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가운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한 두 가지 언론 보도 내용이 주목되고 있다. 이들 보도는 좌파성향 언론매체들이 김건희 특검법의 필요성을 부추기는 맥락을 담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의 수사 대상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다. 주가조작 일당에 대해 검찰 수사는 물론, 1심 재판도 지난해 2월에 마무리된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김건희 여사 특검법'의 수사 대상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다. 주가조작 일당에 대해 검찰 수사는 물론, 1심 재판도 지난해 2월에 마무리된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즉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정황증거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보도 흐름은 상당부분 사실과 다르다. 팩트체크를 할 경우, 오히려 김건희 특검법의 부당성을 드러내고 있다.

문재인 정부 당시 19개월 동안이나 진행됐던 검찰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를 들여다보면, 주가조작이 김건희 여사와 같은 투자자들의 개입 없이 진행됐다는 게 검찰과 법원의 판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 수사가 부실했기 때문에 ‘김건희 특검법’이 필요하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는 정황이다.

① 뉴스타파 보도= 김건희 여사 모녀가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 통해 23억원 수익 올려

첫째, 김건희 여사 모녀가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를 통해 23억원의 수익을 올렸다는 검찰 측 주장이다. 뉴스타파는 지난 12일 검찰이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의 주가조작 사건 1심 선고를 앞둔 2022년 12월말 재판부에 제출한 검찰 측 의견서 원문을 공개했다.

뉴스타파는 "도이치모터스 사건 1심 판결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이 재판부에 제출한 마지막 의견서를 확보했다"며, "검찰 의견서에는 김건희 여사가 13억9000여만원, 최은순씨가 9억여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되어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후보 시절 윤석열 대통령은 오히려 김건희 여사가 4000만원의 손해를 봤다고 했다"며 "관훈클럽 토론회에서는 '조금 비쌀 때 사서 쌀 때 매각한 게 많아서 나중에 수천만원의 손해를 봤다'고 했지만, 검찰 수사 기록으로 확인된 사실은 윤석열 대통령의 당시 발언과 정반대의 진실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이같은 보도는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가담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주가조작에 가담했기 때문에 그 결과 23억원이나 되는 수익을 올린 것으로 의심하도록 유도한다.

그러나 주가조작 사건 개입과 수익을 올린 것은 별개의 사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실 1= 문재인 정부 ‘검찰 황태자’ 이성윤 지검장, 19개월 동안 탈탈 털었지만 김건희 여사 소환도 못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은 권오수 전 회장과 주가조작 선수 6명이 공모를 해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통정매매와 가장매매 등을 한 혐의를 받는 사건이다. 2020년 4월 7일 최강욱 전 열린민주당 대표 등이 김건희 여사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당시 수사는 서울중앙지검이 담당했는데, 문재인 정부의 ‘검찰 황태자’로 불리던 이성윤 지검장의 지휘 아래 진행됐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2021년 12월에 9명을 기소했다. 고발로부터 19개월에 이르는 기간 동안 ‘탈탈 터는 수사’를 진행한 것은 명백한 팩트이다. 하지만 김건희 여사에 대해서는 소환조차 하지 못하고 수사는 막을 내렸다.

권오수 전 회장은 지난해 2월 10일 1심 선고에서 유죄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는 권 전 회장에세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원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이들은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거나 일부는 공소시효가 지나 면소 판결을, 일부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실 2= 수익을 위해 계좌를 일임했다는 사실만으로 법적 처벌은 어려워

1심 선고 판결문에 따르면, 작전 세력을 규합해 주가조작을 총지휘한 주포에게 김 여사가 직접적으로 통화를 하거나 문자를 보낸 내용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자 메시지의 내용은 주포인 김모 씨에게 또 다른 주가조작 선수인 민모 씨가 보낸 것이다. 이런 문자 메시지는 다른 계좌주에게서도 발견된다.

2021년 12월에 기소된 주가조작 선수들이 이용한 계좌주 중에서 기소된 사람은 없다. 수익을 위해 계좌를 일임했다고 해서 그 사실만으로는 법적으로 처벌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1심 선고를 앞둔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종합 의견서의 내용대로, 김 여사 모녀가 23억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해서 그 사실 자체가 주가조작 행위에 직접 가담한 증거가 되기는 어렵다.

사실 3= 김건희 여사 등 계좌주들 중에서 기소된 사람 없어...권오수와 증권맨들만 기소돼

지난해 2월 13일 공개된 판결문을 분석한 조선일보 양은경 기자는 유튜브 채널에서 “당시에 기소된 사람은 권오수 회장과 증권맨들이었다”며 “김건희 여사와 같은 계좌주들 중에 기소된 사람은 없다”고 설명했다.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행위는 처벌대상이지만, 시세조종을 하겠다는 목적과 의사가 있어야 처벌이 가능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계좌주들은 단순 일임매매를 했을 뿐, 통정매매나 가상매매 등의 행위를 하는 것을 알고 있거나 가담을 한 정황이 드러나지 않았다. 수익을 더 얻기 위해서 계좌를 맡긴 계좌주에 대해 법적으로 처벌할 수가 없기 때문에 기소는 물론 소환 조사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형이 선고된 권오수 전 회장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1.9. [사진=연합뉴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형이 선고된 권오수 전 회장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1.9. [사진=연합뉴스]

김 여사가 가담한 정황으로 진보진영에서 제시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주가조작 선수들도 “계좌주(김 여사 등) 부탁받고 한 것이다. 계좌주도 이 내용을 알고 있다”는 등의 진술을 검찰에서 하지 않았다. 만약에 그런 진술이 있었다면, 문재인 정부의 검찰이 김 여사를 소환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는 것이 양 기자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양 기자는 “주가조작 선수들이 서로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고 자기네들끼리 통정매매나 가상매매를 하는 것과 ‘거기에 계좌가 이용됐다는 것은 법적으로 전혀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다.

② 프레시안 보도= 이성윤, 윤석열 검찰총장으로 인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제대로 수사 못해?

둘째, 문재인 정부에서 도이치모터스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인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최근 발언도 문제이다. 이 발언은 프레시안이 보도했다. 이 연구위원은 지난 9일 전주교대에서 열린 북토크 행사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장 재임 시절 탈탈 털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피가 거꾸로 솟는 얘기”라며 “(수사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중요한 게 아니라 검찰총장이 윤석열인 게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윤석열 검찰총장으로 인해 김 여사에 대한 기소를 하지 못했다는 뉘앙스를 담고 있다.

이는 ‘동문서답’이거나 ‘허수아비 공격’이라고 볼 수 있다. 김 여사 관련 부분을 탈탈 털었는데 아무것도 나오지 않아서 김 여사를 소환도 못했다는 것이 1심 선고의 결론이다. 수사 상황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이 연구위원이 엉뚱한 대답을 한 사실 자체가 ‘김 여사가 주가조작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반증’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사실 4= 검찰의 폭탄 돌리기, 김건희 여사 불기소 처리 타이밍을 놓쳐

문재인 정부의 검찰은 왜 김 여사를 불기소 처리하지 않았나?

지난해 2월 도이치모터스 1심 판결 이후 대통령실은 최강욱 전 의원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검찰에 고발한 이유와 관련해 “조국 수사가 진행되자 최강욱 당시 민주당 의원이 이미 종결된 사건을 2020년 4월 재고발했고 민주당은 그때부터 논평, 최고위원회 발언, 유세 등으로 3년 가까이 270회 넘게 ‘주가조작’ 이라는 악의적 프레임을 마구 퍼뜨렸다”고 지적했다. 조국 수사에 대한 맞불 성격이라는 설명으로 풀이된다.

당시 문재인 정권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면죄부를 주기 싫은 검찰로서는 김건희 여사를 불기소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이 법조계의 인식이다. 김 여사를 소환했는데도 기소를 할 수 없었다면, 당시 정권에 굉장한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양은경 기자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판결문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사진=조선일보 유튜브 캡처]
조선일보 양은경 기자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판결문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사진=조선일보 유튜브 캡처]

따라서 2021년 12월에 김 여사를 기소하지 못한 채 정권이 바뀌었고,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 법조계의 판단이다. 윤석열 정부의 검찰에서는 불기소가 필연적인 상황이지만, 이를 두고 양은경 기자는 “‘불기소 처분해야 하는데 때를 놓친 것이 아니냐?’는 표현이 진보 언론에서도 나오는 상황”이라며, “검찰 간 폭탄 돌리기가 된 그런 결과”라고 분석했다.

사실 5= 도이치모터스 사건 수사 당시 권력자는 추미애와 이성윤...윤석열은 수사 지휘권 박탈당해

더욱이 당시 실세는 윤석열이 아니라 추미애였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가 한창 진행되던 2020년 10월 19일,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했고, 이성윤 당시 중앙지검장이 실세 총장 노릇을 했다. 윤 총장은 도이치모터스 사건 수사에 대해 공식적으로 수사 지휘를 못하는 상황이었다. 법무부 장관의 비호 아래 이성윤 중앙지검장이 윤 총장을 공식적으로 무시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런데도 이 연구위원은 지난 9일 북토크 이후 기자들에게 “검찰총장이 윤석열인 게 중요한 것”이라며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는 답변을 했다. 당시 김 여사의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서는 윤석열 총장의 존재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는 것이 상식이다.

따라서 이 연구위원 입장에서는 ‘김 여사에 대해 탈탈 털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탈탈 털었는지 아닌지’ 답변하는 대신, “피가 거꾸로 솟는 얘기”라는 답변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본질을 회피하는 ‘허수아비 논법’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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