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발생한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서울 송파을) 피습사건은 여러 면에서 충격을 안기고 있다. 여야 정치권은 일제히 ‘정치 테러’에 대한 단호한 비판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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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피습사건이 발생한 지 20여일 만에 정치인에 대한 흉기 테러가 재발함에 따라 ‘정치인 경호’ 필요성까지 대두되고 있다. 한국사회가 그동안 누적돼온 정치 양극화 문제가 4.10총선을 앞두고 곪아터지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충격적 사실 1= 중학생이 얼굴도 정확히 모르는 국회의원을 거침없이 공격

배현진 의원 사건은 몇 가지 면에서 이재명 대표 사건보다 심각한 양상을 드러냈다. 우선 피격범의 나이이다. 이 대표 테러범은 67세 남성이다. 잘못된 정치적 신념에서 비롯된 범죄행위였다.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이 대표에 대한 적개심을 키워왔다고 볼 수 있다.

반면에 배 의원 습격범은 강남의 한 중학교에 재학 중인 2학년 학생 A군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15세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배 의원실이 공개한 동영상에 따르면, 배 의원은 25일 오후 5시20분쯤 개인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건물에 들어가려다 공격을 받았다. A군은 배 의원이 차에서 내려 건물로 들어가는 중 뒤에서 다가와 “국회의원 배현진입니까?”라고 물었다. 배의원이 미소를 띄우며 “맞다”고 하자, 돌연 주머니에서 성인 주먹 크기의 돌을 꺼내 뒤통수를 가격했다.

배 의원이 도망치면서 복도 바닥에 쓰러지자, 그 위에 올라타는 자세로 십 수차례 가격했다. 주변 사람들은 처음에는 갑작스러운 사태에 어리둥절했다가 상황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제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진=YTN 캡처]
[사진=YTN 캡처]

배 의원은 머리에 1센치 크기의 열상과 얼굴 오른쪽이 긁히는 상처를 입고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병원으로 옮겨져 두피열상 1차 봉합 등의 치료를 받았다. 골절이나 출혈 등은 없었다. 이후 병실로 이동했으나 출혈 가능성 등을 지켜봐야 한다는 게 의료진의 소견이다.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충격적 사실 2= 미성년자인 A군이 배 의원 개인 일정을 사전에 파악?...서너 시간 전부터 주변을 서성여

경찰은 용의자 A군을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해 강남경찰서로 압송해 ‘특수폭행 혐의’로 조사 중이다. 특히 배 의원을 공격하게 된 경위와 이유를 집중 조사 중이다.

목격자들의 증언을 종합해보면 A군은 배 의원을 공격하기 몇 시간 전부터 건물 주변을 서성이면서 머물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배 의원은 개인 일정을 보기 위해 해당 건물을 방문했다고 한다. 중학생이 여당 국회의원의 개인 일정을 사전에 파악하고 장시간 동안 기다렸다는 이야기이다.

이는 계획범죄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중학생이 국회의원 개인 일정까지 미리 파악해서 공격을 한 것이다. 그렇다면 제3자의 도움이나 지시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제3자가 중학생을 시켜서 여당 국회의원을 공격한 것이라면, 사태의 심각성은 더욱 커진다. 경찰은 용의자를 특수폭행 혐의로 조사하고 있지만, 내용적으로는 조직적인 ‘정치 테러’가 되는 셈이다.

충격적 사실 3= 미성년자인 A군, 촉법소년일 가능성 있어...촉법소년은 형사처벌 받지 않아

현재 경찰 조사에서 A군은 미성년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강남경찰서 측은 “피의자가 미성년자이므로 관련 규정에 따라 수사사항·신상정보 등은 확인해 드릴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사진=YTN 캡처]
[사진=YTN 캡처]

그런데 A군이 촉법소년(만 10~14세)의 범주에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신의 나이를 15세라고 했지만 ‘만 나이’가 아니라 ‘한국식 나이’이고 생일이 아직 지나지 않았다면 13세가 된다. 이 경우 형사미성년자인 촉범소년에 해당돼 형사처벌이 불가능하다.

이 대표 습격범은 형사처벌을 받지만, 배 의원 습격범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게 된다. 우리나라 촉법소년 제도의 고질적 병폐가 재연되는 것이다.

다만 법원 소년부에 송치해 감호위탁·사회봉사·소년원 송치 등을 포함해 1~10호까지의 보호처분을 내릴 수 있다. 또 배 의원 측이 A군 부모를 상대로 범행에 대한 민사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하지만 ‘정치 테러’에 대한 처벌과 재발방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여야 단호한 대응 촉구하지만....‘촉법소년’ 이용한 테러에는 속수무책

여야는 모두 이번 사건을 ‘정치 테러’로 규정하면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등을 강조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 응급실에서 치료 중인 배현진 의원을 병문안한 뒤 나오고 있다. 배 의원은 이날 강남구 신사동 거리에서 괴한에게 습격당했다. 2024.1.25.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 응급실에서 치료 중인 배현진 의원을 병문안한 뒤 나오고 있다. 배 의원은 이날 강남구 신사동 거리에서 괴한에게 습격당했다. 2024.1.25.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장이 25일 배 의원 면회를 마친 뒤 용산 순천향병원 응급실 앞에서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난 것이고 진상이 명확하게 밝혀져서 범인을 엄벌해야 한다”면서 “국민의힘은 이 사안의 진상이 신속하고 명확하게 밝혀지는 데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도 이날 배 의원 피습 소식이 전해진 직후 페이스북에서 "어떠한 정치 테러도 용납해선 안 된다. 철저하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피습 소식이 전해진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믿을 수 없는 사건에 상처가 저릿해 온다”며 “어떠한 정치 테러도 용납해선 안 된다. 철저하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범인이 (대상이) 배현진 의원임을 알면서 자행한 명백한 정치 테러이며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면서 “민주당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정치 테러를 단호히 배격하고 규탄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A군이 촉법소년이라면 형사처벌을 받지 않으므로 그 죄를 물을 수 없게 된다. 촉법소년을 이용한 정치 테러는 통제나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문제점이 이번에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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