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미국 대선에 유력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콜로라도주 프라이머리(예비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미국 법원이 폭동 선동자가 '공직'을 맡을 수 없도록 규정한 수정헌법 14조 3항을 적용한 것이다. 다른 주 법원들도 이를 적용할지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19일(현지시간) 재판관 4대 3 의견으로 낸 판결문에서 "트럼프가 미국 수정헌법 제14조3항에 따라 대통령직을 수행할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이에 따라 콜로라도주가 그를 대통령 예비선거 투표 용지에 후보자로 등재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이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측 변호인이 의사당에서의 폭력 행위가 '반란'으로 분류될 만큼 심각하지 않았으며 1·6 사태 당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한 연설은 표현의 자유에 따라 보장된다고 주장했지만,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트럼프는 평화적인 권력 이양을 방해하기 위해 (폭도들이) 폭력과 불법 행위를 하도록 선동하고 조장했다"는 판단을 내렸다.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2021년 1월6일 의사당 공격을 '반란'이라고 판단하는 데 거의 어려움이 없었다. 트럼프가 여러 주에서 공화당 관리들에게 선거 결과를 뒤집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상당한 증거가 있다"면서 "우리는 이런 결론에 가볍게 도달하지 않았다. 우리는 두려움이나 호의 없이, 법이 내린 결정에 대한 대중의 반응에 흔들리지 않고 이를 적용해야 하는 엄숙한 의무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앞서 콜로라도주 고등법원은 1·6 의회 폭력 사태를 유발한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수정헌법 14조3항을 대통령직에 적용하긴 어렵다고 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프라이머리 참여를 금지하지는 않은 것이다. 그러자 소송을 낸 시민단체는 항소했고, 주 대법원서 판결이 뒤집혔다.

수정헌법 14조3항은 헌법을 지지하겠다고 선서한 공직자가 내란이나 헌법 위협 행위에 가담할 경우 다시 공직을 맡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을 적용해 대선 후보에 대한 자격 정지 판결을 내린 것은 미국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판결로 콜로라도주에서는 2024년 대선 예비선거 투표용지에 트럼프의 이름을 기재할 수 없게 됐다. 다른 지역의 경선 출마에는 문제가 없지만 현재 25개 이상 주에서 비슷한 소송이 진행 중이라 이번과 같은 법적 판단이 뒤따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AP통신은 "트럼프는 2020년 콜로라도주에서 13%포인트 격차로 패배했고,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 콜로라도주의 지지가 결정적인 것은 아니다"라며 "그에게 더 큰 위협은 다른 주에서도 콜로라도 사례를 따라 비슷한 판결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측 변호인단은 헌법 문제에 최종 결정권을 가진 연방 대법원에 즉시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스티븐 청 캠프 대변인은 "완전히 결함이 있는 판결"이라며 "대법원에 신속하게 항소하고 지극히 비민주적인 판결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도 낼 것"이라고 했다. 연방대법원은 전체 대법관 9명 중 6명이 보수 성향이다. 이중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 수는 3명이다.

공화당 의원들은 이번 판결에 강력 반발했다. 민주당 주지사들이 콜로라도주 대법원 대법관 전원을 임명한 점 등을 들어 "베일에 가려진 당파적 공격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같은 내용의 성명을 낸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루이지애나) 하원의장은 "정치 성향과 관계없이 등록 유권자들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예비선거 선두이자 전 대통령을 지지할 권리를 빼앗겨서는 안 된다"며 "연방대법원이 이 무모한 판결을 뒤집어 미국인들에게 차기 대통령을 선출할 권리를 부여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엘리스 스테파닉(뉴욕) 하원 의원총회 의장도 성명을 통해 "콜로라도 대법원에 있는 4명의 민주당 성향 공작원들은 마치 그들이 모든 콜로라도 주민과 미국인을 대신해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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