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얽혀 있는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의 재판이 2달째 중단된 상태이다. 예정대로라면 총선 전에 1심 선고가 가능했지만, 이 전 부지사 측이 재판부 기피신청으로 재판지연 전략을 펼친 탓이다.

10월 23일 오전 경기도의회 중회의실에서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외국환거래법 위반),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 중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변호인(법무법인 KNC 김현철 변호사)이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수원지법 형사11부) 기피신청서를 제출하는 사유에 대해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0월 23일 오전 경기도의회 중회의실에서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외국환거래법 위반),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 중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변호인(법무법인 KNC 김현철 변호사)이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수원지법 형사11부) 기피신청서를 제출하는 사유에 대해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이화영, 돌연 재판부 기피신청...3~4개월 재판 지연 수순

이 전 부지사는 지난해 10월 기소된 이후 1년 넘게 재판을 받아오다 갑자기 지난 10월 23일 기피신청을 냈다. 명백한 재판지연 의도로 분석된다. 이 전 부지사의 기피신청에 대해 1심과 2심은 각각 9일, 8일 만에 신속하게 결정을 내렸다. 반면 대법원은 30여일이 지나도록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어, 최종심인 대법원이 이 전 부지사 측의 지연 전략에 동조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 전 부지사는 지난 10월 24일 예정된 재판을 하루 앞둔 23일 기피신청을 냈다. 이 전 부지사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는 10월초 재판 기일에서 향후 일정과 관련해 ‘11월 중순에 재판을 끝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예정대로 10월 24일 재판이 진행됐으면, 3차례 공판 후인 11월 중순 결심이 가능했다. 12월말이나 늦어도 1월 중순에는 1심 선고가 나올 수 있었다.

재판부가 11월 중순에 재판을 끝내겠다고 한 직후, 이 전 부지가 변호인 측이 재판부 기피신청을 제기한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피고인이 기피신청을 하는 경우, 대략 3~4개월 정도 재판이 지연된다고 한다.

그런데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인의 의도와 달리, 수원지법 형사12부(재판장 황인성)가 기피신청이 제기된 지 9 일만에 기각을 했다. 수원고법도 8일 만인 지난 11월 17일에 기각을 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례적으로 신속한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재판지연 의도에 대해 법원이 신속하게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 전 부지사 측은 11월 27일에 재항고를 했다. 1심과 2심이 각각 9일과 8일 만에 결정을 낸 전례에 비춰 볼 때, 대법원도 10일에서 늦어도 15일 이내에는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됐다. 빠르면 12월초에 결론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펜앤드마이크 11월 5일자 <이화영의 ‘재판부 쇼핑’ 응징한 법원, 이재명의 대북송금 의혹 ‘부인 전략’을 무력화할까> 제하 보도 참조.

대법원 1부, 이화영에 대한 총선 전 1심 선고를 사실상 막는 결과 초래...민변 출신 대법관 주목

그런데 이 전 부지사 측이 재항고를 한 지 30여일이 지나도록 대법원의 판단은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종심인 대법원이 시간을 끌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사법부가 의도적으로 직무를 회피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더욱이 서울중앙지법·서울고법을 비롯한 전국 대부분의 법원이 25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휴정기에 들어간다. 이 기간에는 긴급하거나 중대한 사건을 제외한 대부분 민사·가사·행정재판, 불구속 형사공판 등이 열리지 않는다.

법원이 다시 개정하는 1월 8일 그 주에 기각 결정이 나온다고 해도, 이 전 부지사 재판부가 3 번의 재판을 더 진행하고 판결문을 쓸 시간이 촉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재판을 담당하는 신진우 부장판사는 2월 법관 정기인사 대상자이다. 신 부장판사가 3번 남은 재판을 1번으로 압축하고 판결문을 재빨리 써도 인사이동 전에 가능할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따라서 이 전 부지사 기피신청 결정을 담당하고 있는 대법관들이 이 전 부지사의 총선 전 1심 선고를 막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전 부지사의 기피신청은 대법원 1부에서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주심은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제청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서경환 대법관이다. 그 외 노태악‧ 김선수‧ 오경미 대법관이 합의제로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김선수 대법관이 의도적으로 결정을 지연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법조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대법원은 합의제이므로 한 명이라도 반대를 하게 되면 결정이 지연되기 때문이다.

김선수 대법관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장 출신으로, 대표적인 진보 성향 판사이다. 변호사 시절인 2014년 6월 ‘불법파업의 면책특권’을 주장하는 내용의 글을 좌파 매체인 프레시안에 올린 적이 있다. 노란봉투법의 밑그림격에 해당하는 글로 평가받는다. 법조계에서는 김 대법관이 판을 깔고, 야당이 동조해 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재판지연 해결’ 의지에 역행하는 사태 발생해

조희대 대법원장이 국회 임명동의를 받지 못했다면, 내년 1월 2일부터 안철수 직무대행의 뒤를 이어 대법원장 직무대행을 맡게 되는 상황이었다. 정부여당에서는 조 대법원장 지명자의 임명이 필수적이었다.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조 대법원장은 취임사에서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지는데도 법원이 이를 지키지 못하여 국민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재판지연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재판 지연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진보 성향의 판사들이 재판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간첩 혐의 재판에서는 사법부가 사실상 공범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제기될 정도이다. '창원 간첩단' 사건으로 구속된 피고인 4명은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의 보석으로 모두 풀려났다. 지난해 3월 기소된 이들은 창원에서 재판을 받겠다며 관할 이전을 신청했다가 기각당하자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고, 이것도 불허되자 항고·재항고를 반복해 수개월 동안 재판을 지연시켰다. 첫 재판에서는 자신들의 인적사항 진술도 거부한 뒤, 법관 기피신청을 하고 재판장을 고발해 재판을 또 중단시켰다. 이런 식으로 재판이 지연되자, 재판부가 1심 구속 기한이 임박해 보석으로 풀어준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창원 간첩단’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피고인들의 보석을 허가한 서울중앙지법의 결정에 불복해 항고장을 제출했다. 사진은 '창원 간첩단 사건' 연루자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창원 간첩단’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피고인들의 보석을 허가한 서울중앙지법의 결정에 불복해 항고장을 제출했다. 사진은 '창원 간첩단 사건' 연루자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제주 간첩단' 역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 뒤 항고·재항고를 반복해 재판 한 번 받지 않고 지난 9월 모두 석방됐다. 간첩 혐의로 기소된 전 민노총 간부, '충북동지회' 간첩단 사건에서도 비슷한 수법이 동원됐다. 이들의 뒤에는 민변이 버티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대법원 1부 결정 지연되면 이 전 부지사는 석방될 가능성 높아

현행법은 심급별로 6개월 구속 기간 내에 재판을 끝내지 못하면 피고인을 석방하게 돼 있다. 간첩 사건 재판은 수사 정보 누출의 우려 때문에 국민참여재판이 부적절하다는 것은 국민 상식에 속한다. 이런 상식적인 결정과 달리 '제주 간첩단 사건'의 경우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 뒤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되기까지 무려 187일이 걸렸다. 김명수 체제하에 임명된 진보 성향 판사들의 ‘의도적 지연’이라는 의심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 전 부지사의 경우도 구속 기간 동안 재판을 끝내지 못하면 석방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전 부지사의 기피신청 문제를 다루고 있는 대법원 1부에서의 결정이 늦어지는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다. 대법원 1부에서 합의가 안 될 경우 전원합의체로 넘어가야 된다는 점에서, 사법부에 대한 신뢰는 더욱 추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취임 이후에도 이렇게 결정이 늦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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