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대세론’을 입증했다. 15일(현지시간) 실시된 공화당의 첫 번째 대선 후보 경선인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에서 압승을 거뒀다. 득표율 51%로 당원대회가 시작한 지 불과 30분 만에 승리를 확정했다. 아이오와주에 배정된 공화당 대의원 40명 중 20명을 확보했다.

15일(현지시간) 실시된 미국 공화당의 첫 번째 대선 후보 경선인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에서 압승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행사장에 도착해 연설을 준비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85% 개표 결과 50.9%의 득표율로 압도적 1위를 기록하며 승리를 확정 지었다. [사진= AP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실시된 미국 공화당의 첫 번째 대선 후보 경선인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에서 압승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행사장에 도착해 연설을 준비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85% 개표 결과 50.9%의 득표율로 압도적 1위를 기록하며 승리를 확정 지었다. [사진= AP연합뉴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21.2%로 2위,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는 19.1%로 3위를 차지했다. 사업가 비벡 라마스와미는 7.7%, 애사 허친슨 전 아칸소 주지사는 0.2%의 득표에 그쳤다. 득표율에 따라 디샌티스는 8명, 헤일리는 7명의 대의원을 각각 얻었다.

미 중부에 위치한 아이오와는 작은 주이지만 11월 5일 치러질 미국 대선의 초반 향배를 예측케 해주는 시험대이다. 외신보도 등을 종합해보면, 이번 트럼프의 압승은 3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① 트럼프와 바이든 간의 역사적 재대결 다가와...바이든은 트럼프 맹비난 이미 시작

우선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 간의 역사적 재대결이 성사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아이오와 코커스에서의 승리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역사적 재대결로 한 발 더 다가섰다”고 보도했다.

이미 민주당의 차기 대선후보로 굳어진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와의 재대결을 기정사실화했다. 바이든은 아이오와 코커스가 끝난 직후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트럼프는 현시점에서 공화당의 확실한 선두 주자”라면서 “그러나 요점은 이 선거는 항상 당신과 나 대(vs) 극우 공화당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세력과의 대결이 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지지세력인 ‘마가’와 자신과의 대립각을 분명하게 세움으로써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계산인 것으로 분석된다. 바이든은 재선 성공을 위해 ‘민주주의 수호’라는 기치를 내걸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 민주주의가 위협받는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극렬 지지자들이 의회에 난입한 사건인 '1·6 의회 폭동' 3주년 연설에서 "트럼프는 우리의 민주주의를 제물로 권력을 잡으려 한다"고 비난했고, 지난 8일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도 "패배한 대통령이 이끄는 '마가' 공화당이 선거를 훔치려고 했고 이제 역사를 훔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② ‘샤이 트럼프’에서 ‘성난 백인들’로 전면 등장...‘이민자 수용 반대’와 ‘나를 위해 싸워줄 후보’를 원해

‘성난(angry) 백인들’의 전면 등장도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지난 2016년 대선 때 이들은 ‘트럼프 돌풍’의 주역이었지만 목소리가 크지 않았다. ‘샤이(shy·수줍어하는) 트럼프’로 불렸다. 하지만 그들이 선거 결과를 좌우했다. 이번 그들의 목소리와 행동이 경선장 분위기를 좌우하고 있다는 게 외신들의 보도이다. 백인우월주의와 이민자 배척의 구호가 유세장을 압도했다.

미국 대통령 선거 공화당 첫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 전날인 14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 인디애놀라 소재 심슨대학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유세에서 한 시민이 '나는 트럼프를 찍으러 코커스에 참석한다'는 글이 적힌 포스터를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대통령 선거 공화당 첫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 전날인 14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 인디애놀라 소재 심슨대학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유세에서 한 시민이 '나는 트럼프를 찍으러 코커스에 참석한다'는 글이 적힌 포스터를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아아오와주 코커스에 참여한 공화당원 중 트럼프 지지자들은 이민 문제를 가장 중시하고 있고, ‘자신들을 위해 싸워줄 수 있는 후보’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5일(현지시간) 코커스에 참여한 공화당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입구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응답자들은 '경제'와 '이민', '낙태', '외교정책' 중 후보 선택 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경제'(38%), '이민'(34%), '외교정책'(12%), '낙태'(11%) 순으로 꼽았다. ‘경제’가 ‘이민’을 누른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지지율에서 양상이 바뀐다. 트럼프 지지율의 경우, ‘경제’를 꼽은 응답자는 52%인 반면에 ‘이민’이라는 응답자는 64%로 집계됐다. 이민자 수용을 반대하는 백인들이 트럼프의 최대 지지세력으로 굳어진 것이다.

가장 중요한 후보 자질로 '나 같은 이들을 위해 싸울 수 있는지', '나와 가치를 공유하는지', '조 바이든 대통령을 이길 수 있는지', '올곧은 성품을 가졌는지' 중 하나를 고르라는 질문에는 '나와 가치를 공유하는지'(41%), '나 같은 이들을 위해 싸울 수 있는지'(32%), '조 바이든 대통령을 이길 수 있는지'(14%), '올곧은 성품을 가졌는지'(1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트럼프 지지율의 경우 '나 같은 이들을 위해 싸울 수 있는지'라고 응답한 사람들에서 무려 82%를 기록했다. '올곧은 성품을 가졌는지'를 선택한 응답자 중 트럼프 지지율은 10%에 불과했다. 헤일리 전 유엔 대사의 지지율이 66%로 가장 높았다.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 당선의 합법성을 묻는 질문에는 66%가 '부정', 29%가 ‘긍정’을 택했다. 그런데 대선결과를 부정한 응답자 중 트럼프 지지율은 69%에 달했다. 대선결과를 긍정한 응답자 중에서 헤일리의 지지율이 53%로 가장 높았다. 트럼프 지지율은 11%에 머물렀다.

③ 예상을 뒤엎고 강경 보수인 디샌티스가 중도 보수인 헤일리 제쳐...중도 보수층 감소 추세?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당초 예상과 달리 디샌티스 주지사에게 밀려서 3위를 차지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헤일리 전 대사는 중도보수 및 무당층의 지지세가 높은 인물인 반면, 디샌티스 주지사는 트럼프와 막상막하일 정도로 강경 보수 성향이다. 트럼프가 러스트벨트(미국의 쇠락한 공업 지대)의 백인 실업자를 겨냥한 백인우월주의에 호소하는 거친 방식이라면, 디샌티스 주지사는 가족주의와 기독교 기반의 정통 보수층을 겨냥한 정치행태를 보여왔다.

디샌티스 주지사가 지난해 1월 플로리다 공립고등학교에서 AP(대학과목 선이수제) 과목 중 하나로 ‘미 흑인 역사’를 가르치는 것을 금지하자, 미 최대 흑인 인권 단체인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는 “학교에서 흑인의 역사를 지우려는 공격적인 시도 등에 대응하기 위해 플로리다주에 대한 여행 경보(travel advisory)를 발표한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첫 경선이 열리는 아이오와주의 서전트 블러프에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유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첫 경선이 열리는 아이오와주의 서전트 블러프에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유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디샌티스 주지사는 한 때 트럼프를 위협하는 ‘다크호스’로 주목을 받았으나 헤일리 전 대사와의 2위 경쟁에서도 밀리면서 ‘조기 사퇴설’까지 나왔었다. 아이오와 코커스 직전인 지난 13일(현지시간) 나온 NBC 여론조사에서 헤일리 전 대사는 20%를 기록해 트럼프 전 대통령(48%)에 이어 2위로 집계됐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16%에 그쳤다.

헤일리 전 대사는 23일 실시되는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반전의 기회로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공화당 당원만 참여하는 아이오와주 코커스와 달리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는 일반 유권자도 참여하는 방식이다. 헤일리 전 대사가 선전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하지만 뉴햄프셔주에서도 헤일리 전 대사가 디샌티스 주지사를 큰 격차로 누르지 못한다면, 미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은 초반에 승패가 끝나는 싱거운 게임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미 공화당 지지층 중에서 중도 보수 성향의 비중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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