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오는 28일 열리는 올해 마지막 국회 본회의에서 ‘쌍특검법’ 강행처리를 시도, 연말연초 정국이 또 다시 극한대치로 치닫을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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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주도하는 쌍특검법은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을 말한다. 특히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특검 수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자는 특검법안은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를 직접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권의 내년 총선 최대 악재가 될 수 있다.

‘3총리’의 ‘이재명 거취 압박’ 임박... 김건희 특검법은 이재명의 ‘이슈 전환’이자 ‘반격 카드’

따라서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은 쌍특검법, 특히 김건희 특검법 강행을 총선 정국 주도권 확보를 위한 민주당의 당리당략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이 원내 과반이라는 물리적 우위를 앞세워 김건희 특검법을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함으로써 총선이슈로 부각시키려는 의도를 노골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물타기 효과도 겨냥하고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이대로 갈 경우 이재명 사법리스크라는 최대 악재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현재 이 대표는 매주 2회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내년 1월부터 위증교사 재판이 따로 진행되면서 매주 3번 재판에 출석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따라서 이 대표와 친명계 의원들로서는 절대절명의 위기에 몰려있다. 총선 공천 작업이 본격화하는 시기에 당 내부의 ‘이재명 흔들기’가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와 친명계 의원들로서는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를 ‘공동의 적’으로 설정함으로써 이재명 중심의 단합을 이끌어내려는 전략을 본격화할 수밖에 없다.

정치적 경쟁자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이같은 치명적 사실을 근거로 삼아 이 대표 체제를 흔들고 있다. 이 전 대표는 22일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이 대표의 거취에 대해 언급하면서 "사법문제가 없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도 2선 후퇴를 여러 번 했다"면서 "'민주당이 선거를 잘 치르기 위해서라도 그런 양보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일주일에 이틀 또는 사흘 재판정에 가야 하고, 송영길 전 대표의 '돈 봉투 사건'에 연루된 국회의원이 20명 이상이다"며 "이 상태로 선거를 치러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사진=MBC 유튜브 캡처]
[사진=MBC 유튜브 캡처]

김대중 전 대통령의 2선 후퇴를 근거로, 이 대표의 대표직 사퇴를 요구한 것이다. 이 대표가 개인 비리를 둘러싼 사법리스크 때문에 정상적인 총선 진두지휘가 불가능하다는 게 이낙연 전 대표의 주장인 셈이다.

정세균 전 총리와 김부겸 전 총리가 24일 오전 회동을 갖고 민주당 내 상황에 대한 우려를 공유한 것도 주목된다. 정 전 총리와 김 전 총리는 향후 이 전 대표와 만나 향후 정국 해법에 대해 의견을 모을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의 3총리 회동’이 이뤄지면 이 대표의 거취 문제에 대해 상당한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와 정 전 총리는 오는 28일 만날 예정이다. 3총리 회동은 그 직후에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법이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연초 정국은 요동칠 것으로 관측된다. 여야 대치가 격화될수록 이 전 대표를 포함한 ‘3총리’가 이 대표의 퇴진을 요구할 정치적 공간은 축소되기 마련이다.

갓 출범하는 ‘한동훈 체제’, 위기에 직면한 ‘이재명 체제’와 한판승부 벌여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지명자는 26일 당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쳐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이틀 뒤인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쌍특검법 표결 처리가 이뤄진다.

지난 3월 발의된 '쌍특검법'은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처리 절차를 밟지 못했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태우기로 합의했고, 4월 국민의힘의 반대 속에서 패스트트랙에 지정됐다.

이들 법안은 180일 패스트트랙 심사 기간이 지나면서 지난 10월 24일 본회의에 부의됐다. 본회의 부의로부터 60일이 지난 시점까지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으면 이후 열리는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그 시점이 오는 28일 본회의이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으로서 정치권에 데뷔하자마자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건희 특검법 처리 및 정치적 해법 모색 그리고 총선 정국 주도권 확보 등과 같은 일련의 중대 과제들을 풀어나가야 하는 것이다. ‘갓 출범한 한동훈 체제’와 ‘위기에 몰린 이재명 체제’가 김건희 특검법을 둘러싸고 벌이는 정면 대결에서 누가 승기를 잡느냐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채널A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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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체제의 리스크는 당내 일각의 ‘타협론’...민주당 논리에 말리면 패배 자초해

한동훈 지명자와 국민의힘 지도부는 김건희 특검법안을 민주당의 선전·선동을 위한 '악법'으로 규정했다. 민주당이 본회의에서 강행처리하면 한 지명자는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함으로써 속전속결식으로 사태를 종료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민주당의 ‘총선 민심 교란’ 프레임을 조기에 해소하는 데 전력투구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한 지명자가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경우 ‘수직적 당청관계’를 답습한다는 비판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선거 이후 특검 실시'라는 조건부 수용안을 민주당 측에 제시해 정치적 협상을 벌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2일 YTN라디오에서 “특검법으로 선거를 치르겠다고 하는 것은 야당의 사법 테러”라면서도 “총선을 피하고 당당하게 받는다고 하면 굳이 못 받을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같은 타협론은 민주당 전략에 스스로 말려들어가는 결과를 빚을 공산이 크다는 반박도 거세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3일 페이스북에서 총선 후 특검 실시 등에 대해 “야당의 마지노선이라고 여겨지는 안을 극소수겠지만 왜 우리가 이야기하나”라며 “총선 뒤 특검을 합리적 양보안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상대가 듣고 싶은 말을 우리 입으로 하는 것이다”고 꼬집었다. 또 “문재인 정권 내내 친문검사를 동원해 탈탈 털어도 혐의를 찾지 못해서 차일피일 발표를 미루던 수사인데 윤석열 정부가 들어섰다고 엄청난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는 게 말이 되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 ‘배우자 특검’에 대한 오해와 진실= 대통령 당선 이전 사안으로 ‘배우자 특검’하자는 선진국은 없어

문제는 민주당이 여론전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국민일보 의뢰로 지난 7~8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33명을 대상으로 ‘윤 대통령의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여부 견해’를 조사한 결과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 70%,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20%, ‘모름·응답 거절’ 10%로 나왔다.

그러나 이같은 여론의 양상은 오해에서 비롯된 측면이 적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 당선 이전에 행해진 배우자의 행위에 대해 특검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국내외를 통틀어도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즉 김건희 특검법이 윤 대통령 재임기간이 아닌 10여년 전의 의혹사건을 수사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특검 남용’ 내지는 ‘입법권 남용’의 사례에 해당된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검찰 공소장 기준으로 보면 2009년 1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약 3년 간 에 진행됐다. 도이치모터스 임직원 및 주가조작 세력이 91명 명의의 계좌 157개를 동원하여 101건의 통정매매 및 기장매매와 3083건의 현실거래를 통해 2000원 후반이었던 주가를 8000원까지 끌어올린 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이 당선되기 10여년 전에 발생한 사건을 빌미로 대통령 배우자에 대한 특검을 도입하자고 소리치는 정치세력을 민주주의와 정당정치가 정착된 선진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대통령 배우자의 과거사 논쟁은 대선기간 중에 후보 검증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형사상 문제가 있다면 검찰 수사와 기소를 통해 해결하면 된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대선 기간 중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탈탈 털어서 수사했고, 지금도 검찰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번에 김건희 특검법이 추진된다고 해서 추가적으로 사법적 정의가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총선 이슈 측면에서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점유율이 희석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이 대표와 친명 그룹의 웃음소리는 커지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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