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10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대표 습격 사건의 종합 수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이 대표를 살해할 목적으로 흉기를 휘두른 피의자 김모(67)씨에 대한 신상정보와 당적은 비공개하기로 했다. 김씨가 이 대표 피습을 정당화하는 내용으로 사전에 작성해둔 것으로 알려진 ‘변명문(남기는 말)’에 대해서도 원본과 전문을 비공개했다.

[사진=YTN 캡처]
경찰[사진=YTN 캡처]

피의자 추가 조사와 프로파일러 심리·진술 분석, 휴대전화 포렌식 수사 등을 근거로 김씨의 범행 동기와 공범 여부 등을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

부산경찰청, 10일 이재명 습격범 수사결과 발표...당적과 신상정보는 비공개

부산경찰청은 이에 앞서 지난 9일 오후 신상정보공개위원회를 열어 논의한 결과 김씨의 얼굴과 이름, 나이 등의 신상정보를 비공개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7인 이상(외부인 2분의1 이상)으로 구성되는 신상정보공개위원회는 참석자 3분의2가 찬성하면 피의자 신상을 공개한다.

이날 회의에서는 김씨의 신상공개에 대해 참석자 3분의2 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현행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범죄 잔인성과 중대 피해 및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 국민 알권리·공공의 이익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신상을 공개할 수 있다. 이러한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게 경찰 측 입장이다.

또 김씨의 당적 공개도 현행법 위반이기 때문에 ‘불가’라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김 씨 당적 및 신상정보 비공개 방침이 모두 현행법에 입각한 합법적 결정이라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경찰의 당적 비공개를 맹비난한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 실정법 어기라는 억지주장 펴

그러나 민주당은 특히 경찰의 당적 비공개 방침에 대해 맹렬한 비난을 퍼붓고 있다. 제 1야당 대표를 미리 준비한 흉기로 공격했고, 살해 의도까지 자백한 만큼 범행 동기 전모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당적 공개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이처럼 현행법이 금하고 있는 당적 공개를 압박하는 것은 경찰에게 ‘불법 행위’를 강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제 1야당이 공권력인 경찰에게 불법을 압박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피의자가 민주당 당적을 갖고 있고 그 전 몇 년간 국민의힘 당적을 가졌다는 보도가 있어 수사당국이 요청하면 적극 협조하고 수사 과정을 통해 공개하는 게 맞는다고 말씀드렸다. (수사당국에서)실제 요청이 왔고, 국민의힘에도 온 걸로 안다"면서 "적극 협조했는데 인제 와서 수사 당국이 그 내용을 밝히지 않는 것은 매우 비겁하거나 사건을 은폐, 축소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이런 식으로 수사하면 특검이나 국정조사를 해야 할지 모른다"며 "빈말로 던지는 것이 아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분명하게 수사를 책임지고 하라"고 역설했다.

정당법 24조에 따라 김씨 당적공개 불가능...경찰출신 여당 의원이 설명해도 정치학 박사 출신 홍익표는 몰라?

그러나 홍 원내대표의 발언은 억지 주장이다. 현행 정당법 24조가 피의자의 당적을 공개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명백한 법조항은 팽개쳐버리고 ‘은폐 및 축소수사’라는 정치공세를 펴는 데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제 1야당의 원내대표가 법체계에 무지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홍 원내대표는 한양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까지 받았다.

더욱이 지난 8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희근 경찰청장을 상대로 이재명 대표 피습사건 질의를 벌이는 과정에서 정당법 24조가 피의자 김씨 당적 공개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법조항이라는 사실이 지적된 바 있다.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습격범인 김모(67)씨 당적 공개가 정당법 24조 위반이라는 사실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습격범인 김모(67)씨 당적 공개가 정당법 24조 위반이라는 사실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경찰 출신인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은 경찰이 김씨의 당적을 비공개하는 데 대해 “법 집행기관은 결정적일 때는 법 규정을 따라야 한다”면서 “정당법 24조를 보면 사실을 공표했을 때 처벌 규정이 있다. 쉽게 발표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법을 지키려는 경찰과 법을 어기라는 민주당이 치열하게 대치

하루 전날 여당 의원이 이처럼 경찰이 당적 정보를 비공개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홍 원내대표는 다음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당적 비공개가 축소수사라는 논리를 펴면서 특검이나 국정조사 카드를 들먹인 것이다.

한마디로 법을 지키겠다는 경찰과 법을 어기라는 민주당이 치열하게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 이해식 의원의 ‘해괴한 논리’= 실정법 조항을 ‘사문화한 조항’이라고 마음대로 우겨

게다가 8일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이해식 의원은 해괴한 논리를 폈다. 이 의원은 공무원이 당원 명부와 관련한 정보를 누설해선 안 된다는 정당법 제24조에 대해 ‘사문화한 조항’이라며 "범행 동기를 밝히는 데 있어서 결정적 단서다. 국민 알 권리 차원에서 이제 공개를 안 하면 안 되는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정당법 24조는 엄연히 현존하는 실정법 조항인데 일개 국회의원이 ‘사문화된 조항’이라고 단언한 것이다. 법률파괴의 극치를 보여줬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 습격범인 김모(67)씨 당적 공개를 금지한 정당법 24조가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이라는 논리를 펴면서 경찰이 위반해도 된다는 식의 주장을 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 습격범인 김모(67)씨 당적 공개를 금지한 정당법 24조가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이라는 논리를 펴면서 경찰이 위반해도 된다는 식의 주장을 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10일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경찰이 김씨의 당적을 공개하지 못하는 건 정당법 24조 4항 때문이다. 이 조항은 “범죄 수사를 위한 당원명부의 조사에는 법관이 발부하는 영장이 있어야 한다. 이 경우 조사에 관여한 관계 공무원은 당원명부에 관하여 지득한 사실을 누설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동법 58조는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이같은 정당법 24조 4항에 입각해 지난 3일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국민의힘과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당원 명부를 확보했다. 김씨의 당적 보유에 대한 사실관계에 대한 파악을 마친 것이다. 하지만 취득한 당적 정보를 공개할 수는 없다. 정당법 24조 4항이 “당원 명부 조사에 관여한 관계 공무원은 당원명부에 관하여 지득한 사실을 누설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강요대로 당적 정보를 공개하면, 해당 경찰 공무원은 인생파멸을 맞아야

부산경찰청 수사 관계자가 만약에 민주당의 겁박에 눌려 김씨의 당적 정보를 공개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민주당 홍 원내대표나 이해식 의원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 정치 공세를 폈을 따름이다. 정치 공세를 편다고 처벌하는 법조항은 없다.

하지만 김씨 당적 정보를 공개한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인생파멸을 맞게 된다. 정당법 58조에 의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해질 수 있다. 만약에 실형을 받아 감옥을 가게 된다면 직장과 가족과의 일상적 삶을 송두리째 박탈당하게 된다. 민주당이 국회 과반 넘는 의석을 점유한 거대 공룡 정당이지만 경찰 공무원에게 그런 인생파멸을 강요할 권리는 없다.

부산경찰청 관계자가 김씨 당적을 공개한다면, 이해식 의원이 ‘사문화된 조항’이므로 처벌을 받지 않아도 된다고 변명해줄까? 설령 이 의원이 그런 책임을 지려고 한다 해도 법정에서는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100%이다. 이 의원의 주장은 정치논리이지 사법적 논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민주당이 정당법 24조와 58조에도 불구하고 부산경찰청 관계자에게 김씨 당적 정보를 공개하라고 압박하는 것은 정치공세를 펴기 위해서라면 평범한 시민의 삶은 안중에도 두지 않겠다는 입장인 셈이다.

정당법 24조 4항(개정 당시 3항)은 지난 2005년 정당법 전부개정안에 신설됐던 내용이다. 2004년 노무현 정부 때 여당인 열린우리당 이강래 의원이 위원장을 맡았던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주도했다. 만약에 당적 공개가 절박한 사안이라면,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활용해 문제가 되는 정당법 조항을 단독처리라도 하는 게 차라리 상식적인 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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