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간 갈등이 표면화된 이후,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연일 ‘약속대련’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게다가 총선이 끝난 후에는 한 위원장이 미국으로 줄행랑쳐야 한다는 주장도 최근 내놓았다. 그러면서 한 위원장이 ‘3일천하’도 누리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사진=채널A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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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대련’은 태권도에서 두 사람이 공격과 방어에 대해 사전에 약속된 방법으로 실전에 응용할 수 있도록 기술을 연마하는 것을 말한다. 맨손 주먹으로 할 때는 서로 합을 맞춰서 안 다치게 한다. 칼로 한다고 하더라도 가짜 칼을 이용해, 다치지 않게 하는 것이 포인트이다.

이준석의 고민= 한동훈의 ‘탈윤석열’ 이미지 강해지면 입지 축소...‘약속대련’이라며 물타기?

그런데 이 대표의 주장대로 약속대련이라고 하기에는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모두 서로 일정한 분량의 상처를 입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가 이같은 주장을 굽히지 않는 데는 ‘한 위원장의 탈윤석열’로 인해 자신의 입지가 줄어들 것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대표는 24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갈등에 대해 "김건희 여사 특검을 받느냐 마느냐 문제를 이제 사과하느냐 마느냐 문제로 축소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그 정도 수준에서 특검 문제를 마무리하려고 하는 약속대련"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한 위원장과 김경율 비대위원의 관계에 대해서도 “김경율 회계사가 물러나게 되면 한 위원장이 오랜 직장 상사와의 관계 때문에 본인이 위촉한 비대위원을 버린 게 된다”고 악평을 했다. 연이어 "어설픈 봉합으로 인해 (양쪽이) 진퇴양난의 지점에 빠졌다"며 이번 사태로 두 사람이 어려움에 처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약속대련’이란 표현을 거두지 않았다.

이 대표는 지난 21일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는 취지의 보도가 나온 이후 "주방은 하나인데 전화받는 상호와 전화기가 두 개 따로 있는 모습으로 서로 다른 팀인 척한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2차, 3차 약속대련을 벌일 것"이라면서, 공천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두 사람 간 갈등을 전부 약속대련 프레임에 가두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사진=채널A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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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 모두 손익분기점 넘는 이득 없어, 약속대련 주장은 허구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물론 민주당 일각에서도 이번 갈등을 약속대련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윤 대통령 입장에선 당무 개입 비판에 직면했고, 김 여사 명품백 논란이 정치권 주요 화두로 급부상하는 등 악재만 쌓였기 때문이다. 한 위원장도 '폴더 인사' 장면을 연출하면서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한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서로 사전에 합을 맞춘 것이라면 두 사람에게 손익분기점을 뛰어넘는 이득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계산이 나오지 않는다는 해석이 대체적이다.

송영훈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은 25일 채널A에서 “본인들이 국민들의 눈과 귀를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약속대련이라는 발상이 나오는 것”이라면서, “실제로 약속대련이라면 국민들이 다 파악을 할 것”이라며 이준석 대표의 주장을 반박했다.

국민의힘 내 비윤석열(비윤)계 김웅 의원조차도 이 대표의 약속대련 주장을 비판했다. 김 의원은 24일 CBS 라디오에서 "약속대련은 얻어내는 게 있어야 된다"며 "결국은 우리 당이 가장 크게 진 건데 이게 어떻게 약속대련이겠느냐"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 탈당해 개혁신당에 합류한 김용남 정책위의장도 "약속대련은 아닌 것 같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성치헌 정책위부의장도 25일 채널A에서 “이번 대련은 진짜 칼로 하지 않았느냐? 서로 상처를 입었다. 그런데 어떻게 약속대련으로 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24일 CBS라디오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의 '약속대련' 주장을 비판했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24일 CBS라디오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의 '약속대련' 주장을 비판했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이준석이 그리는 최악의 시나리오= 한동훈이 ‘진짜 차별화’에 성공하고 제3지대 급속 위축

이처럼 약속대련이 아니라는 상식적인 판단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가 약속대련을 강조하는 데는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의 '진짜 차별화'에 성공할 경우, '반윤' 색채가 짙은 개혁신당이 직격탄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윤 대통령과 맞섰던 여당 대표'라는 이 대표의 정치적 자산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는 24일 YTN에서도 “제가 윤석열 대통령과 갈등 양상을 빚어본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에 잘 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런데 이 대표는 윤 대통령에 맞서서 대표직에서 물러났고, 국민의힘에서도 탈당을 한 상태이다. 반면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과 파열음을 내고도 꿋꿋하게 비대위원장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진수희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25일 채널A에서 “한동훈 위원장이 국민과 당원들이 원하는 차별화를 성공적으로 진행해 간다면,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굉장히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제3지대는 상대적으로 좀 위축될 것이기 때문에, 그런 점을 의식해서 (이준석 대표가) 저런 얘기를 하는게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국민의힘이 개혁적인 이미지를 갖추게 되면, 이 대표의 탈당 명분도 사라지고 '정치인 이준석'의 존재 가치가 한 위원장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는 것이다.

이준석의 경쟁의식에 대해 국민의힘은 냉소적...“두 사람은 체급이 달라”

이에 대해 송영훈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은 “두 사람의 체급은 전혀 다르다”면서, 한 위원장은 백 석이 넘는 여당을 이끌고 있는 현직 여당 대표이고,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은 ‘한국의희망’과의 합당으로 원내 1석을 보유한 미니 정당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송 위원은 무엇보다도 이 대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평론을 하듯이 정치를 하는 점”을 비판했다. 본인의 만든 개혁신당의 비전과 노선 정책 등을 설명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네거티브에만 집중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더욱이 이 대표가 ‘총선 후 한동훈의 줄행랑설’을 제기하는 데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혁진 변호사는 24일 채널A에서 “이 대표가 서천에서의 봉합으로 갈등관계가 끝난 것처럼 보이는 약속대련이라고 주장하는데, 줄행랑쳐야 한다는 주장은 실제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사이에 갈등 관계가 있다는 의미”라면서 “앞뒤가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약속대련은 갈등관계가 없다는 걸 전제로 하는 건데, 줄행랑이라는 건 심각한 갈등관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정 변호사는 “이 대표가 약속대련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 것은,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사이의 갈등이 저런 모습으로 수습되는 것이 굉장히 아쉽다는 의미”라고 저격했다. 그러면서 “당원이 5만 몇천명이고 선거도 얼마 안 남았는데, 자기 당 일에만 신경을 써도 시간이 부족할 것 같다”며 “본인의 경쟁력을 잘 제고해서 이번 총선에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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