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흉기에 피습당하면서 이 대표가 피고인인 재판이 전부 연기되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법원 휴정 기간이 끝나고 법원이 개정하는 8일부터 주3회 법원 출석이 예정돼 있었다.

[사진=채널A 캡처]
[사진=채널A 캡처]

위증교사 혐의, 대장동·백현동·성남FC 사건 등 이재명 관련 재판 줄줄이 연기돼

당장 다음 주만 해도 8일은 위증교사 첫 재판, 9일과 12일은 대장동 재판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거의 매일 법정에 나와야 하는 상황인데, 흉기 피습으로 차질이 발생한 것이다. 위증교사 첫 재판은 22일로 미뤄졌고, 오는 9일과 12일 예정된 대장동·백현동·성남FC 사건도 일단 연기됐다. 재판부는 12일에 다시 재판 일정 조율에 나선다.

19일로 예정된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은 아직 재판부가 결정한 사안은 없지만 이 역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공직선거법 재판은 신속재판 규정에 따라 피고인 없이 공판을 진행할 수 있지만, 이 대표 치료가 길어지고 2월 정기 법관 인사까지 겹치면 재판은 더 뒤로 밀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 실정이다.

이재명의 건강 포인트 1= 피고인 요청 없이 재판부가 위증교사 재판을 2주일 연기

특히 8일로 예정된 위증교사 재판이 22일로 연기되는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피고인 이 대표 측의 요청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14일이나 재판이 연기됐다고 또 다른 피고인 김진성 씨 변호인이 주장했다. 이 대표가 피습을 당한 날로부터 따지면 약 3주 이후로 연기된 것이다. 위증교사 재판은 구조가 단순하고 혐의가 대부분 소명돼 한두번의 재판 이후, 4월 총선 전 1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현재로서는 선고시기를 속단할 수 없게 됐다.

[사진=배승희 변호사 페이스북 캡처]
[사진=배승희 변호사 페이스북 캡처]

‘위증교사 사건’은 이재명 대표가 2018년 5월 경기지사 선거 방송 토론회에서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증인 김진성 씨에게 거짓 증언을 요구했다는 내용이다. 이 대표가 불러준 대로 진술서를 작성하고, 법정에서 증언한 혐의를 받는 김씨는 위증 혐의로 이 대표와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김진성의 변호인 배승희, “어떤 재판부가 의사 진단서도 안보고 재판기일을 변경해주나” 질타

지난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는 8일로 예정돼 있었던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첫 공판을 재판부 직권으로 이달 22일로 연기했다. 이 대표 측의 재판 연기 요청이 없는 상황에서 판사 직권으로 피고인들에게 공판기일 변경명령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첫 공판에는 피고인 출석이 의무이기 때문에, 이 대표의 법원 출석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 재판부가 ‘미리 알아서’ 연기를 결정한 것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이 대표의 퇴원 일정이 정해지지도 않고, 회복 과정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수술 다음날 재판부가 신속하게 재판 연기를 결정한 것이 적절한 조치인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 대표 측이 재판연기를 요청한 적이 없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판사가 의사인가?”라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실제로 위증교사 재판의 피고인 김진성 씨의 변호인인 배승희 변호사는 지난 4일 페이스북에서 “세상에 어떤 재판부가 의사진단서도 안보고 기일을 변경해주나? 심지어 피고인 요청도 없었는데”라며 비판했다.

최병묵 전 편집장, “피고인을 알아서 모시는 것 아니냐” 꼬집어

진단서를 통해 이 대표의 출석가능일을 확인하는 절차도 없이, 재판부가 ‘뉴스만 보고 알아서 피고인의 건강을 체크했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그러면서 배 변호사는 “서울대병원서 진단서를 받아내라”고 제안했다. 이 대표 측에서 허위로 작성할 경우 ‘허위진단서 작성죄’가 더해질 가능성도 지적했다.

재판부의 이같은 결정에 대해 최병묵 전 월간조선 편집장은 유튜브를 통해 “피고인을 배려한다는 건 좋지만, 이건 피고인을 알아서 모시는 게 아니냐”라고 비판했다. 최 전 편집장은 재판부가 이 대표의 피습일로부터 약 3주 뒤로 재판기일을 정한 점에 대해서도 “처음부터 이 재판장이 정말 재판을 빨리 끝낼 생각이 없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김동현 부장판사, 위증교사 사건 ‘분리 선고’ 여부도 이재명 정치생명 가를 중대 변수

실제로 김동현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13일 이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 재판을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등 다른 사건과 분리한다고 밝혔지만, 최종 선고에 대해서는 여운을 남겨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펜앤드마이크 2023년 11월 13일자 <이재명 ‘위증교사 혐의’ 별도 재판 결정, 내년 총선 흔들 변수로 부상...선고시점은 애매한 여운> 제하 보도 참조.

당시 김 부장판사는 ‘방어권 보장을 위해 위증교사 사건을 병합해 심리해야 한다’는 이 대표 측의 병합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재판을 별도로 열겠다고 밝혔다. 다른 사건들과 구조가 다르기에 별도 재판을 해야 한다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헌법상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돼선 안 된다며 병합에 반대’한 김진성 씨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으로도 풀이됐다.

[사진=YTN 캡처]
[사진=YTN 캡처]

하지만 재판부는 “심리 경과에 따라 (다른 대장동 사건 등과) 분리해서 선고를 할지, 병합해서 선고를 할지 추후 결정하겠다”고 밝혀 의구심을 남겼다. 김진성 씨를 먼저 심리하고 김씨에 대한 선고를 먼저 할 것인지, 아니면 심리는 먼저 하지만 선고를 보류해 두었다가 나중에 이 대표에 대한 심리까지 다 마치고 나서 함께 선고하겠다는 의미인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이 대표가 피습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신속하게 ‘재판 연기’가 결정됨에 따라, 김 부장판사에 대한 의구심은 ‘이 대표를 봐줄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으로 연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재명의 건강상태는 재판 연기가 불가피할 정도로 위중한가?

이 대표가 아주 위중하다면 재판 연기가 불가피하다고 볼 수도 있다. 지난 12월에 교통사고를 당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관련 ‘대장동 배임’ 재판도 지연됐다. 유 전 본부장이 재판에 출석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대표의 상태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 대표가 정말 위중했다면 부산대 권역외상센터에서 즉각 수술을 받았어야 했지만, 이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는 서울대병원행을 택했다. 피습 이후 서울대병원에서의 수술까지 적어도 5~6시간이 지체됐다는 사실 자체가 ‘그리 위중하지 않다’는 반증으로 꼽히고 있다.

이 대표의 피습 당일 채널A의 보도에 따르면, 김근수 을지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정맥이라고 한다면, 그게 정확한 진단이 맞다면 이재명 대표 일상생활에는 문제가 없을 겁니다. (수술만 잘 되면) 하루 이틀 정도 그냥 지나서 생활하는 데...”라고 밝혔다.

김근수 을지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이재명 대표 피습 당일인 2일 채널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 대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은 채널A 3일 방송 내용 캡처. [사진=채널A 캡처]
김근수 을지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이재명 대표 피습 당일인 2일 채널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 대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은 채널A 3일 방송 내용 캡처. [사진=채널A 캡처]

더욱이 이 대표는 서울대병원에서의 수술 이후 중환자실로 잠깐 이송됐지만, 위중해서라기보다는 혈관재건술을 하고 나서는 중환자실에서 상태를 살핀 다음 일반 병실로 이송하는 것이 관례라고 한다. 실제로 이 대표는 수술 다음날인 3일, 일반 병실로 옮겨서 회복 중인 상황이다.

의료계에서는 이 대표의 상태를 두고 ‘합병증이 없을 시 1~2주 후 퇴원이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가능하면 퇴원을 늦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퇴원이 늦어질록 재판 일정도 늦어진다는 판단 하에 퇴원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진=채널A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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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건강 포인트 2= 홍익표, “이 대표는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당무 복귀하겠다는 의지 가져”

하지만 민주당은 대표권한대행 체제를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이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조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당무에 복귀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난 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 대표가) 빠른 시일 안에 당무 복귀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계시다"면서 "중요한 당무도 이 대표께서 병원에 계셔도 면회가 자유로워지면 그때 가서 말씀을 드리고 대표의 의견을 들어서 결정하면 되기 때문에 그렇게 오랫동안 당무가 정지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피습사건으로 인해 병원에 입원해 있어도 민주당 당무를 보는 데는 큰 차질이 없는 반면, 이 대표 관련 재판은 심각하게 지연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조희대 대법원장의 취임 이후 ‘신속한 재판’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신속한 재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서정욱 변호사는 지난 4일 채널A에서 “위증교사는 진짜 간단한 사건이어서, 재판 한두 번이면 끝난다. 그런데 2주 연기되면서 총선 전에 1심 선고가 안 나오게 되면, 국민들은 깜깜이로 투표할 수밖에 없다”며 재판부의 신속한 재판 진행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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