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의원들이 비상의원총회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하는 문제를 놓고 서로 강하게 충돌했다. 비대위원장 인선과 관련해 당 안팎에서 논란이 이어지자 홍준표 대구시장은 "사욕들 버리고 정신들 차려라"라고 비판했다.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총에서 처음으로 마이크를 잡은 김성원 의원은 "이 위기를 뚫고 나갈 수 있는 분이 여권에 있는 한동훈 장관"이라며 "삼고초려해서 모셔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지성호 의원과 김석기 의원 등도 "총선을 위해 우리 당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유력한 인물"이라며 거들었다.

그러자 비윤계인 김웅 의원은 "한 장관을 추대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만드신 것 같은데 '깽판' 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며 "중도 외연 확장을 할 수 있고, 정치를 아는 사람이 해야 된다"고 맞받았다. 김 의원은 "우리가 국민의힘이냐, 용산의힘이냐. 왜 짜고 나와서 한동훈을 밀려고 하냐"며 "당 다 망가지게 생겼는데 이러다가 100석 이하로 가서 대통령 탄핵당하는 꼴 보고 싶냐"고 말했다.

이용호 의원도 "이겨야 하는 비대위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정치 경험없는 사람의 허사는 위험하다. 수습이 안된다"고 말했다. 

김웅 의원 발언에 윤 대통령의 대선 후보시절 수행실장을 했던 이용 의원이 "여기서 왜 탄핵 얘기가 나오냐"며 반발했고 서로 고성까지 주고받았다고 한다.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결정된 것은 없다. 특정인을 옹립하려는 자리가 아니라 의원들의 의사를 다 확인하기 위해서 하는 거니 너무 단정적으로 얘기 말라"며 제지한 걸로 알려졌다.

펜앤드마이크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 중진들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대위원장 적임자로 보고 있다. 이날 의총에서도 4선의 김학용 의원이 원 장관을 거명했다고 한다.

이날 의총은 1시간 45분가량 진행됐고 의원 18명이 발언대에 올랐다. 김기현 대표 사퇴를 요구한 중진들을 일제히 공격했던 당내 초선 의원들은 이날 의총에서 별다른 발언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뇌물전과자, 민주당 비대위원장 출신도 비대위원장으로 받아들여 1년간 모신 정당이 주류 출신 아니라고 비토하는 부류들은 코메디 대행진 하는 건가, 자기 지역구 사정 때문인가?"라고 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 시절도 있었는데 왜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의 비대위원장설에는 반발하느냐는 지적으로 보인다.

홍 시장은 "지금 그걸 가릴 때인가? 경륜 있고 큰 선거 경험 있는 분을 삼고초려 모셔와도 될까말까한 절박한 시점에 자기 이익에 맞지 않는다고 중구난방 하는 모습들 보면 아직도 덜 다급한 모양"이라며 "아직도 틀튜브 보고 갈팡질팡 하나? 이때 적절한 말은 등소평의 흑묘백묘론이다. 사욕들 버리고 정신들 차려라"라고 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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