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혁신의 서막’을 올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의 당정재편 구상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네덜란드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4일(현지시간) 암스테르담 스히폴 공항에서 귀국하기 전 환송나온 인사들과 악수하고 있다. 2023.12.14 [공동취재]
네덜란드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4일(현지시간) 암스테르담 스히폴 공항에서 귀국하기 전 환송나온 인사들과 악수하고 있다. 2023.12.14 [공동취재]

친윤(친윤석열) 핵심인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의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과 잇따른 김기현 대표의 사퇴로 여권의 권력판도가 급류를 타고 있다. ‘김(기현)‧ 장(제원)연대’의 동반사퇴를 계기로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보다 기득권 포기라는 정치혁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를 낳고 있다.

국민의힘은 14일 3선 이상 중진연석회의와 최고위원회의를 잇달아 열어 지도체제를 비대위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김 전 대표 사퇴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하고 정치쇄신을 주도하기 위해 다음주 안에 비대위를 띄운다는 목표를 내부적으로 정했다. 윤재옥 대표 권한대행은 15일 비상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네덜란드 국빈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다. 비대위 전환 작업은 급류를 탈 전망이다.

 국민의힘 조직국의 서울 6석 리포트, '김장연대'의 동반사퇴라는 후폭풍 낳은 듯

국민의힘의 정치혁신은 이제 시작단계이다. 윤 대통령이 어떤 카드를 내놓느냐에 따라 내년 총선 승패를 좌우할 부동층 민심의 향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민심은 윤 대통령에게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의힘 조직국 자체조사에 따르면 최악의 경우 내년 총선에서 승리 가능한 서울 지역구는 6곳에 불과하다. 강남 갑·을·병, 서초갑·을, 송파을 등이다.

[사진=MBN 캡처]
[사진=MBN 캡처]

지난 21대 총선에서 얻은 서울 지역구 의석 8석보다 줄어든다는 이야기이다. 국민의힘 이만희 사무총장은 이같은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지난 8일 “서울 6석은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사태의 심각성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당초 김기현 대표 체제가 내년 총선을 지휘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김장연대’의 동반사퇴가 단행된 것은 이같은 ‘서울 참패 여론조사’가 몰고온 후폭풍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장 의원은 12일 내년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혔고, 김 전 대표는 13일 대표직을 사퇴했다. 김 전 대표는 총선 불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역으로 총선 출마 의지를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네덜란드 국빈 방문 마친 윤 대통령, 15일 귀국 직후 ‘여권 쇄신’ 결단 내려야

윤 대통령은 네덜란드 국빈 방문을 마치고 15일 귀국할 예정이다. 귀국하자마자 여권 재정비, 국회 예산안 처리 문제 등 산적한 현안에 대해 보고를 받고 결단해야 한다.

여권 재정비는 까다로운 숙제이다. 총선 4개월을 앞두고 국정 운영과 정치 쇄신이 시작되고 있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국민에게 던져야 한다. ‘김장연대’의 전격적인 퇴진은 그러한 쇄신이 시작되고 있다는 기대감을 다수 국민들에게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통령실은 김 전 대표의 사퇴가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과 무관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윤심의 반영’이라는 게 일반적인 판단이기 때문이다.

이관섭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함께 14일 국회를 취임 인사차 방문한 한오섭 신임 정무수석은 “김 전 대표가 총선 불출마 제안을 거부해 윤 대통령이 격노한 채 순방길에 올랐다는 보도가 있다”는 질문을 받고 "그러시기야 했겠나"라고 부인했다. 국민의힘 비대위에 대해서도 "대통령실이 관여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거리를 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4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대통령실 이관섭 정책실장과 한오섭 정무수석을 만나고 있다. 왼쪽부터 차례대로 천준호 의원, 이재명 대표, 이관섭 정책실장, 한오섭 정무수석.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4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대통령실 이관섭 정책실장과 한오섭 정무수석을 만나고 있다. 왼쪽부터 차례대로 천준호 의원, 이재명 대표, 이관섭 정책실장, 한오섭 정무수석.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추가 개각과 여권 쇄신작업의 방향은 직결돼 있다. 당 안팎에서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 한동훈 법무부장관, 원희룡 전 국토부장관 나경원 전 의원 등이 비대위원장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윤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안대희 전 대법관까지 거론된다.

한동훈, 차기 주자 경쟁에서 이재명과 ‘양자 대결 구도’ 형성...‘이재명 대세론’ 붕괴

이 중에서 가장 혁신적인 이미지를 가진 카드는 한동훈 장관이다. 정치경험이 없지만 국민적 인기는 여권 내에서 압도적인 1위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차기 주자 지지율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오차범위 내에서 따라붙는 2위를 기록했다. 이 대표는 19%, 한 장관은 16%로, 3%포인트 격차를 보였다. 중요한 것은 추세이다. 그동안 이 대표는 20% 대였고, 한 장관은 10% 미만이었다. 한 장관은 상승세를, 이 대표는 하락세를 타고 있는 게 뚜렷하다.

따라서 ‘정치 초년생’인 한동훈 비대위원장 카드는 리스크가 크지만 성공했을 경우 그 성과는 더 크다. 정치혁신 경쟁뿐만 아니라 차기 주자 경쟁에서 국민의힘이 일거에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지난 대선 이후 차기 주자 경쟁에서 이재명 대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격차로 1위를 유지해왔다. 그 일방적 우위 구도에 한 장관이 균열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사진=MBN 캡처]
[사진=MBN 캡처]

한동훈 등판하면 민주당 내 권력 투쟁 판도도 격변할 듯

한 장관이 정계에 등판해 이재명 대세론을 허물어버린다면 민주당 내 권력 투쟁의 판도도 격변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온갖 사법리스크에 포위된 이 대표에 대한 사퇴론이 거세지고 있지만, 친명계 호위무사들은 ‘이재명 대세론’을 강력한 방패로 내세우고 있다. 이 대표가 차기 대선 경쟁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데, 이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해당 행위’라는 논리를 구사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 장관이 등판해 이재명 대세론이 무너진다면 이 대표를 겨냥한 민주당 내 정치적 공격은 걷잡을 수 없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친명계도 대세론이 무너진 상황에서는 이 대표를 옹호할 명분도, 이유도, 실리도 없어진다.

당초 윤 대통령이 연말이나 연초 추가 개각을 통해 법무장관을 교체해 한동훈을 총선에 투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서울지역 민심이 예상보다 흉흉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여권의 쇄신 필요성은 강력해졌고, 윤 대통령은 당장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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