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건망증 리스크’가 내년 총선에서 국민들을 위협하는 최대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민주당은 비인간적인 고문치사 사건의 배후 인물로 유죄판결을 받은 인물을 내년 총선 적격자로 판정했다가, 보수 언론이 비판하자 화들짝 놀라면서 적격 발표를 취소했다. 한마디로 ‘업무상 실수’였다는 게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측의 해명이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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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망증’을 빙자한 이재명의 ‘범죄자 공천 전략’, 온 국민이 직면한 최대 리스크

하지만 이같은 해명은 전혀 납득하기 어렵다. 문제의 인물은 이 대표와 오랜 세월 동안 함께 활동해온 측근이다. 그가 범죄자였다는 사실을 몰랐을 리가 없다. 더욱이 지난 8월 이 대표 특보단으로 발표됐을 때도 고문치사 범죄자를 내년 총선에 출마시키려고 특보단에 포함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건망증을 빙자해서 범죄 전력이 있는 측근들을 공천하려는 게 이 대표의 전략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 범죄 전력자들이 국회에 입성하게 되면 정치가 폭력화, 양극화되고 건전한 정책 논의는 점점 설 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 국민 입장에서는 이 대표의 건망증으로 인해 최악의 인물을 국회의원으로 선출하게 될 위험에 노출된 셈이다. ‘이재명 건망증’으로 위장된 국민기만 전략이 내년 총선의 최대 리스크라는 지적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실정이다.

정의찬 특보, 하루 만에 고문치사 범죄 후보자로 분류돼 부적격 처리돼

문제의 인물은 정의찬 당대표 특별보좌역(특보)이다. 민주당 중앙당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는 2차 검증을 통해 내년 4월 실시되는 22대 국회의원 선거(총선) 예비후보로 등록할 수 있는 적격 판정자 95명의 명단을 지난 14일 발표했는데 ‘정의찬 특보’의 이름이 그 명단에 포함됐다.

그러나 검증위는 하루 만인 지난 15일 “지난 14일 적격 발표했던 전남 해남군·완도군·진도군 정의찬 신청자에 대해 다시 부적격으로 의결한다”고 발표했다. 적격 발표 이후 언론 등을 통해 제기된 문제에 대해 다시 회의를 열어 검증해보니 ‘특별당규 별표1’의 ‘예외 없는 부적격’ 사유에 해당하는 범죄경력에 해당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특별당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 선출 규정’에 따르면, 치사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후보에 대해서는 검증 과정에서 부적격 처리를 하도록 규정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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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찬 특보, 1997년 ‘이종권 고문 치사’사건으로 5년 선고받아...2002년 김대중 정부에서 사면복권돼

검증위가 하루 만에 결정을 번복한 것은 조선일보 등의 보수언론이 정 특보가 가담했던 1977년 ‘이종권 고문 치사’ 사건을 문제삼았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산하 남총련(광주·전남대학총학생회연합) 간부들이 일반인인 25세 이종권씨를 경찰 프락치로 몰아 전남대에서 쇠파이프로 폭행하고 고문해 숨지게 했던 끔직한 사건이다. 당시 정 특보는 남총련 의장이자 조선대 총학생회장이었다. 폭행을 지시하고 은폐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정 특보는 당시 1심에서 징역 6년, 2심에서 징역 5년에 벌금 2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법원이 정 특보의 상해치사 범죄 혐의를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2002년 김대중 정부에서 사면·복권됐다. 지난 대선에서는 이재명 캠프 선거대책위 조직본부팀장을 맡았다. 이 대표의 측근 그룹에 포함된 것이다.

민주당 검증위, “실수였다”고 해명...고문치사 사건이 낙인처럼 따라다녔는데 몰랐다고?

검증위는 고문치사 범죄를 저지른 정 특보에 대해 당초 적격 판정을 내린 것에 대해 “워낙 자료가 많아서 놓치고 실수했다”면서 “곧바로 재검증하겠다”고 해명했다. 검증위 위원장인 김병기 수석사무부총장은 “저희가 잘못한 거다. 오히려 언론에서 알려줘서 고맙다”고 말할 정도로 당황해하는 분위기였다.

이재명 대표도 15일 국회에서 기자들이 정 특보 검증 통과에 대해 질문하자 “재논의해서 처리해야 될 사안이다. 규정을 잘못 본 업무상 실수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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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같은 이 대표의 해명은 국민 기만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정 특보가 지난 8월 임명장을 받은 사실이 알려진 뒤 국민의힘은 고문치사 사건 연루자가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한다며 비판한 바 있다. 여당이 이미 4개월 전에 문제점을 지적했는데 민주당 검증위만 까마귀 고기를 먹은 것처럼 잊고 있었다는 주장은 국민을 바보로 전제하고 벌이는 ‘기만극’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이 대표는 지난 8월 16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비공개로 ‘특별보좌역회의’를 개최하고 특보단 9명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그 9명의 특보단에 정의찬 전 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 사무총장의 이름이 포함돼 있었다.

국민의힘은 정 특보 등 문제 인물들이 특보단에 임명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뒤에 정 특보가 가짜 대학생을 경찰 프락치로 의심해 집단폭행 및 고문해 사망하게 한 사건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사실 등을 지목하면서 ‘이재명 사당화’ 현상을 맹비판했었다.

국민의힘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8월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이재명 대표의 사당화가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총선 경선 시기에 맞춰 수여하는 모습을 보니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꼬집기도 했다.

윤희석 국민의힘 선임대변인은 16일 논평을 통해 “이재명 대표가 경기도지사이던 지난 2021년에 정 씨를 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가 고문치사 사실이 알려져 4개월 만에 사임한 전력이 있는데도 이를 몰랐다는 것은 거짓임이 분명하다”면서 “정의찬 씨뿐이겠느냐. 이 대표를 등에 업고 친명이라는 이유만으로 개딸들의 환호를 받으며 수많은 범죄자와 파렴치한들이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날뛰고 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정 특보에게 ‘고문치사 사건’은 낙인처럼 따라다녔는데, 민주당과 이 대표만 그 사실을 종종 망각했다는 주장을 국민들이 믿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의찬의 살벌한 ‘양심 불감증’= 남총련 간부들이 민간인을 고문하고 때려서 죽였지만, 자신은 순결해?

민주당과 이 대표는 꼬리를 내리고 있지만, 당사자인 정 특보는 기세가 등등하다. 지난 15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당 검증위가 당초 적격 판정을 번복하고 부적격 발표를 한 것에 대해 강력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의찬 당대표 특보가 15일 총선 후보 검증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더불어민주당 정의찬 당대표 특보가 15일 총선 후보 검증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정 특보는 “공직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로서 단 한 톨의 양심의 가책이 있었다면 아예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1997년 치사 사건 관련, 폭행 현장에 있지도 않았고 폭행을 지시하지도 않았다”면서 “광주·전남 지역 학생운동을 이끌던 책임자로 양심에 따라 법적 도덕적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자 했을 뿐이다. 당시 학생운동 문화가 그러했다”고 변명했다.

사법부가 고문치사 사건을 지시하고 은폐한 혐의로 5년 실형을 선고했음에도 불구하고, 고문치사라는 비인도적 범죄행각이 자신과 전혀 무관하다는 ‘냉혈한적 사고방식’을 여과없이 드러낸 것이다. 남총련 간부들이 무고한 민간인을 고문하면서 때려죽이는 범죄 행각을 벌인 데 대해 남총련 의장이었던 정 특보 자신이 아무런 책임도, 양심의 가책도 없다는 논리를 펴는 셈이다.

사람이 고문을 받아 죽은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따라서 자신의 부하인 남총련 간부들이 고문살인에 대해 책임이 있지만, 자신은 일말의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을 만큼 순결하다는 정 특보의 논리는 살벌할 정도이다.

사면복권은 통렬한 반성이 전제돼야...김대중 정부는 범죄를 부인한 ‘양심 불감증’도 용서해

이처럼 일말의 반성도 하지 않고 도덕심조차 마비된 인물에 대해 공천을 주려했던 이 대표도 문제지만, 지난 2002년 김대중 정부가 사면복권 조치를 취한 게 근본적 문제라는 지적도 거세지고 있다.

자신의 범죄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 전제돼야 할 사면복권이 범죄혐의를 부인하고 양심의 가책조차 느끼지 못하는 인물에게 단행됨으로써 국민적 재앙을 키웠다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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