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커플에 대한 축복을 허용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언에 대해 지역 천주교 주교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23일 펜앤드마이크의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가나, 말라위, 잠비아, 나이지리아의 가톨릭(천주교) 주교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동성애 축복’ 허용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자신들의 교구에서 동성애 커플에 대한 축복을 금지하겠다고 밝히고 나섰다.

‘악마와 담소를 나누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이라는 주제의 풍자화. 이 풍자화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가 반(反)교회적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이미지=인터넷 검색]
‘악마와 담소를 나누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이라는 주제의 풍자화. 이 풍자화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가 반(反)교회적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이미지=인터넷 검색]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8일(바티칸 현지 시각) 교황청 신앙교리성 장관 빅토르 마뉴엘 페르난데스 추기경을 통해 선언 ‘신뢰를 기원하며’(Fiducia supplicans)를 발표해 비(非) 전례적 상황에서 동성애 커플 축복을 허용했다.

‘축복의 사목적 의미에 대해’라는 부제(副題)가 붙은 이번 선언을 통해, 교황청은 ‘축복’의 고전적 의미가 그간 전례적 관점과 긴밀히 연계돼 왔는데, 이는 교회가 행하는 ‘축복’을 오로지 ‘전례적 축복’으로만 국한하고, 다른 형태의 축복이 이뤄지는, 보다 넓은 사목적 상황을 보지 못한 것으로써, 이번 선언이 ‘축복’의 사목적 의미를 확장하는 데에 혁신적·구체적 기여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페르난데스 추기경은 “이 선언은 결혼에 대한 교회의 전통적 교리 위에 굳건히 서 있다”며 “동성애 커플 등에 대한 축복은 전례 의식 혹은 전례 의식과 유사한 축복을 함으로써 교회에 혼란을 일으키는 경우까지 허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번 선언에 대해 가톨릭 교회 내 보수 성향 주교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잠비아 주교회의에 속한 잠비아 천주교회 주교들. [사진=인터넷 검색]
잠비아 주교회의에 속한 잠비아 천주교회 주교들. [사진=인터넷 검색]

가나 주교회의 의장이자 수냐니 교구의 교구장을 맡은 매튜 크와시 쟘피 주교는 지난 21일(현지 시각) 교황 선은 ‘신뢰를 기원하며’를 거부하기로 했다.

크와시 주교는 “교회는 동성애 커플 또는 혼외(婚外) 성적 결합에 대해 ‘축복’할 어떤 권능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나이지리아 주교회의 마찬가지로 교황의 이번 선언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교회는 동성간 결합과 그 활동을 축복할 그 어떤 권한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며 “그것은 곧 하느님의 법과 교회의 가르침, 그리고 국내법과 우리 시민들의 문화적 민감성을 거스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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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아스타나 교구 아타나시우스 슈나이더 보좌주교. [사진=인사이더바티칸]

잠비아의 가톨릭 주교들도 마찬가지로 교황의 이번 선언 내용을 잠비아에서 실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한편, 가톨릭 교회 내 보수파 주교 중 대표적 인물로 손꼽히는 아타나시우스 슈나이더 주교(카자흐스탄 아스타나 교구 보좌주교)는 교회가 맞은 큰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전 세계적 십자군(十字軍) 운동 전개를 제안하고 나서기도 했다.

펜앤드마이크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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