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100여일 앞둔 현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치생명은 심각한 위기국면에 처해 있다. 한마디로 ‘3각 리스크’이다. 그 리스크는 민주당, 국민의힘 그리고 사법부에서 각각 분출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식당으로 들어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식당으로 들어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2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2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선 민주당 내부에서 발생할 분당 리스크이다. 당 안팎에서 쇄신을 요구하는 압박의 강도가 거세지는데다 분당 가능성까지 높아지고 있다.주목을 끌었던 이재명대표와 이낙연 전 총리와의 만남은 성과없이 끝났다.이낙연 전 총리는 만남후 “이재명 대표로부터 변화 의지를 확인할 수 없었다.좀더 가치 있는 일을 위해 제 갈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신당 창당을 분명히 한 것이다.

사법부의 판단이 야기할 리스크는 가장 넓고 깊다. 이 대표를 둘러싼 각종 재판리스크가 연초부터 현실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 대표를 옥죄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라는 존재는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에서 야기되는 리스크이다. 이 대표와 86세대 운동권 특권 정치 청산을 기치로 내건 한동훈 위원장의 정치혁신에 대한 대중의 지지도가 높아질수록 이 대표를 향한 퇴진 여론은 커지는 구도가 됐다.

① 국민의힘에서 야기된 ‘한동훈 리스크’= 한동훈이 성공하면 이재명 퇴장 여론 높아지는 정치구도 짜여져

한동훈 위원장의 효과가 예사롭지 않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출마자들을 향해 불체포특권 포기를 전제로 한 공천을 언급하며 인적 쇄신 조치에 나섰기 때문이다.

한 비대위원장의 효과를 보여주는 2가지 지표는 한 비대위원장 지명 6일간 국민의힘에 모금된 후원금의 규모와,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이다.

국민의힘은 한 위원장이 지명된 지난 21일부터 6일만에 1억4000여만원의 국민 후원금이 모금됐다고 지난 27일 밝혔다. 12월 1일부터 20일까지 20일간 9000여만원이 모금되었으나, 21일부터 26일까지 단 6일만에 5000여 만원이 증가한 후원금이 모금된 것이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달간 국민후원금은 6226만원이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선이 있었던 지난해 총모금액과 2023년 총모금액을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한동훈 위원장 지명 후 모금액이 크게 늘어난 것은 맞다”고 했다.

'한동훈 효과'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 격차가 9개월 만에 최저 격차인 2%대로 좁혀졌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지난 25일 나왔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21~22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3명을 조사한 결과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이 41.6%, 국민의힘은 39%를 기록했다.

[사진=채널A 캡처]
[사진=채널A 캡처]

지난 조사 대비 민주당은 3.1%포인트(p) 하락하고, 국민의힘은 2.3%포인트 상승했다. 이로써 양당 간 차이는 8.0%포인트에서 2.6%포인트로, 오차범위(±3.1%p) 안으로 좁혀졌다. 3월 2주 차(야 42.6%, 여 41.5%) 이후 가장 적은 격차를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국정수행 긍정평가)도 40%대를 회복했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 25~26일 이틀간 전국 남녀 유권자 10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41.6%(매우 잘함 25.2%·잘하는 편 16.4%), 부정평가는 55.5%(매우 못함 47.5%·못하는 편 8.0%)로 각각 집계됐다.

직전 조사(12월 11~12일) 대비 긍정평가는 3%p 상승했고, 부정평가는 4.1%p 하락했다. 서요한 여론조사공정㈜ 대표는 국정 지지율 상승과 관련해 "대통령 국정 수행평가가 지난 조사 대비 반등해 40%대를 다시 회복한 것은 한동안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국민의 관심을 받은 '한동훈 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25~26일 전국 남녀 유권자를 대상으로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 100% RDD 방식 ARS로 진행했다. 전체 응답률은 3.3%로 최종 1015명이 응답했다. 표본은 올해 11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 기준에 따른 성·연령·지역별 가중값 부여(림가중)로 추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한 비대위원장이 취임사에서 밝힌 혁신의 바람이 구체화될 경우, 지지율 상승 추이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비대위원장은 지난 28일 지명직 비대위원 인선을 통해 1차 혁신 의지를 보인 바 있다. 취임사에서 밝힌 구상을 실현할 수 있는 젊은 전문가 집단을 전면에 내세운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향후 공천 과정에서 한 비대위원장이 혁신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면, 이재명 대표의 입지는 점점 좁아들 것으로 분석된다. 이 대표는 한 비대위원장과의 첫 회동을 염두에 두고 '작심 염색'을 한 것으로 관측된다. 10살 차이나는 한 비대위원장과의 투샷을 의식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과거에도 중대 결심을 앞두고 염색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이후인 2021년 11월 흑발로 염색을 하고 “민주당도 변해야 하고, 나도 변해야 하고 저도 바뀌어보려고 하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진=채널A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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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대표의 ‘작심 염색’ 변신으로는 이 대표를 둘러싼 각종 리스크를 해소하기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민주당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지난 2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공천이 다 끝난 이후에도 한동훈 바람이 분다고 하면 거기에 대응해 이재명 대표도 그에 상응할 만한 나름의 결심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 간판 교체까지 염두에 두는 건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지금 단계에서 간판 교체라 표현하긴 적절치 않다"면서도 "한동훈 지휘에 대응해 민주당 바람이 일지 않는다고 하면 이 대표는 많은 것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② 민주당에서 분출된 ‘분당 리스크’= 이재명 대표가 공천권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당내 갈등 격화

지난 28일 이 대표를 만난 정세균 전 총리는 ‘현애살수(懸崖撒手)’라는 불교 용어로 이 대표의 결단을 촉구했다. 현애살수는 낭떠러지에서 잡고 있던 손을 놓는다는 뜻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집착을 버리고 비장한 결단을 하라는 취지로 풀이됐다.

정 전 총리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지만, 타이밍이 중요하기 때문에 깊이 숙고해야 한다’는 취지로 현애살수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이 대표는 혁신과 통합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고 한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대표의 총선 전 사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공천권을 행사한 이후 보여주기식 사퇴를 할 가능성이다. 정 전 총리는 이를 의식한 듯 ‘현애살수’를 언급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힘이 있을 때 스스로 절벽에서 손을 놓고 떨어지면 살 가능성이 있지만, 떨어지지 않으려고 버티다가 힘이 다 빠진 뒤에 떨어지면 죽는다는 것을 정 전 총리가 우회적으로 언급했다는 것이다. 즉 공천권을 포기하고 당장 물러나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대표는 현애살수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천권을 행사해 친명 호위대를 민주당에 포진시키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당장 30일 이재명 대표를 만난 이낙연 전 총리가 “이재명 대표로부터 변화 의지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변하지 않는다는 대명제가 성립된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지난 9월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가결표를 던진 비명계를 향한 공천학살 의지를 굳힌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대표는 당분간 당내 분열과 분당 가능성에 대해 해결할 노력과 의지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이 대표의 친명 중심 공천과 기득권 지키기 행태가 지속될 경우, 비명계를 중심으로 탈당해 ‘이낙연 신당’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난 29일 이 전 총리의 오랜 친구인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이 이재명 체제를 비판하며 탈당에 나섰다. 이재명의 민주당이 생각보다 빨리 분당 리스크에 휩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사진=채널A 캡처]
[사진=채널A 캡처]

③ 가장 치명적인 ‘사법리스크’= 3개의 재판리스크가 구체화되면 정치생명은 중대 위기에 봉착

이 대표가 대표직 사퇴를 거부하고 공천권을 내려놓지 않으려는 근본적인 이유는 ‘사법리스크 방탄’이다. 민주당의 내부 혁신이나 정책과 민생 등은 이 대표의 관심 밖이다. 오로지 재판리스크를 피해 2027년 3월 대선에서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되겠다는 권력욕만 탐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재판리스크는 이 대표를 서서히 옥죄어가는 형국이다. 내년 1월과 2월에는 이 대표의 재판리스크가 현실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리보는 이재명 판결’이 나오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김진성 씨 위증 판결이 1월 말 혹은 늦어도 2월 초에는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와 김진성 씨의 위증 혐의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는 1월 8일 정식 공판을 연다. ‘위증교사’ 사건은 이 대표가 2018년 경기지사 선거 방송 토론회에서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김진성 씨에게 거짓 증언을 요구했다는 혐의이다.

지난 11일 공판준비기일에서 이 대표 측 변호인의 ‘공판준비기일을 한 번 더 달라’는 요청도 일축돼 재판 속도가 빨라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 이후 재판부의 달라진 태도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재판부는 지난 11일 “다음 기일이 김진성 피고인 결심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던 유창훈 판사도 위증교사는 소명됐다고 한 만큼, 김씨에게 실형이 선고되면 이 대표에게도 치명상이 된다. 위증교사는 가중사유가 붙으면 실형 3년까지 처벌되는 중죄인 만큼, 이 대표의 피선거권은 박탈된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사진=연합뉴스TV 캡처]

백현동 로비스트 김인섭 씨 재판의 1심 선고는 2월 13일 예정돼 있다. 백현동 개발비리 의혹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한국식품연구원이 매각한 부지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의 청탁을 받아 민간에 특혜를 준 것으로 의심되는 사건이다. 김 전 대표가 유죄를 받을 경우, 이 대표가 국토부의 압박 없이 김 전 대표의 로비에 따라 식품연구원 부지를 상향해준 것이 인정되기에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재판에 치명타가 된다.

쌍방울그룹 불법대북송금과 관련한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의 재판도 2월 중 1심 선고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전 부지사 측이 낸 법관 기피신청 재항고를 지난 28일 대법원이 최종 기각했기 때문이다. 이 전 부지사 측은 지난 10월 23일 1년 넘게 진행해온 재판에 대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다’며 법관 기피신청을 냈다. 내년 총선 전 1심 선고가 나오지 않게 하려는 재판지연의 목적이었다.

1심 재판을 맡은 수원지법 형사11부 신진우 부장판사는 2월 인사 이동 대상자이다. 지난 10월 초 재판기일에서 3번의 재판을 더 진행한 후 ‘11월 중순에 재판을 끝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피신청 재항고 기각으로 1월 9일 속개해 3번의 재판을 예정대로 할지, 과감하게 줄일지는 현재 불분명하다.

다만 신 부장판사는 ‘인사 이동이 있기 전에 1심 선고를 내리고 가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진다. 백현동 로비스트 김인섭 씨 1심 선고가 2월 13일로 예정돼 있는 가운데 신 부장판사가 1심 선고를 내리고 가겠다는 입장인 만큼, 김씨 1심 선고와 비슷한 시기에 이 전 부지사의 1심 선고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는 이 전 부지사로부터 아무런 보고를 받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부지사가 지사와 아무런 소통 없이 방북을 추진했을 리 없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이 전 부지사가 총선 전에 1심 선고가 나오지 않도록 갖은 방법을 동원해 재판지연을 노렸지만, 정의는 실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재판 리스크가 구체화되면, 이 대표는 자의가 아니라 사법적 절차에 따라 정치생명에 치명상을 입게 된다. 이 대표를 겨냥하고 있는 3개의 재판 리스크가 2월쯤이면 선명한 칼날을 드러낼 것이라는 사실이 가장 치명적인 리스크인 셈이다.

[펜앤드마이크 신년기획:리셋코리아 2024 목차]

1.3각 리스크’에 갇힌 이재명의 정치생명

2.반성없는 가짜뉴스 조작자들

3.21대 국회의 10대 막말

4.문제는 경제야! 고금리·고물가에 민생고

5.총선 승부 결정할 4대 변수

6.윤석열정부의 집권3년차 과제

7.태풍의 핵,‘트럼트 2기’

8.2024 화제의 인물①차기 대권주자의 향연

9.2024 화제의 인물②뉴페이스의 격돌

10.2024 화제의 인물③떠오르는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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