우호적이던 김 수석 에디터가 강도 높은 비판을 가한 것이다. 김 수석 에디터는 “(개혁미래당에 대해) 덕담을 해주면 된다. ‘개혁하겠다고 하니, 같이 선의의 경쟁하고 우리가 좀더 잘해서 대한민국을 바꿔보겠다. 같이 할 수 있는 부분은 같이 하겠다’라고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개혁’이라는 당명은 유구한 역사가 있다며, “우리나라 정당에서 의미있게 제일 먼저 쓴 게 2002년에 유시민의 ‘개혁국민정당’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준석은 유시민한테 허락을 받았냐?”라고 저격했다.

이에 대해 진행자도 “이 대표의 SNS를 보면서 왠지 빅텐트에 ‘빅’ 자라도 나올까봐 자꾸 선을 긋는 느낌만큼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 역시 이 대표의 언행이 적절하지 않았다며 “‘같이 안할 거야’라고 생각을 하는 건지, 아니면 ‘내가 조금 더 주도권을 행사하기 위해서 좀 공격을 해야지’라고 생각하는 건지는 확실하게 알 수 없지만, ‘대단히 신경질적인 반응’으로서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이준석의 개혁신당과 개혁미래당의 감정싸움은 국민들에게 피곤한 풍경

그러면서 장 소장은 “이 대표가 이런 식으로 즉각적이고 민감한 반응을 보이게 되면 양쪽의 감정의 골은 점점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개혁신당과 개혁미래당이 감정싸움 하지 말고 개혁을 위해서 큰 틀 차원에서 합의를 봐야 한다는 조언인 셈이다.

양당 체제의 혐오 정치와 극단 정치, 끊임없는 싸움이 싫은 사람들이 제3지대를 보면서 ‘저쪽은 잘하기를 바라는 기대감’을 갖는데, 여기서도 진흙탕 싸움이 벌어진다고 하면 ‘공멸’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장 소장의 지적이다.

결국 이 대표의 이런 감정싸움은 ‘제3지대 빅텐트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를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식으로 빅텐트를 할 거면 안 하는 게 낫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개혁신당 비례대표 4명 순번을 이미 정해?...‘개혁미래당’과 합당하면 골치 아파져

따라서 이 대표가 제3지대 빅텐트가 성사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일부러 감정싸움을 벌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8일 유튜브 ‘어벤저스 전략회의’에 출연한 서정욱 변호사는 “공천과 공약이라는 두 가지 면에서 빅텐트는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와 한국의희망 양향자 대표가 24일 합당 발표를 위해 국회 기자회견장에 들어오고 있다. 2024.1.24. [사진=연합뉴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와 한국의희망 양향자 대표가 24일 합당 발표를 위해 국회 기자회견장에 들어오고 있다. 2024.1.24. [사진=연합뉴스]

서 변호사는 이 대표와 양향자 의원이 비례대표 공천에 합의했다며 “양향자 1번, 이준석 2번, 허은아 3번, 천하람 4번 이렇게 짜놨다”고 밝혔다. 연이어 “(개혁미래당과 합치면) 또 반을 나눠줘야 한다. 공천을 조율하는 게 한번에 하면 쉬운데 이제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무임승차 폐지 공약’으로 ‘패륜정당’ 비난 받은 개혁신당, 개혁미래당에게도 부담스러워

또한 서 변호사는 이준석 대표가 발표한 ‘무임승차 폐지 공약’ 때문에, 개혁신당과 개혁미래당이 함께 갈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 대표는 지난 18일 65세 이상 고연령층의 지하철 무상 이용 혜택을 폐지하고 연 12만원 선불형 교통카드를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이후 이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에 대해 ‘패륜정당’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대한노인회는 김호일 회장 명의의 성명서를 내고 “한강의 기적을 이룬 노인에 대한 우대는커녕 학대하는 주장”이라며 “신당이 아니라 패륜아 정당을 만들겠다는 망나니 짓거리라 질타하며 일천만 노인들은 규탄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개혁신당과 개혁미래당 간 빅텐트 구성을 위한 논의는 답보상태이다. 제3지대 핵심세력 간 정책협의체인 ‘비전 대화’는 지난 22일 공동 발표 이후 아직까지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은 상태이다.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과 합당을 선언한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도 ‘개혁미래당’과의 통합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양 대표는 29일 BBS 라디오에서 개혁미래당과의 합당에 대해 "국민들께서 지금 양당(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극단의 정치에 균열을 내달라는 그런 명령이지 않나, 그런데 그 균열을 빅텐트로 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창당하고 다시 합당해서 선거를 치르기에는 일정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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