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을 상대로 '우리'란 표현을 써 논란이 되고 있다.

문제가 되는 발언은 다음과 같다. "선대들, 우리 북한의 김정일 또 김일성 주석의 노력이 폄훼되지 않도록, 훼손되지 않도록 애써야 할 것"이다.

이 대표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미사일 도발 등 적대 행위를 멈춰야 한다고 요구하는 대목에서 이 표현을 사용했는데, 맥락상 할아버지·아버지 대의 평화유지 노력을 무위로 돌리지 말라고 촉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날 북한에 대해 총 두번 '우리'를 사용했다. 첫 번째는 "우리 북한 주민"이고 둘째가 "우리 북한의 김정일, 김일성 주석"이다. 

이중 첫 번째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아 보인다. 북한에 적대적인 경우에도 지배세력인 조선노동당을 싫어하지 북한 주민에 대해서는 같은 민족·동포라며 동질감을 갖고, 김정은 정권의 폭압을 받는 불쌍한 대상으로 보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북한이 아닌 주민에 붙는 수식어라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즉 우리말에서 쓰이는 '우리'의 세 가지 용법 중 포괄적 '우리'라고 할 수 있다. 화자가 포함되는 같은 민족으로서의 '우리'다.

문제는 두 번째 발언이다. 이 대표가 말한 "우리 북한의 김정일, 김일성 주석"이란 발언이다.

이 표현 역시 '우리'의 방점은 북한이 아닌 김일성·김정일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수식어이듯, '우리' 역시 김일성과 김정일을 친숙하게 부르기 위한 수식어라는 것이다.

그런데 통일 대한민국의 출현을 막았을 뿐만 아니라 북한 전체를 자신들의 영지로 만들어 2천만 인민을 노예로 전락시킨 김씨 부자를 대한민국 거대 야당이자 제1당 대표가 이런 식으로 부른다는 것은 그의 가치관과 성향이 북한 쪽으로 경도돼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줄 가능성이 있단 지적이다.

특히 6·25 전쟁을 일으킨 김일성, 핵무기 개발을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거짓 평화를 주장했다는 평가를 받는 김정일을 평화 유지를 위해 노력했던 지도자로 보는 시각이 잘못됐다는 비판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또한 한국어에서 사용되는 '우리'의 세 가지 용법을 각기 대입해봐도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단 평가다. ▲ '나의' 대신으로 '우리'가 쓰였다고 가정한다면 이 대표는 종북주의자가 되고 ▲ 한국의 것을 뜻하는 '우리'라고 한다면 이 대표가 김일성·김정일이 한국을 대표하는 인물로 본다는 뜻이 되며 ▲ 포괄적 '우리'에 김씨 부자가 포함된다고 보는 것 역시 이 대표가 이들을 같은 편으로 생각한다는 결론만이 도출되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우리' 사용이 우리말 용법상으로는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만큼, 그가 종북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거나, 말 실수를 했다고밖에는 생각하기 힘들다. 이로 인해 그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정식으로 사과하고, 북한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발언이 단순한 말 실수가 아니라 민주당의 친북적 대북 인식관을 보여준다며 '우리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한 상황이다.

국민의힘 정희용 원내대변인은 "민주당 대표의 심각한 대북 인식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피를 흘리며 대한민국의 공산화를 막고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낸 선조들과 '우리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또 김예령 대변인은 "이 대표의 대북관, 안보관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며 "6·25 전쟁을 일으킨 김일성과 핵무기 위협의 발판을 마련한 김정일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여한 게 무엇이냐"고 비판했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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