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 미성년자 중학생 A군에 의해 둔기 폭행을 당한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A군에 대한 ‘엄정한 법적처리’를 강조해 사회적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 촉법소년에 대한 형사처벌은 불가능하고 미성년자에 대해서는 솜방망이 형사처벌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배 의원 사건을 계기로 미성년자에 대한 단호한 법집행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특히 미성년자를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춘 현행 사법체계가 일부 청소년층의 범죄성향을 키우는 부정적 영향을 낳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미성년 범죄자들이 자신이 미성년자이므로 약한 처벌을 받는다는 점을 공공연하게 자랑하는 사태가 벌어지는가 하면, 촉법소년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한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이다.

A군, 경찰에 체포되면서 “난 촉법소년” 주장...형사처벌 면제된다고 생각하고 범행 결심?

배현진 의원은 27일 자신의 SNS에서 "저를 구해주신 시민들, 신고를 받고 순식간에 달려와주신 소방대원과 경찰관들, 그리고 많이 놀란 저를 끝까지 배려해주신 순천향병원의 의료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면서 "사건에 관한 내용은 수사기관을 신뢰하며 지켜보겠다. 면밀한 수사 뒤에 그 결과에 따라 엄정한 법적처리가 이뤄질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배 의원은 앞서 지난 26일 입원중인 순천향대 서울병원 병실에서 1시간 30분 가량 피해자 조사를 받으면서도 A군에 대한 처벌 의사를 경찰에 전한 바 있다.

A군은 범행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되면서 “나 촉법소년인데”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져 공분을 샀다. 만10세~14세 미만인 촉법소년은 형사미성년자이다. 아무리 흉악한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가정법원 소년부에 송치돼 감호위탁, 사회봉사명령, 보호관찰, 소년원송치 등 1~10호까지 보호처분을 받는다. 아직 정신적으로 미성숙 상태이므로 처벌보다 교화와 교육을 통해 교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형법적 판단이다.

A군은 체포 당시 자신이 15세라면서 촉법소년이라고 주장한 것은 무지의 산물이다. 경찰조사를 통해 A군은 실제로는 만 14세(2009년생)인 것으로 확인돼, 촉법소년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A군은 촉법소년이 처벌받지 않는다는 점을 알고 이를 악용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A군은 미성년자이지만 촉법소년은 아니다.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서울 송파을)이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건물에서 괴한에게 습격 당하는 장면이 담긴 CCTV 화면을 배 의원실이 공개했다. 2024.1.25. [배현진 의원측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서울 송파을)이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건물에서 괴한에게 습격 당하는 장면이 담긴 CCTV 화면을 배 의원실이 공개했다. 2024.1.25. [배현진 의원측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여중생 집단폭행하고 동영상 촬영한 촉법소년 3명, 촉법소년 제도 언급하며 ‘사과’도 거부해

자신이 촉법소년임을 인지한 상태에서 흉악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해 11월 인천에서 10대 청소년 6명이 여중생 1명을 집단폭행하고 속옷만 입힌 채 동영상을 촬영한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c촉법소년인 피의자 3명은 가정법원 소년부로 넘겨졌는데, 피해 학생 학부모가 사과를 요구하자 “촉법소년이라 형사처벌 안받는다. 협박하지 말라”고 뻔뻔한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촉법소년 제도를 악용해 흉악범죄를 저지르는 ‘사악한 촉법소년’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이처럼 ‘어린 나이’를 벼슬이나 훈장처럼 인식하고 거리낌없이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르는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분명한 것은 전체적인 촉법소년 사건이 급증추세라는 점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촉법소년 범죄 발생건수는 2018년 7364건, 2019년 8615건, 2020년 9606건, 2021년 1만 1677건, 2022년 1만 6435건 등으로 증가해왔다. 4년만에 2.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촉법소년에 대한 기준은 1954년 처음으로 법제화돼 70년 동안 유지돼왔다. 하지만 촉법소년 범죄의 급증세와 그 잔혹성 심화 추세 등을 감안할 때, 전면적 손질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배현진 공격한 A군은 ‘범죄소년’...보호처분 받고 최대 10일 이내 출석정지 징계 예상돼

배 의원을 공격한 A군은 만 14세이므로 ‘범죄소년’에 해당된다. ‘범죄소년’은 14세 이상 19세 미만의 소년으로서,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자이다. 형사책임능력자로 보기 때문에 소년보호재판을 통한 보호처분과 형사재판을 통한 형사처벌이 모두 가능하다. 단 형사처벌보다 보호처분을 우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대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에만 성인과 유사한 형사처벌을 받는다. 형사처벌을 받으면 전과 기록이 남는다.

강남경찰서는 27일 A군에게 특수상해 혐의를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범죄 동기와 죄질 등에 따라 형사처벌할 필요가 있다면 검찰에 송치할 수 있다. 소년법상 만 19세 미만 소년 보호사건은 가정법원 또는 관할 지방법원 소년부에서 사건을 심리한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대법원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7∼2022년 5대 강력범죄로 송치된 소년 사건 1만8084건 중 형사처벌을 받은 사건은 567건(3.1%)에 불과했다. 나머지 총 1만7517건(96.9%)은 보호처분을 받았다.

A군은 보호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더욱이 중학교는 의무교육에 해당돼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퇴학 처분이 불가능하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은 A군에 대해 ‘적절한 선도 조처’를 할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A군이 재학 중인 중학교는 수사 결과가 나온 뒤 생활교육위원회를 소집해 학교 내 봉사(1호), 사회봉사(2호), 특별교육이수(3호), 1회 10일 이내 출석 정지 중에서 징계 수위를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범죄소년에 대한 법정 최고형은 징역 장기 15년, 단기 7년...출소하면 20대

주요 선진국에 비하면 범죄소년에 대한 한국의 처벌 기준은 대단히 낮다. ‘소년법’ 제 59는 “죄를 범할 당시 18세 미만인 미성년자에 대해서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할 수 없다. 이 경우에는 15년의 유기징역에 처해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성인이라면 사형을 선고할 범죄를 저질러도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최대 15년의 징역에만 처해지는 것이다. 예를 들면 14세인 범죄소년이 사람을 잔인하게 죽여서 법정 최고형을 받아도 형을 마치고 출소하면 29세이다.

지난 27일 수원지법 성남지원 제1형사부(강동원 부장판사)는 채팅앱으로 만난 또래인 B양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10대 C군에게 징역 장기 15년, 단기 7년을 선고했다. 이는 법정 최고형이다. C군이 모범적으로 수감생활을 했다는 평가를 받으면 7년 뒤에 출소하는 것이다. C군은 B양 집에서 술을 다시다가 다투는 과정에서 B양을 칼로 수차례 찌른 후 별 다른 구호조치 없이 현장을 빠져나온 뒤 112에 “B양이 휘두른 흉기에 찔렸다”는 신고만 했다. B양 유족은 엄벌을 탄원했고 재판부는 엄벌을 선고했지만 C군은 20대나 30대 초반에 출소할 예정이다.

최근 대전에서 “절교하자”는 동급생을 목 졸라 살해한 10대 여고생도 1심에서 징역 장기 15년, 단기 7년을 선고받았다. 법정 최고형이지만 국민 법감정에 맞지 않고 재발방지 효과도 낮다는 지적이다.

미성년자 범죄 처벌은 국제적 강화 추세...일본은 최근 ‘특정소년’에 대해 사형 선고

미성년자 범죄에 대한 처벌은 국제적으로 강화되는 추세이다. 미성년자 범죄가 갈수록 흉포화될 뿐만 아니라 발생건수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야마나시현 고후시 지방법원은 지난 18일 여성 D에게 짝사랑을 고백했다가 거절당하자, D의 부모를 흉기로 살해하고 불을 지른 엔도 유키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했다. 유키는 범행 당시 19세 미성년자였다. 하지만 지난 2022년 일본 법원이 18세와 19세를 ‘특정소년’으로 규정하고 성인과 동일하게 처벌하도록 소년법을 개정했다. 엔도 유키 사형 선고는 개정된 법을 적용해 ‘특정소년’에게 사형을 선고한 첫 판례이다. 재판부는 “유족에게 사죄하지 않는 등 반성의 태도가 없고 갱생 가능성이 낮아 사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일본에서도 법 개정 이전에는 미성년 범죄자에 대해서는 경미한 처벌만 내렸다. 이제 일본에서 ‘특정소년’은 성인과 동일한 잣대로 법의 심판을 받게 된 것이다.

촉법소년 개정안 9건은 21대 국회에서 폐기처분 예정...촉법소년이나 범죄소년 제도가 악용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 응급실에서 치료 중인 배현진 의원을 병문안 한 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배 의원은 이날 강남구 신사동 거리에서 괴한에게 습격당했다. 2024.1.25.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 응급실에서 치료 중인 배현진 의원을 병문안 한 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배 의원은 이날 강남구 신사동 거리에서 괴한에게 습격당했다. 2024.1.25. [사진=연합뉴스]

한국에서도 촉법소년 제도 개정 논의는 있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법무부장관 시절인 지난 2022년 12월 촉법소년 연령을 기존의 만 14세 미만에서 만 13세 미만으로 하향조정하는 소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21대 국회에서도 촉법소년 연령을 하향하거나 특정 범죄에서 촉법소년 제도를 폐지하는 개정안 등이 9건 발의됐으나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폐기처분될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성년자에 대한 처벌 강화에 대한 논의는 아예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반면에 일본뿐만 아니라 영국, 호주 등 선진국들도 미성년자에 대한 처벌 강화 흐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처벌 강화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촉법소년이나 범죄소년 제도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이를 방패막이로 삼아 범죄를 저지르거나, 법을 경시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현실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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