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전 경기부지사가 신청한 법관 기피신청 재항고를 대법원이 최종 기각했다. 쌍방울 대북송금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 전 부지사는 지난해 10월 쌍방울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사진=TV조선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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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넘게 재판을 받아오던 이 전 부지사는 지난 10월 23일 돌연 ‘법관 기피신청’을 냈다. 다음날 진행될 공판부터 중단돼 2달 가까이 재판이 공전됐다. 10월초 공판 기일에서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는 향후 일정과 관련해 ‘11월 중순에 재판을 끝내겠다’고 밝혔다. 재판부의 결심 예고 직후 이 전 부지사 변호인 측이 기피신청을 한 것이다.

장면 1=이화영의 ‘법관 기피신청’, 내년 총선 전 대북송금 사건 관련 1심 선고를 방해해

재판부의 예정은 11월 중순 결심을 하고 12월 말이나 1월 중순까지 1심 선고를 하는 것이었다. 신 부장판사는 2월 법관 정기 인사 이동 대상자이기 때문에, 1년 넘게 진행한 판결문까지 책임감 있게 쓸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고인이 기피신청을 하는 경우, 대략 3~4개월 정도 재판이 지연된다. 예정대로라면 총선 전에 1심 선고가 가능했지만, 이 전 부지사 측의 급작스런 기피신청으로 차질이 발생했다.

하지만 재판지연은 그보다 앞서 7월초 이 전 부지사가 검찰에서 “이재명 대표에게 대북송금 사실을 보고했다”고 진술하면서 시작됐다. 이 전 부지사 부인이 변호인 사임계를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사진=TV조선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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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서는 이 전 부지사 측이 ‘변호인 교체에 이어 법관 기피신청으로 시간을 끈 이유’는 총선 전에 1심 선고가 나오지 않도록 하려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 전 부지사의 대북송금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제3자 뇌물’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장면 2= 이재명의 대북송금 관련 제3자 뇌물죄는 아직 기소 전...백현동과 위증교사 혐의는 재판 중

수원지검은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서 이 대표에게 ‘제3자 뇌물죄’를 적용했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2019년 이 전 부지사의 요청으로 스마트팜 조성 대북 사업 관련 500만 달러, 이 대표 방북 목적 300만 달러 등 800만 달러를 북한에 보낸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 대표가 사실상 이를 보고받고 지시했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이 대표는 지난 9월초 두 차례에 걸친 수원지검 수사에서 모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 대표는 "보고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 법률대리를 맡은 박균택 변호사는 "방북 추진의 구체적 절차를 하나하나 모두 도지사가 챙기는 것은 아니다"며 "부지사 전결 사안을 도지사가 한 행동으로 보는 것은 왜곡"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에서 '쌍방울 그룹 대북송금' 의혹 관련 조사를 마친 후 나오고 있다. 2023.9.12.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에서 '쌍방울 그룹 대북송금' 의혹 관련 조사를 마친 후 나오고 있다. 2023.9.12. [사진=연합뉴스]

수사를 마친 검찰은 9월 18일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쌍방울 대북송금, 위증교사 등 3대 혐의를 묶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은 27일 새벽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영장 기각의 이유로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필요성 정도와 증거인멸 염려 정도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에 대해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후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김용식 부장검사)는 지난 10월 12일 이 대표를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같은 달 16일에는 이 대표를 위증교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에 대해서는 수원지검으로 되돌려 보완을 지시했다. 당초 수원지검이 보완수사를 한 이후 12월에 새로 영장을 청구하거나 불구속 기소할 방침으로 알려졌지만, 현재까지 그와 관련한 검찰의 입장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장면 3= 이화영이 1심에서 유죄 받으면 이재명의 대북송금 관련 ‘제3자 뇌물죄’ 기소 가능성 높아져

따라서 이 전 부지사에 대한 1심 유죄 선고는 이 대표의 대북송금과 관련한 ‘제3자 뇌물죄’에 대한 기소 가능성을 높여주는 판결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부지사가 지난 7월 검찰 조사에서 이 대표에게 대북송금의 내용을 보고했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사진=TV조선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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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3일 이 전 부지사 측 김현철 변호인은 경기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을 맡고 있는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 판사 3명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다”며 형사소송법에 따라 기피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에 대한 보고 여부를 두고 진술번복을 거듭해 재판 지연을 초래했던 이 전 부지사 측이 법관 기피신청으로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전략을 편 것이다. 쌍방울 김성태 전 회장의 진술과 국정원 자료 등의 증언과 증거로 이 전 부지사의 유죄선고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이었다. 이 전 부지사가 유죄선고를 받으면 이재명 대표의 혐의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장면 4=대법원, 이화영의 법관 기피신청 재항고 기각...1월초 대북송금 재판 재개 예정

그런데 이 전 부지사 측의 재판지연 의도와 달리, 수원지법 형사12부(재판장 황인성)는 기피신청이 제기된 지 9일 만에 기각했다. 수원고법도 8일 만인 지난 11월 17일에 기각을 했다. 재판지연 의도에 대해 법원이 이례적으로 신속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사진=TV조선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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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부지사 측은 11월 27일에 재항고를 했고, 1심과 2심의 전례대로 대법원도 빠른 결정을 내릴 것으로 기대됐다. 빠르면 12월 10일경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대법원은 12월 27일까지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이에 펜앤드마이크는 12월 27일 대법원의 결정이 늦어지는 이유를 취재해 보도했다. ▶펜앤드마이크 12월 27일자 <이재명 대북송금 의혹 ‘키맨’ 이화영의 재판부 기피신청 판결, 왜 늦어지고 있나?> 보도 제하 참조. 그 직후인 28일 대법원의 재항고 기각 결정이 나왔다.

검찰은 대법원의 결정이 늦어지자 지난 11일 신속결정요청서를 제출한 데 이어 27일에도 추가로 의견서를 내 대법원의 빠른 결정을 촉구했다. 수원지법과 수원고법의 경우 약 일주일 만에 법관 기피신청을 기각한 만큼, 빠른 결정을 통해 재판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검찰 측은 의견서에서 "피고인이 부당하게 형사사법 절차를 지연하고 있고 재판부를 자의적으로 선택하는 의도가 있으니, 이를 차단하고 재판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결정해달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이 기피신청 재항고를 기각함에 따라, 이 전 부지사의 재판은 다시 수원지법 형사11부 가 맡게 된다. 법원의 휴정기간이 끝나고 1월초 재판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면 5= 이화영 1심 재판 맡은 신진우 부장판사, 2월 인사 이동 이전에 1심 선고 의지 강해

이 전 부지사의 1심 재판을 맡은 신진우 부장판사는 2월 인사 이동 대상자이다. 지난 10월 초 재판기일에서 3번의 재판을 더 진행한 후 ‘11월 중순에 재판을 끝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 부장판사가 재판을 속개해 예정대로 3번의 재판을 더 진행할지, 과감하게 줄여서 선고를 내릴지는 현재 불분명하다.

다만 신 부장판사는 ‘인사 이동이 있기 전에 1심 선고를 내리고 가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진다.

1년 넘게 진행한 재판의 판결문을 책임감 있게 마무리하는 신 부장판사의 손에 이 전 부지사와 이 대표의 혐의에 대한 판단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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