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새해 경제 뇌관"
고금리로 부동산 하락 전망
내년 경제성장률 2%에 못미쳐
국민 절만 "내년 소비 줄일 것"  

'푸른 용의 해' 갑진년 새해를 앞두고 대한상의가 국내 경제·경영 전문가 90명에게 '2024년 경제 키워드'를 조사한 결과 '용문점액(龍門點額)'이 꼽혔다.  

중국 황하에 용문(龍門)으로 불리는 협곡이 있는데, 물고기가 급류를 타고 힘차게 뛰어올라 용문을 통과하면 용이 되지만, 그렇지 못하면 이마(額)에 상처(點)만 얻고 하류로 떠내려간다는 전설에서 유래한 사자성어다.

이는 내년 우리 경제가 새로운 도약을 해내거나, 중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질 수 있는 갈림길에 서 있다는 의미다.

2024년 새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결코 밝지 못하다.  고금리에 높은 물가, 가계 부채, 집값 하락, 저성장... 등 언론매체에 보도되는 내년 경제 전망은 온통 어두운 소식 뿐이다. 

한국은행은 29일  '2024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을 공개하면서 물가가 목표 수준인 2%에서 안정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장기간 긴축 기조를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고금리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얘기다. 

한은은 올해 2월부터 현재까지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해왔다. 내년에도 물가 상승률이 낮아지지 않으면 현재의 높은 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서로 맞물려 가는 '고금리'와 '고물가'는 서민에게는 '독'이다.  특히 가계 부채와 직결되는 고금리는   새해 경제의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지난 9월말 기준 가계부채는 역대최대인 1875조6000억원을 돌파했다. 가계대출 연체율도 지난 3분기말 기준 0.89%로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2021년부터 기준금리를 3.00%포인트(p) 인상하면서 '영끌족' 등 가계의 이자 부담도 이미 한계수준이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난 3분기 말 기준 0.89%로 전 분기(0.86%)보다 0.03%p 올랐다.

고금리는 당장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대출을 받아 보금자리를 마련한 이들에게는 큰 재정적 고통을 초래한다.  또 주담대의 이자를 견디지 못해 집을 팔려고 내놓아도 고금리로 인한 최근 부동산 시장의 하락으로 '울며겨자먹기식' 거래를 감수해야 한다. 

산업계는 내년 2024년 소비 트렌드에 대해 가성비·초저가 제품과 식료품 등 필수품에 집중할 것으로 예견하고있다. 

이 또한 고금리와 관계가 깊다. 고금리로 가계 실질소득이 감소하면서 소비여력이 줄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 12일 발표한 국민 1천명 대상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52.3%는 내년 소비지출을 올해보다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야를 조금 넓혀서 나라 살림 살이 전체를 살펴봐도 밝은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LG경제연구원 제공]
[LG경제연구원 제공]

지난 25일 LG경영연구원은 '경영인을 위한 2024 거시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도 글로벌 경제는 'L자형 장기 저성장'에 본격 진입하는 해가 될 것이며, 한국 경제 역시 1.8%의 낮은 성장세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연구원은 코로나 기간 동안의 경제성장률 급등락 시기가 지나고, 세계 경제성장률은 한 단계 낮아진 '고물가-저성장'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원은 "성장세 둔화로 시장 수요와 매출이 위축됨에도 불구하고, 고물가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각종 비용과 부담이 낮아지지 않는, 기업 및 자영업자 등 경제주체들의 이중고가 우려된다"고 전했다.

연구원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1.8%로 올해(1.3%)보다 다소 높아지겠지만, 이는 올해 경제성장이 유독 부진했던 기저효과가 작용한 것으로서, 전반적인 경기 회복세는 미약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고용시장도 어둡긴 매한가지다. 지난 13일 한국선진화포럼 주최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4년 한국경제의 도전과 대응' 토론회에서는 "총선 이후 강력한 기업 구조조정 나서야"한다는 발제가 주목을 받았다.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생산성 높은 기업이 진입하고 낮은 기업은 퇴출되는 것이 총요소생산성 증가의 핵심"이라며 "총선 이후 우리 경제의 미래를 위해 강력한 기업구조조정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의 주장이 맞고 틀리고 여부를 떠나 그같은 기업 구조조정이 이뤄질 경우 대량의 실업자가 거리로 내몰릴 수 있다. 

그같은 기업 구조조정이 아니더라도 경기 침체는 기업의 매출 저하로 이어지고 '희망 퇴직' 등의 칼바람이 불수도 있다. 

돌파구는 없는 것일까. 

경제단체장들은 2024년 신년사에서 일제히 우리 기업들이 활력을 되찾고 경제가 재도약할 수 있도록 정부의 과감한 규제 혁신과 노동 개혁, 신성장 동력 발굴 등을 주문했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회장은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낮아진다는 전망이 우세하다면서 "경제계는 적극적인 고용과 선제적 투자로 경쟁력을 높여야 하고 정부는 규제를 과감히 혁파해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더욱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도 "첨단산업의 기술 패권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더욱 치열해져 반도체, IT(정보기술) 같은 우리 주력 산업과 국가 경제에 위기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며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국내 기업 활력 제고만이 근본적 해법"이라고 밝혔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내년 가장 중요한 과제로 노동 개혁을 통한 중소기업 인력난 완화를 꼽으며 "고용노동 정책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김 회장은 "주52시간제 유연화와 중대재해처벌법 개선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정부에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국회를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동 기자 weloveyou@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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