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출신 가릴 때냐? 지금은 흑묘백묘론이 적절"
김태흠 "보수 울타리 넘어 정치 새판짜기 필요"

국민의힘 소속 지자체장으로 당내 어른격 정치인이기도 한 두 사람이 최근 잇따라 김기현 당대표 사퇴 촉구와 차기 비상대책위원장 인선 문제 등에 있어서 같은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두 사람은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이 현재 당의 비대위원장을 맡기에 최적격이라고 판단하는 걸로 보인다. 

홍 시장은 1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정치 경험 많고 큰판을 다루어본 사람을 영입해서 비대위를 만들어야지 윤 대통령 아바타를 다시 당대표를 만들어 본들 그 선거가 되겠나?"라며 "쇄신 대상자들이 자기가 살아 남을려고 꼭 하는 짓들이 김기현 체재 2기를 언론 플레이를 통해 다시 만들려고 하는구나. 파천황(破天荒)의 변혁  없이는 총선 치루기 어려울 거다"라고 했다. 당내 친윤 주류들이 일제히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에 삼고초려해 앉히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을 정면 겨냥한 것이다.

홍 시장은 지난 15일에도 페이스북에서 "뇌물전과자, 민주당 비대위원장 출신도 비대위원장으로 받아 들여 1년간 모신 정당이 주류 출신 아니라고 비토하는 부류들은 코메디 대행진 하는 건가 자기 지역구 사정 때문인가? 지금 그걸 가릴 때인가?"라고 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 시절도 겪었는데 민주당 출신인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은 왜 안 되느냐는 반문으로 해석된다.

특히 홍 시장은 잇따라 "정치 경험 많고 큰판을 다루어본 사람을 영입해 비대위 만들어야지" "경륜있고 큰 선거 경험 있는 분을 삼고초려 오셔와도 될까말까한 절박한 싯점" "이때 적절한 말은 등소평의 흑묘백묘론(黑猫白猫)" 등의 주장을 쏟아냈다. 비대위원장 하마평에 오른 인물군 가운데서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이 이같은 주장에 가장 부합된다. 

김태흠 충남지사도 17일 입장문을 통해 당에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을 염두에 둔 제언을 했다. 김 지사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은 혁신을 넘어 혁명적 사고가 필요한 때"라며 "이번 비대위는 집을 새로 짓고 간판까지 바꿀 정도의 환골탈태의 각오로 임해야 한다. 이에 맞는 비대위원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집을 어떻게 지을 것인가 하는 고민 속에, 그에 맞는 목수를 데려와야 한다"며 "이 기회에 보수 울타리를 넘어서서 중도도 포용할 수 있는 정치의 새판짜기가 필요하다. 현명한 판단으로 개신창래(開新創來)해야 한다"고 했다.

당의 주요 관계자는 이날 펜앤드마이크에 "김 지사의 주장은 국민의힘 중심의 정계개편까지 암시하는 것으로 '신당 같은 국민의힘'을 원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오랜 바람이 투영된 듯하다"고 했다. 김 지사는 윤 대통령이 네덜란드 국빈 방문을 위해 순방길에 오른 바로 다음날인 12일 김 전 대표 사퇴를 촉구하는 한편 '김기현 지키기'에 앞장섰던 초선 의원들을 향해 "홍위병 노릇도 가관"이라고 했다. 이후 김 전 대표 사퇴 소식에도 김 지사는 "왜 그만두는데 이준석을 만나나"라며 "먼저 시원하고 깔끔하게 내려왔어야 하는데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이고, 사퇴하기 이준석 전 대표를 만난 것은 쫌 찌질하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15일 비공개 의총에서 새 비대위원장 후보군을 두고 난상 토론을 벌였다. 한 장관을 추대하자는 의견이 주를 이룬 가운데 윤 대통령의 '숨은 책사'로 불리는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도 거론됐다. 대표적으로 이용호 의원이 홍 시장, 김 지사와 같은 이유로 '김한길 적임자론'을 적극 주장하고 있다. 

당의 또다른 관계자는 펜앤드마이크에 "(김한길 위원장이) 민주당 출신이라 꺼리는 것보다 무능해서 걱정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대선 때 패배 직전까지 몰아넣은 사람을 중용하는 게 말이 되나. 또 김 위원장 역시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데 용산도 쇄신해야 할 시점에 파견을 해서야 되겠나"라고 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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