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7년 13대 대통령선거를 목전에 두고 KAL858기 폭파범인 북한 공작원 김현희가 국내로 송환되는 모습/연합뉴스
지난 1987년 13대 대통령선거를 목전에 두고 KAL858기 폭파범인 북한 공작원 김현희가 국내로 송환되는 모습/연합뉴스

대한민국 역대 모든 선거때 마다 북한의 동향은 선거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

1987년 13대 대선에서 민정당 노태우 후보가 당선된 것은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등 3김씨가 각자 출마해 야당표가 분산됐고, 선거를 한달도 남기지 않은 그해 11월29일 북한 공작원 김현희 등이 대한항공 858기를 폭파한 점이 결정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이후 북한의 군사적 도발로 인한 안보위기, 즉 북풍(北風)은 보수정당에 유리한 선거변수로 자리잡았다. 1997년 15대 대선을 앞두고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당선을 위해 이 후보측 인사들이 중국을 거쳐 북한측 인사들과 접촉해 대선을 앞두고 북한이 판문점 등에서 군사적 도발을 일으켜 북풍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는, 이른바 ‘북풍사건’이 터지기도 했다.

이때까지 북한은 남한의 선거때 마다 각종 군사도발을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집권 보수정당의 선거를 돕는 행동을 하는 바람에 민주당은 큰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북한의 이같은 행동을 놓고, “독재국가인 북한 또한 남한에서 민주적 정권이 수립되기를 원치 않는다”는 이른바 ‘적대적 공존론’이 설득력을 얻기도 했다.

그런데 김대중 전 대통령을 시작으로, 노무현 문재인 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3명의 민주당 대통령이 탄생하고, 이들 모두가 북한을 찾아가 남북정상회담을 함으로써 북풍은 정반대의 효과를 갖는 변수로 자리잡았다.

2024년 신년 벽두부터 김정은 북한정권의 각종 군사도발 빈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한국과 미국에서 예정된 두 개의 선거를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 북한 전문가들의 일치된 분석이다. 한미일 동맹을 통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윤석열 정권과 함깨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돕기위한 측면이 크다는 것이다.

북한 김정은은 지난 15일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조선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에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 평정, 수복하고 공화국 영역에 편입시키는 문제를 (헌법에)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최고 수위의 전쟁위협을 한 바 있다.

이후 미국 언론에서는 연일 정부 관계자 및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해 2010년 연평도 포격 이상의 고강도 군사분쟁이 한반도에서 발생할 가능성을 보도하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 미국의 바이든 정부가 북한과 일체의 대화가 없는 상태에서 꾸준히 경제, 외교적 제재를 강화함으로 식량문제 등에서 상당한 고통을 받아왔다. 북한은 지난 4년 바이든 대통령 집권기간 동안 핵무기의 양과 질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룬 상태다.

이에따라 김정은-트럼프간 하노이 회담의 결렬 사유가 된 핵무기의 실질적 폐기없이도 이미 세차례나 만난 트럼프 대통령과의 ‘탑다운’ 협상을 통해 경제재재 완화 등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와함께 수시로 미국의 주요 전략자산을 한반도로 전개시키고 있는 윤석열 정부에 대해서도 큰 불만을 드러내면서 대남 심리전을 펼쳐왔다. 남한내 일부 친북, 종북 단체들이 서울 용산의 대통령실과 미국 대사관 앞에서 지속적으로 윤석열 정부의 한미동맹 강화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18일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한 행사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팔을 붙잡고 늘어지며 “국정기조를 바꾸라”고 요구하는 소동을 벌인 것 또한 진보당이 주사파 출신들의 정당이라는 점에서 같은 맥락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북풍을 민주당은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다.

이재명 대표는 최근 몇 달간 지속적으로 윤석열 정부가 한반도를 전쟁위험으로 몰아가고 있다면서 평화를 강조하고 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 또한 북한과의 대화를 적극 요구하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해야할 일은 위기를 관리하고, 대결적 언행을 자제하면서 사소한 오해가 전쟁으로 번지지 않도록 최소한의 대화 채널을 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며 "최근 한반도 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 전쟁 가능성이 높다는 국내외 지적을 윤 대통령이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북한이 4·10 총선을 앞두고 미사일 발사와 강도 높은 대남 협박발언을 넘어 연평도 천안함 같은 사건이나 군사분계선, NLL에서의 충돌과 같은 실제 도발에 나설 가능성 및 총선에 미칠 영향이다.

하지만 막상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이 군사적 충돌을 동반한 실제 도발을 해 올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북한의 도발에 따른 정치적 파장을 예측하기가 어렵고, 군사적으로도 쉽지 않다는 이유다.

이와관련 , 노무현 정부 때 함참의장을 지낸 인사는 “연평도 사건이나 천안함 사건은 북한이 그런 도발을 했을 때 대한민국 군대나 남한사회가 어떻게 대응할지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하고 벌인 사건”이라면서 “지금은 각종 감시장비가 첨단, 고도화돼서 연평도 천안함 사건처럼 은밀하고 기습적으로 도발준비를 하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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