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기업의 소멸시효 주장 부인
유족에게 11억7천만원 배상
피해자는 재판 중 모두 숨져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과 유족들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2건의 상고심 선고가 열리는 법정에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과 유족들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2건의 상고심 선고가 열리는 법정에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미쓰비시 중공업 등 일본 기업을 상대로 일제 강제동원의 책임을 묻는 '2차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대법원이 피해자들의 손을 들었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과 유족이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구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2건에서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1억5000만원씩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일본 기업 측은 그동안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소멸시효가 이미 지나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대법원은 "강제동원 피해자 또는 그 상속인들에게는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는 피고(일본 기업)를 상대로 객관적으로 권리를 사실상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며 며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은 청구권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법적 견해를 최종적으로 명확하게 밝혔다"며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로 비로소 대한민국 내에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사법적 구제 가능성이 확실하게 되었다"고 했다.

이번 소송의 원고인 곽모 씨 등 7명은 2013년 3월 일본제철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1942∼1945년 국책 군수업체 일본제철의 가마이시제철소와 야하타제철소 등에 강제 동원돼 노역했다.

미쓰비시중공업 상대 소송은 1944∼1945년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제작소 공장에서 노역한 강제동원 피해자 3명과 유족 오모 씨가 2014년 2월 제기했다.

피해자들은 "(일본에 가면 돈도 벌고 숙소도 제공한다는) 약속과 달리 자유를 박탈당한 상황에서 강제노동에 혹사 당했다”며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소송의 1·2심 재판부는 원고들의 청구를 받아들여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이 10년 가까이 계속되는 동안 소송을 냈던 피해자들은 모두 세상을 떠났다.

반면 일본 기업 측에선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채권도 소멸했다"며 책임을 부인했다.

판결이 확정되면서 미쓰비시와 일본제철은 피해자 한명당 1억원∼1억5천만원의 배상금과 지연손해금을 유족에게 지급해야 한다. 확정된 배상금은 총 11억7천만원이다.

다만 앞서 확정된 판결에 따른 배상금 지급 명령도 이행하지 않고 있어 일본 기업들에 의한 직접 배상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

대법원은 이번 소송과 법적 쟁점이 유사한 과거 강제동원 소송에서 이미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확정했지만 아직 배상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2018년 10월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양국 간 피해 배상과 보상이 일부 이뤄졌더라도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과 일본 기업의 책임은 사라지지 않는다"며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승소한 피해자들은 손해배상금 지급을 거부한 일본기업의 국내 재산을 강제 처분하려 했지만 일본기업이 항고에 재항고로 맞서며 실행하지 못했다.

올해 들어 정부는 일본과 관계 개선을 꾀하면서 우리 정부와 기업이 대신 판결금을 지급하는 '제3자 변제안'을 해법으로 내놨지만, 양금덕 할머니를 비롯한 일부 피해자들은 배상금 수령을 거부하고 있다.

이번 소송은 2012년 일본제철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대법원이 처음으로 배상청구권을 인정하자 다른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 제기한 소송이어서 '2차 소송'으로 불린다.

김경동 기자 weloveyou@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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