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접경 지역 러시아 벨고로드 상공서 피격
우크라군 포로 65명-러시아인 9명 등 74명 폭사
러 국방부, "우크라가 '테러 행위'로 격추" 주장
젤렌스키 "수송기 추락, 러 영토서 발생
…우리 통제범위 아냐. 사실 규명 필요"

 23일(현지시간) 러시아 벨고로드주 야블로노보 인근 주택가에 추락한 군용기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  [AP연합]
 23일(현지시간) 러시아 벨고로드주 야블로노보 인근 주택가에 추락한 군용기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  [AP연합]
[연합뉴스 그래픽]
[연합뉴스 그래픽]

우크라이나 접경지인 벨고로드에서 우크라이나 포로들이 탄 일류신(IL)-76 군 수송기가 추락, 탑승객 74명이 전원 사망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24일(현지시간) 오전 11시 15분께 포로 교환을 위해 이송 중이던 우크라이나 병사 65명과 러시아인 승무원 6명, 호송 요원 3명 등 74명이 탑승한 러시아군의 일류신(IL-76) 수송기가 우크라이나 정권의 '테러 공격'로 격추됐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이들 포로가 이날 오후 콜로틸롭카 국경 검문소에서 러시아 포로들과 교환될 예정이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에 따르면 이 수송기는 치칼로프스키 비행장에서 벨고로드로 비행 중이었고 우크라 국경에서 약 90km 떨어진 벨고로드 코로찬스키 지역의 야블로노보 마을 인근 들판에 추락해 폭발했다.

24일(현지시간) 러시아 벨고로드 지역에 추락한 러시아 군 수송기 일류신(IL)-76의 잔해. [타스연합]
24일(현지시간) 러시아 벨고로드 지역에 추락한 러시아 군 수송기 일류신(IL)-76의 잔해. [타스연합]

추락한 수송기에 뒤이어 우크라군 포로 80명을 태운 또 다른 수송기도 비행 중이었으나, 앞선 수송기가 격추된 뒤 우회했다고 전했다. 

이와관련 러 국방부는 "러시아 항공우주군 레이더에 우크라이나가 쏜 미사일 2기가 탐지됐다"며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기정사실화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러시아와 우크라는 이날 포로 192명씩 교환할 예정이었다"면서 "우크라군이 포로들이 탑승해 있는 것을 알고도 수송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군은 "이번 테러 행위를 통해 우크라 지도부는 자국민의 생명을 무시하는 본색을 드러냈다"고 맹비난했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안드레이 카르타폴로프 국가두마(러시아 하원) 국방위원장은 "우크라군의 미국산 패트리엇이나 독일산 IRIS-T 대공미사일 3발에 격추됐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그는 "우크라이나가 포로 교환을 방해하고 러시아를 비난하기 위해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외무부도 "우크라이나 정권이 또 다른 테러 행위를 저질렀다"며 "비행기에 대한 공격은 고의적이고 의식적인 행동이었다"고 비난했다.

추락 사고 발생 후 침묵하던 우크라이나군은 약 8시간 만에 발표한 성명에서 "오늘 포로 교환이 예정돼 있었던 것은 맞다"라면서도 "추락한 러시아군의 IL-76 수송기에 무엇이 실려 있었는지와 관련해서는 신뢰할 만한 정보가 없다"고 밝혔다.

또 "우리는 지난번 포로 교환 때와 달리 벨고로드 주변 지역의 항공 안전을 보장해 달라는 요청을 받지 못했다"며 "우크라이나 상황을 불안정하게 만들기 위해 러시아의 계획된 행동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날 벨고로드 상공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는지는 명확히 부인하지 않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에서 발생한 수송기 추락 사고의 책임을 러시아군 측에 돌리면서 국제적 조사 등 진상 파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밤 텔레그램에 올린 메시지에서 "이번 비행기 추락 사고는 우리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 러시아 영토에서 발생했다"며 "이런 것들을 포함, 모든 사실을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인들이 우크라이나 포로들의 인명, 그리고 가족들과 우리 사회의 감정을 갖고 장난하고 있다는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김경동 기자 weloveyou@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