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을 조속히 방문하겠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양국 간 일정 조율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가 한미일-북중러의 갈등 구도로 첨예하게 갈리는 것 아니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관영 라디오 조선중앙방송은 최선희 외무상의 지난 14∼18일 러시아 방문 성과를 소개하며 푸틴 대통령이 최 외무상과 만난 자리에서 "빠른 시일 내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방문하려는 용의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조선중앙방송은 "조선반도(한반도)와 동북아시아를 비롯한 여러 지역 및 국제 문제들에 대한 심도 있는 전략적 의사소통을 진행하고 견해 일치를 보았다"면서 "조러(북러) 두 나라의 핵심 이익을 수호하고 자주와 정의에 기초한 다극화된 새로운 국제질서를 수립해 나가는 데서 전략적 협조와 전술적 협동을 더욱 강화해 나가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고 강조했다.

또 "러시아 측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우크라이나에서의 특수군사작전과 관련한 러시아 정부와 인민의 입장에 전적인 지지와 연대성을 보내주고 있는 데 대하여 깊은 사의를 표했다"고도 전했다. 북한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쓰이는 포탄등을 러시아에 제공한 데 대한 답례 표현으로 보인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의 북한, 튀르키예 방문 일정에 관한 질문에 "정확한 날짜는 아직 없다. 외교 채널을 통한 조율이 진행 중이며 확정되는 대로 알리겠다"고 답했다. 푸틴 대통령이 올해 북한을 답방하면 2000년 7월 이후 24년 만의 방북이 된다. 

러시아와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인 무기 거래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될 정도로 전례 없는 군사 밀착 행보를 보이고 있다. 프라나이 바디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선임 국장은 18일(현지시간) 워싱턴 D.C.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대담에서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러시아와 북한 사이의 군사 분야 협력은 전례가 없는 수준"이라며 "나는 이 협력의 결과로 이 지역 내 위협으로서 북한의 성격이 앞으로 10년 동안 극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에 필요한 포탄과 미사일을 북한에서 공급받는 댓가로 북한에 인공위성과 우주 관련 첨단 기술 일부를 전수해줄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은 19일 '서울(한국)이 레드라인을 밟지 않으면 러시아는 파트너십으로 돌아갈 준비가 돼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신임 주한 러시아 대사가 "한국 측이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 한 우리는 기꺼이 한국을 장래의 파트너로 생각할 의향이 있으며, 양국 간 관계도 심각하게 손상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러시아 외무부 제1아주국장이던 지난해 9월 타스 통신 인터뷰에서도 한국을 향해 "우크라이나에 직간접적으로 무기와 군사 장비를 공급하는 성급한 결정을 하면 양국 관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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