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말부터 '우리민족끼리' 이하 선전매체서 조선일보·문화일보 거명 공격
7월2일자 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도 직접 가세…"뿌리채 뽑아버려야"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의 7월2일자 논평 "쓰레기 매문집단의 추악한 망동"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의 7월2일자 논평 "쓰레기 매문집단의 추악한 망동"

북한 관영·선전매체들이 한반도 정세 관련 끈질기게 비난해왔던 자유한국당이 최근 지도부 공백과 함께 '지리멸렬'해지자, 조선일보와 문화일보 등 보수우파 언론사로 타겟을 바꿨다.

언론사명을 직접 거명하며 다수 매체를 동원해 비방하는 식이다. 그동안 특정 정당을 비난 대상으로 삼은 것에 비해, 특정 언론사 탄압 의도를 노골화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앞서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북한과 함께 한국당의 전임 '홍준표 지도부' 공세에 나섰던 더불어민주당과 좌파 사회단체 등 국내 친북진영의 향후 대응 귀추도 주목된다.

2일 PenN에서 최근 북한 매체 동향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북한 정부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 리선권) 산하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와 또 다른 선전매체 '려명' 등은 올해 들어 처음으로 조선일보와 문화일보를 동시에 화두에 올려 비난 대상으로 삼았다.

두 신문은 앞서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여는 물론 4.27 판문점회담 관련 비판적 논조를 드러내 왔음에도 김정은 정권의 직접적인 비난 대상은 되지 않은 바 있다. 지난 4월 제주도 4.3 사태 70주년 계기로 국내 친북언론을 인용해 문화일보 보도를 문제삼은 적은 있으나 일시적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언론 공격의 규모와 결이 다르다. 29일 우리민족끼리는 "계속 대세에 역행하는 쓰레기 매문(賣文, 돈을 벌기 위하여 실속 없는 글을 써서 팖)지로 남아 있으려는가"라고, 려명은 "남을 걸고드는 그 악습, 죽어야만 고친다"고 제목에서부터 공격성을 드러냈다.

최근 두 신문이 6.12 미북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대해 'CVID(완벽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 원칙이 반영되지 못했다',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다', '북한은 시간을 끌고 있다'' 북한에 번번이 뒤통수를 맞았던 과거가 되풀이될 수 있다' 등 비판을 내놓은 점을 북한 매체들은 문제삼았다.

우리민족끼리는 우파 언론사들을 싸잡아 "조선반도(한반도) 정세 완화 흐름에 역행하는 악(惡)선전에 집요하게 매달리면서 북남 화해협력 분위기를 심히 흐려놓고 있다"며 "보수집권패당의 시녀, 꼭두각시가 돼 동족대결에 혈안이 돼 날뛰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정의와 진리를 가르치고 옹호하며 역사와 시대를 선도해나가는데서 언론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며 "이러한(남북 평화무드 조성) 때 언론이라면 마땅히 민족의 단합과 조국통일에 이바지하고 그를 추동하는데 복무해야 한다"고 훈계하기도 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의 선전매체들.
북한 김정은 정권의 선전매체들.

 

이달 2일에는 조선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까지 앞장서서 다시금 조선일보와 문화일보를 직접 거명해 "쓰레기 매문집단의 추악한 망동"이라는 제목의 비방 논평을 냈다.

로동신문은 "조선일보, 문화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들은 조미(북미)공동성명과 관련해 '철저한 검증, 불가역적(핵 폐기)원칙'이 반영되지 못했다느니, '(핵 폐기의) 구체적인 노정도와 시간표'도 없다느니 하는 따위의 악다구니질을 해댄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치를 상실한 풍계리핵실험장 폐기가 전부이다', '미군유해 송환 카드로 시간을 끌고 있다' 등의 불순한 나발을 불어대면서 우리의 주동적이며 성의있는 노력에 의해 마련된 긴장완화와 평화의 분위기에 대한 불신여론을 조성해보려고 갖은 술책을 다 쓰고 있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또한 "외세의존과 동족대결에 환장이 된 보수언론들"이라며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으로) 동맹이 입게 될 피해는 막심할 것이라느니 하고 나자빠지면서 꼴사납게 앙탈질하고 있다"며 "(일각의 대북제재 완화 주장에) '비핵화 협상의 지렛대만 잃게 될 것'이라는 부정적 여론을 내돌리며 실로 못되게 놀아대고 있다"고 도발했다.

로동신문은 "언론의 생명인 객관성과 진리성, 공정성을 저버리고 보수역적패당이 줴쳐대는 악담과 궤변을 그대로 받아 외우는 이 가련한 앵무새 무리의 나발들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가소로운 넋두리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과거의 죄악으로 보나 현재의 대결난동으로 보나 민족의 운명과 발전에 백해무익한 이 독초같은 존재들을 뿌리채 뽑아버려야 한다는 것이 겨레의 한결같은 주장"이라고 강변했다.

이 논평은 같은날 우리민족끼리에서도 로동신문을 인용해 그대로 옮겼다. 똑같은 논조로 선전매체 '메아리'는 ▲언론의 본도와 민족의 얼을 줴버린 남조선보수언론들에게는 앞날이 없다 ▲동족대결에 명줄을 건 고질적악습의 발로 등 비방 논평을 냈다.

또다른 선전방송 '통일의 메아리'는 ▲6월30일자 《벼랑끝에서의 니전투구》, 남조선각계의 비난 고조 ▲7월1일자 《보수언론이야말로 적페대상이다》, 남조선각계가 강력히 규탄 ▲7월2일자 추악한 적페보수의 진면모 등 라디오 방송을 날마다 내보내고 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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